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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 의아했는데... 이젠 이해"

대선 1주년...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서 부정선거 규탄 집회 열려

등록|2013.12.23 15:22 수정|2013.12.25 09:32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으로 얼룩졌던 18대 대선 1년을 맞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하는 재영 한인들과 영국인들이 지난 21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런던 트라팔가 광장 북쪽 내셔널갤러리 (국립 미술관) 앞에서 '부정 선거 규탄, 정부·여당의 수사 방해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9월과 11월 있었던 국정원 만행규탄을 위한 재영 한인 시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재영 한인 집회였다. 민주주의와 상식의 파괴를 안타까워 하는 많은 이들이 참석하였다.

이날 행사 준비에 참여한 한 교민은 "부정선거로 얼룩진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와 대선 결과의 정당성 없음을 영국 시민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영국 시민들이 한국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서 "민주주의 파괴 행위 규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영국 교민들이 두려움 없이 다 함께 생각해보는 참여의 장으로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집회 본 영국 시민·관광객들... "한국인들 격려한다"

▲ 이날 집회는 적지 않은 독립 언론인들이 열심히 취재를 벌였는데 마크 케리슨 기자가 독립 언론인들의 네트워크인 데모틱스(Demotix)에 사진과 함께 올린 '재영 한인들 한국의 민주주의 조작 중단 요구'(UKKoreans demand end to manipulation of democracy in South Korea)라는 제목의 기사는 게재 몇 시간 만에 대문에 오르는 등 열띤 반응을 낳았다. ⓒ Demotix


이날 행사는 영국 시민들과 영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관권 선거가 자행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짤막한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비가 심하게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현지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를 구경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영화 007의 메인 테마가 흐르는 가운데 텅 빈 광장 한 가운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스파이 요원이 등장했고. 은밀하게 컴퓨터 작업을 시작했다.

▲ 지난 대선 때 사용되었던 "야당은 종북 빨갱이 집단" 같은 트위터 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피켓을 든 스파이 요원들이 하나 둘 나타나 광장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BK Jung


잠시 후 지난 대선 때 사용되었던 "야당은 종북 빨갱이 집단", "야당 후보는 개나 소보다 못하다" 같은 트위터 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피켓을 든 다른 스파이 요원들이 하나 둘 나타나 이내 광장을 점령하였다. 이들은 대선 기간 실제로 사용되었던 국정원의 트위터 멘션을 보여주며 국정원의 여론 조작과 선동 활동을 고발했다.

잠시 후, 교민들이 "S.Korean democracy is under attack by government(한국 정부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Out Out 박근혜"를 외치며 광장 한복판으로 진출하였고, 국정원 요원들이 화들짝 놀라 광장에서 줄행랑 치는 집회가 시작됐다.

▲ 교민들이 "S.Korean democracy is under attack by government(한국 정부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Out Out 박근혜"를 외치며 광장 한복판으로 진출하고 있다 ⓒ BK Jung


일부 참가 교민들은 영국 시민들에게 영문으로 작성된 전단지를 나눠주며 퍼포먼스의 이해를 도왔고, 집회의 이유와 목적을 영어로 설명하였다.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가는 많은 영국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이날 집회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이 중 일부는 이번 국가 기관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였다.

"대선 이후 한국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다"며 집회를 주의 깊게 관찰하던 런던에 거주하는 제임스(54)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 기관이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여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는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자주 일어나는 문제이다. 독재 정권하에 있던 캄보디아, 라오스나 자본주의를 허락하면서도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은 국민들의 생각을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미디어의자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의 상황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많은 시행 착오를 겪는 대만과 유사해 보인다. 한국이 동아시아 다른 정치 후진국들과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한국 국민 모두가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이 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격려한다."

미국 뉴욕 주 출신이며 현재 런던의 로펌에서 근무하는 있는 팀(31)씨는 "군사 쿠테타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의 딸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며, 그런 그가 어떻게 대통령으로 선출됐는지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면서 "시위 내용을 보면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서부의 중심 도시 브리스톨 (Bristol)에서 런던으로 관광을 온 젊은 커플 제인(23)과 닉(22)은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와 대통령은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또 한국 국민들은 이를 위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한 개인이나 단체가 여려 (트위터) 계정을 생성해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외압 없이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날 집회에 참가한 영국 교민을 응원하였다.

▲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 종교인,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는 영국 소녀들 등 여러 시민들이 참석하였다 ⓒ BK Jung


▲ 선거무효 현수막이 빗속에서 울고있는 듯 하다 ⓒ BK Jung


▲ 런던 집회 공식 포스터를 들고있는 어린이 ⓒ BK Jung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이날 집회는 최대 참여 인원이 90여 명으로 집계 됐다. 60여 명의 영국 교민이 집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참가자 중에는 학생, 직장인들이 많았다.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 종교인,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는 영국 소녀들도 있었다. 

특히 집회 현장을 지나던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오랫동안 머물며 관심을 보였는데 이 중 한 중국인은 "중국 정부도 국민을 아주 심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재영 한국 교민들의 외침에 공감을 표시했다.

같은 시각 내셔널 갤러리 앞에서는 시리아의 인권 문제를 호소하는 시리아 교민들의 집회도 함께 진행되었다. 양측 모두 서로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였고, 각자의 구호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서로 방해가 없도록 적절하게 조율했다. 이들은 마이크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영국 교민 측에 메가폰을 빌려주기도 했다.

▲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60여 명의 영국 교민이 집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 BK Jung


이날 행사는 영국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독일 등 전세계10여 개 도시에서 19일부터 22일에 걸쳐 릴레이 형식으로 벌어진 18대 대선 부정 선거 규탄 집회의 일환이었다.

적지 않은 독립 언론인들이 열심히 취재를 벌였는데 마크 케리슨 기자가 독립 언론인들의 네트워크인 데모틱스(Demotix)에 사진과 함께 올린 '재영 한인들 한국의 민주주의 조작 중단 요구'(UKKoreans demand end to manipulation of democracy in South Korea)라는 제목의 기사는 게재 몇 시간 만에 메인 화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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