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꿔갖고 가면 좋아요, 안 좋소 편하고..."
고흥 재래시장의 이색 먹거리, 숯불에 구운 반 건조 오징어와 생선
▲ 붓으로 생선에 참기름을 발라가며 정성스레 굽는다. ⓒ 조찬현
고흥 5일장이다. 4일과 9일이 장날이다. 고흥장은 1915년 3월 옥하리에서 개설 되었으나 1945년 광복을 전후하여 현재의 이곳(남계리 628-8)으로 옮겨왔다. 지금은 새로운 장옥 공사로 인해 천변 임시장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점심 무렵이다. 장꾼들은 별로 없고 휑한 천변 따라 찬바람만 불어온다. 장터 풍경은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모습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수산물이 풍부한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수산물을 파는 가게가 유독 많아 보인다.
8년 전부터 참숯에 생선을 구워 판매
▲ 고흥 5일장에 가면 반 건조 오징어와 생선을 숯불에 구워서 판매한다. ⓒ 조찬현
고흥 5일장에는 활어와 선어를 파는 타 지역의 생선가게와는 다른 고흥만의 독특함이 있다. 반 건조 오징어와 생선을 숯불에 구워서 판매한다. 광식이 엄마(상호: 김광식 엄마)의 말에 의하면 한 8년 전부터 참숯에 생선을 구워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알음알음으로 제법 많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한 박스에 5만 원, 10만 원, 20만 원 단위로 전국에 팔려나간다. 5만 원짜리 생선구이 박스를 살펴보니 양태 6미와 서대가 15미다. 오징어 한 마리는 서비스로 넣었다고 한다. 참 편한 세상이다. 차례를 지내거나 제사 등의 행사에 이제는 구운 생선을 구입해 사용하는 게 다반사라고 하니 말이다.
▲ 할머니가 화롯불에 노래미와 조기를 굽고 있다. ⓒ 조찬현
▲ 차례를 지내거나 제사 등의 행사에 이제는 구운 생선을 구입해 사용한다. ⓒ 조찬현
장옥에서 발걸음을 옮겨 천변의 가게로 가봤다. 할머니(70. 박춘자. 고흥수산) 한 분이 화롯불에 노래미와 조기를 굽고 있다. 붓으로 참기름을 발라가며 정성스레 굽는다. 생선가게 32년 차 프로다. 노래미 한 마리에 5000원, 조기는 10마리에 1만 원이다.
"이게(조기 10마리) 다 만 원, 싼 거여~. 놀래미는 한 마리에 5000원이여"
이렇게 구워서 먹고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내
할머니 손님이 한 분 들었다. 고등어구이를 주문한다. 고등어 3마리에 5000원이다. 할머니는 이렇게 구워서 자신들도 먹고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꿔갖고 가면 좋아요. 안 좋소 편하고... 연줄로 연줄로 전국으로 부쳐요."
▲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낸 반 건조 오징어 한 마리에 5천원이다. ⓒ 조찬현
▲ 할머니 손님이 고등어구이를 주문한다. ⓒ 조찬현
새벽이래야 생선 굽는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점심 무렵이면 생선 굽는 작업이 다 끝나버린다. 시골 장터는 아침 일찍 장이 열리고 오후 2~3시가 되면 파장이다. 재래시장 보기는 그래서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낸 반 건조 오징어 한 마리를 5000원에 구입했다. 제법 살아 통통하게 올라 먹음직하다. 고흥만의 독특한 먹거리 맛보기는 이렇듯 참숯에 구운 반 건조 오징어로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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