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버지는 한전이 죽인 것" 밀양 유족 상경 투쟁

[현장] 밀양 주민들, 20~21일 고 유한숙씨 '집중 추모의 날' 진행중

등록|2013.12.20 17:55 수정|2013.12.21 00:21

한전 면담 거절에 오열하는 문정선 시의원문정선 밀양시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정부와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중단을 요구하며 사옥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저지되자, 고 유한숙씨의 영정사진을 들어보이며 오열하고 있다. 이날 고 유한숙씨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상경한 밀양 주민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며 세상을 떠나신 고 유한숙 어르신의 죽음 앞에 한전과 정부는 사죄는 커녕,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며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한전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탈핵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 유성호




고 유한숙씨의 장남 유동환(45)씨와 차녀 유선화(42)씨는 검은색 옷을 입고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든 채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고인은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 한다, 살아서 그걸 볼 바에야 죽는 게 낫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으로 벌써 두번째 희생자다. 지난해 1월에는 이치우 할아버지(74)가 분신자살했다.

가슴에 '근조'라 쓰인 추모 리본을 달고 왼팔에 상주띠를 두른 유동환씨는 굳은 얼굴로 "아버지는 분명 한전의 송전탑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정부와 한전은 '신변비관'이 자살원인이라며 고인을 모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 옆으로 앉은 70~80대 밀양 주민들이 "맞다"고 소리쳤다. 딸 유선화씨 옆에 있던 한 할머니는 유씨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며 함께 위로했다.

유족과 밀양 주민 등 80여명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정문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정부와 한전은 고 유한숙 어르신께 사죄하고 당장 밀양송전탑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등에서 상경한 이들은 20일(금)과 21일(토)을 '고 유한숙 어르신 집중 추모의 날'로 정하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추모문화제 등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2009년 용산참사로 남편을 잃은 전재숙씨, 복직 투쟁 중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이 함께 했다.

밀양 유족들, 삼성전자서비스 유족 지지 방문... 집중 행사 21일까지 진행

한전 정문에 조화 붙이는 밀양 주민들고 유한숙씨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상경한 밀양 주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인을 추모하며 한지로 만든 하얀색 조화를 정문 앞에 매달고 있다. ⓒ 유성호


고 유한숙씨 추모 조화 제거하는 한전고 유한숙씨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상경한 밀양 주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본사 정문에 고인을 추모하며 조화를 매달아놓자, 한전 관계자들이 이를 제거하고 있다. ⓒ 유성호


문기주 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무지막지한 공권력 투입 등 지금 밀양을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권과 똑같다"며 "정부의 막무가내 공사 강행으로 벌써 두 명의 어르신이 돌아가셨고, 정부는 계속 공권력으로 우리를 탄압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며 이들을 응원했다. 

한전 앞 인도에 앉아 약 한 시간 가량의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한전 사장이 직접 나와 사과하라"며 정문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 200여명에 가로막았다. 약 10분간 몸싸움을 벌인 이들은 준비해온 호루라기를 항의 표시로 불었다. 이들은 한지로 만든 하얀색 조화 100여개를 한전 정문 앞에 매달았다.

이후 이들은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으로 이동해 농성중인 고 최종범 열사의 가족을 찾아 지지의 뜻을 표했다. 이어 오후 7시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고 유한숙씨를 위한 추모문화제가, 21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유족들의 조문객 맞이(10시~15시, 서울광장 밀양분향소)와 추모예배(오후 5시)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로 위로하는 밀양 송전탑-삼성전자 유가족고 유한숙씨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상경한 밀양 주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농성중인 고 최종범 열사의 유가족을 방문한 가운데, 고 유한숙씨의 장남 유동환씨와 최종범씨(오른쪽)의 둘째 형 최종호씨가 서로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밀양주민 상경 투쟁에 따뜻한 차 건네는 시민들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밀양 주민 상경 기자회견'에서 강남촛불과 서초 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추운 겨울 상경한 밀양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따뜻한 차를 건네주고 있다. ⓒ 유성호


"정부와 한전은 당장 공사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밀양 주민 상경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정부와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중단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