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불통정권, 이러다 국민 100% 불행시대 올지 모른다

[주장] 박 대통령, 국민 인내 한계 이르기 전에 결단하라

등록|2013.12.20 15:35 수정|2013.12.20 15:35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대선정국과 관련된 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의 요구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은 불법이므로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하고, 그 불법행위자들이 적극 지지했던 당선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이런 요구들을 통해 다시는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요구들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대통령이 사과도 없었고, 불법개입 정황과 증거들이 눈덩이처럼 불거지고 있음에도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 사건을 흐지부지 덮으려는 시도만 난무했다. 결국, 대선 1년이 되기도 전에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가 '대선 불복'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쳐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국민은 소통을 원했지만, 소통하지 않았다

국민은 끝없이 소통하기를 원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18일 청와대는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서 지난 1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통 지적이 가장 억울했다"며 "저항세력에 굽히지 않는 것이 불통이라면 임기 내내 불통할 것"이라며 아예 대국민 선전포고와도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했다.

지난 1년, 국민은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상상을 초월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 19일 중국 <신화통신>이 올해 세계 8대 굴욕 사건으로 선정한 윤창중 성추행 사건 같이 황당무계한 사건 말고도 지켜지지 않는 대선공약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건이 있었다.

도대체 1년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하고 싶을 정도다. 단순히 정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민 삶 전반에 거쳐서 전방위적으로 과거 유신체제로 복귀한 것 같은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국론분열이 근원지는 '당신'들이었다

이 불통이 국론분열의 근원임에도 여전히 청와대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인을 다른 곳으로 전가한다. 자신들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적절하게 분단상황을 이용하여 종북몰이에 나서고, 분단상황을 빌미로 국가기관이 불법적인 행동조차도 용인될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논리까지 판치고 있다.

이에 편승하는 논리를 재생산해주는 이들과 내용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관변단체와 개인들을 보면, 마치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때 장밋빛 청사진으로 도배할 수 있도록 협조한 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생명의 강 4대강을 만신창이로 만든 데 협조한 이들이 포상을 받고, 지금도 여전히 떵떵거리며 활보하고 있다. 이런 나라는 절대 행복하지 않다.

지난 1년, 국민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봤고 앞으로 박근혜 정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내다본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권은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이런 총체적인 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지난 대선정국에서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선거개입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진정 어린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불통으로 응답하는 까닭에 '퇴진' 구호까지 외쳐지게 된 것을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소통하며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오히려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 요구를 "저항세력에 굽히지 않는 것이 불통이라면 임기 내내 불통할 것"이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대국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측할 수 있는 상황, 막지 않으면 죄악이다

이런 대국민저항의 불길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것은 지난 19일 어제(19일) 대선 1주기를 맞이하면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집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엄동설한 추위에도 그토록 많은 시민이 전국적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했다는 것은 2014년도의 대국민저항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이런 사안들에 대한 표창원 교수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에는 강대강, 극렬한 갈등이 이어질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다치시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분들이 피를 흘리시겠습니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막지 않는다면 죄악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비극적인 결말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당장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12월 1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주최 시국 토론회 당시)

그러나 청와대는 이미 지금까지의 불통을 고집하겠다는 의지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통해서 알려주었다. 김관진 장관은 지난 18일 최근 장성택 숙청과 관련한 북한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1~3월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필이면, 내년 1~3월은 박근혜 정권이 지금처럼 불통을 고집할 때 대국민 저항이 가장 고조에 달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안보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종북몰이를 하고, 끊임없이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일련의 집회를 적대시하는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의 이런 예측성 발표가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의 예측일 뿐이며, 이런 시국상황에서는 그것이 국민을 향한 겁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우리는 '북한발 뉴스'가 쟁점이 될 때마다 "나라가 이런 상황인데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은 범법행위"라는 식의 여론몰이가 잦았던 경험을 했다.

분단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 틈에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고, 선거에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이득을 얻어왔던 역사를 경험했다. 그래서 일련의 이런 발표들이 현 정권의 불통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을 희석화하려는 꼼수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의심하는 내가 문제인지, 이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 정치가 문제인지.

더 늦기 전에 국론분열을 봉합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국론분열을 봉합해야 한다.

국론분열의 중심에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 사건이 있으므로, 진상을 규명하는 일과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일과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들이 결국 자신이 당선되는 데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지난 대선과 관련된 국론분열의 상황은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사과'로 막을 일을 '사퇴'로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새누리당이나 참모진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나 측근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이들은 그저 대통령의 심중에 맞는 말로 간언할 것이 아니라, 정말 이 나라를 위해서 좋은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충언을 해야 할 것이다.

2013년 대한민국은 70~80년대보다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 제2의 6월 항쟁이 불가피하다면 얼마나 많은 아픔과 갈등이 있겠는가? 시기는 늦었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기 전에 결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상황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적인 문제들, 교육, 환경, 복지 등 전 국민이 협력해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모두가 발목 잡혀 있는 현실이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은 끊임없이 그 책임을 야당이나 시민단체·종교단체 등에 돌리지만 언어도단이다.

국민이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 분노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큰 아픔이고 손실이다. 그렇다고,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침묵하는 것은 아픔과 손실을 넘어선 절망이기에 침묵할 수 없다.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하는 이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