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 중국인 여성이주노동자 실명

이주노동자 인권단체 "토끼몰이식 단속이 원인"... 관리사무소 "단속 중 다친거 아냐"

등록|2013.12.18 21:00 수정|2013.12.18 21:00

▲ 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소속 회원들이 18일 오전 대ㅜ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토끼몰이식 단속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 조정훈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벌이면서 도망치던 중국인 여성노동자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고 실명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무리한 단속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와 노동부 소속 합동단속반은 지난 10월 29일 구미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을 단속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16명을 적발했다. 하지만 여자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도망치던 중국인 여성노동자 등입련(Teng Li Ling, 45)씨가 화장실 창문을 열고 도망치려던 순간 단속반원이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창문을 세차게 닫으면서 오른쪽 눈을 다치고 창문에서 건물 밖으로 떨어지면서 오른쪽 어깨와 다리 등을 다쳤다.

등씨는 도망치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단속반원에게 붙잡혔으나 피를 흘리고 제대로 걷지도 못해 119에 의해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등씨는 11월 15일 대구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이며 갈비뼈 골절로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르고 있어 폐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연대회의(연대회의)는 18일 오전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리한 단속으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실명위기에 처했다며 토끼몰이식 인간사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 인권단체와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18일 오전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회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연대회의는 당시 단속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사업주가 현장에 없는 상태에서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고 단속에 나서 도망치던 여성노동자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도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단속 시 사업주의 동의를 얻고 무리하게 쫒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대구출입국사무소가 했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임복남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이라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차별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다는 UN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86개국이 비준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비준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가 지난 2010년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단속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고 2011년에는 적법절차를 무시한 단속에 항의하는 대구경북지역 인권활동가 11명을 연행하기도 했으며 올해에도 적법절차를 무시한 토끼몰이 단속으로 경주지역에서 51명이 한꺼번에 단속됐다며 단속으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이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갈 정도로 폭력적인 단속을 하느냐"며 "이주노동자들이 피부색과 종교, 언어 등에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빨간 색종이에 '인간사냥 중단하라', '출입국사무소장 사퇴하라',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강제추방 중단하라' 등의 글을 써 출입문 입구의 건물 기둥과 유리문 등에 붙였다.

▲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촉력단속을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인권단체 회원들이 '인간사냥 중단'이라고 쓴 종이를 출입국사무소 입구 기둥에 붙이고 있다. ⓒ 조정훈


▲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을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가진 인권단체 회원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입문 입구에 '토끼몰이식 강제 단속 중지'등의 글씨를 써서 붙여놓았다. ⓒ 조정훈


한편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제단속에 의해 실명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중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해 화장실 창문의 크기가 작아 실명될 정도의 가격을 하지 않았고 회사 건물 뒤족 언덕아래 담벼락에 쓰러져 있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또한 강제단속이 아닌 회사의 동의를 얻어 단속을 했고 법무부가 가입한 출입국단속 손해보험을 적용받아 환자가 치료를 받도록 요청해놓은 상태이며 가족이 간병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판준 출입국관리소장은 "앞으로 단속에 나설때는 여성화장실과 탈의실 등 여성시설에 대해서는 단속하지 않고 인권교육도 더욱 강화하겠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단속반원 중 여성은 1명뿐이어서 인권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소장은 "안전행정부에 인력충원을 요청한 상태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