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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대자보 찢고 불태우던 일베, 논리적 반박 개시?

반박 대자보 만드는 온건세력도 등장... 하지만 몰상식 대자보 훼손 여전

등록|2013.12.18 10:19 수정|2013.12.18 10:19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에 대자보 훼손 등 폭력적인 태도로 대응하던 '일간베스트 저장소(아래 일베)' 회원들이 반박 대자보를 제작하며 바뀐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주현우(27·고려대 경영학과)씨가 교내에 붙인 대자보는 '안녕들 하십니까'와 같이 호소력 짙은 문장을 통해 작금의 현실을 풍자하면서 순식간에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일주일여가 지난 지금(18일), 전국 대학교에는 여전히 '안녕' 대자보가 잇따르고 있고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로 응원하는 사람도 며칠 만에 25만 명을 훌쩍 넘었다.

한편 극우 성향의 웹사이트 '일베' 회원들은 대자보들을 찢거나 불태우는 등 '대자보 테러'에 앞장서고 있다.

▲ 14일 저녁과 15일 새벽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올라온 '안녕' 대자보 훼손 인증 사진. 위가 고려대, 아래가 서강대. ⓒ 일간베스트저장소


지난 14일 '자궁떨리노'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일베 회원은 주씨의 대자보를 반으로 찢은 뒤 사진을 찍어 일베에 올렸다. 그는 사진과 함께 '고려대 철도파업대자보 찢어버렷다 행게이ㅍㅌㅊ?'라는 글도 곁들였다. 그의 행동은 일베들 사이에서 기폭제가 됐다. 이후 각 대학교 별로 '우리 학교 대자보도 훼손했다'며 인증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법도 다양했다. 처음에는 찢은 대자보를 사진 찍어 올리는 식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정도를 더한 방법이 동원됐다. 대자보 찢는 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것도 모자라 대자보를 아예 불태우는 회원까지 등장했다.

▲ 청주교육대학교 학생이 대자보를 훼손하고 일베에 올린 사진. ⓒ 일간베스트저장소


반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안녕합니다'라고 대답하며 반박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만들어 올리는 일베 회원들도 간혹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철도를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며 "대학생들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노조 힘싸움 혹은 선동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안녕합니다' 대자보에 담았다.

▲ 한 일베 회원이 작성한 '안녕들하십니까'에 대한 반박 대자보. ⓒ 일간베스트저장소


일부 회원들은 '온라인 대자보'를 만들어 페이스북 및 트위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했다.

▲ 일베 회원들이 만든 '안녕들하십니까' 반박 온라인 대자보. ⓒ 일간베스트저장소


이에 발맞춰 기존의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도 대학가 벽보에서 온라인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와 '노래 자보'를 시작으로 프레젠테이션 자보, 그림 자보에 이어 키네틱 타이포그라피(Kinetic Typography)라는 영상디자인 기술을 통한 자보까지, 누리꾼들이 만든 각양각색의 '안녕' 대자보들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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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자보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노래 자보' 영상. ⓒ 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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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틱타이포그라피키네틱타이포그라피로 만든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역시 화제다. ⓒ 조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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