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김수현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시청률은 왜?
[드라마리뷰]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중심인물들이 변해야 반등할 수 있다
▲ SBS 새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SBS
작가 김수현은 백전노장이다. 그의 드라마들은 공중파와 종편을 가리지 않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해왔으며, 그에 따라 그는 딱히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의 명성을 구축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한껏 기대를 모았었던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시청률이 10% 안팎에 머물며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그러나 이제 중반을 넘어서며 드라마는 뭔가 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강한 반등의 신호로 봐도 좋은 것일까?
드라마 인기 살아나려면 중심인물들의 매력 살려야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려면 어떤 요인들을 갖춰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작품성, 배우나 작가, 혹은 감독의 개인적 인기 등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정확한 답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특정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론가와 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드라마라 하더라도 시청률 등에서 참패를 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성공의 공식이 그렇듯 녹록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있게 마련이다.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캐릭터가 적어도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는 것. 제아무리 훌륭한 줄거리나 개연성 넘치는 상황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인물이 없다면 드라마 성공요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여태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낮은 시청률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드라마 속 많은 요소들과 캐릭터들이 더할 나위 없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강한 감정이입을 이끌 캐릭터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그렇다고 이 드라마에 선하고 인간적이며 마음을 끌만한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오은수(이지아 분)의 친정 부모, 현재의 남편인 김준구(하석진 분)의 어머니와 이모 등은 어른스러운 태도, 인간적인 면모로 드라마를 중후하게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문제는 역시 중심인물들이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중심인물들을 살펴보면, 이혼 후 아이를 사이에 두고 혼란의 와중에 있는 부부, 연예인과의 혼외 관계에 별다른 죄책감 없는 두 번째 남편 등, 시청자들이 마음의 한켠을 선뜻 내주기에는 매력이 턱없이 부족한 인물들뿐이다. 거기에 중상모략이 일상인 일부 어른들의 모습은 답답증과 짜증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제 드라마의 행보가 조금 달라질 모양이다. 서로의 마음은 물론, 자기 자신들의 마음조차 채 어찌하지 못하고 어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일쑤였던 주인공들의 행보가 조금씩 자주적이며 능동적으로 변할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
웬일로 부진한 '김수현표' 드라마,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인물들의 매력은 김수현의 드라마를 좌지우지하는 힘이다. 이제 인물들이 조금씩 살아나는만큼, 시청률도 따라서 반등할 수 있을까? ⓒ SBS
사실 작가 김수현의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평은 늘 엇갈리곤 했다. 호감을 가진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의견이 비교적 극명하게 갈라졌던 것. 그것은 시청률 60%를 넘곤 했던 아주 오래전 작품들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한 현상에는 작가의 강한 개성이 큰 몫을 담당했다. 한시도 쉴 틈 없이 쏟아 붓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개성이 흘러넘쳐 때로는 기이하게 여겨지는 일부 캐릭터들, 거기에 조금은 전근대적으로 여겨지는 가족의 형태 등은 어떤 이들에게는 강한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언뜻 자주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부모의 끝없는 보호 속에 안주하는, 채 독립하지 못한 수동적 인물들은 김수현표 드라마 속 캐릭터의 큰 특징이며, 그것은 이 작가의 드라마에 일종의 한계를 만들어 왔다. 그것은 우리의 드라마들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해빠진 광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설정은 그렇듯 비슷할지언정, 김수현의 드라마들은 그들과 커다란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뻔한 설정과 사건들을 엮어 스토리텔링에 그치는 여타의 드라마들과 달리, 인물들의 다양한 사고의 충돌, 그로 인한 갈등과 극적인 화해의 과정 등에 작가의 철학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별 것 아닌 것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미세한 차이가 바로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가치의 유무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김수현의 드라마들이 종영 후에도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부진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백전노장의 지치지 않는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하나의 중대한 사건으로 볼 수도 있는 일. 그 원인은 '관계'의 고리타분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제 그들이 조금씩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김수현의 드라마는 늘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이 중심이 되곤 한다. 흔한 설정의 드라마들 속, 김수현표 드라마가 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그 중심을 되찾아 다시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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