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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한센병력인, 고 이젬마 어르신의 당부

등록|2013.12.25 20:36 수정|2013.12.25 20:36
아기 예수님 세상에 오신 날, 하늘로 돌아간 이가 있습니다. 이 젬마 어르신.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 만나 따스한 손 맞잡고 계시겠지요. 하늘나라 구름 위에서 지는 노을 바라보며 손에 손을 잡고 이승의 소풍이야기하실까요.

▲ (한센) 병이 걸리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보다 단란한 가정 이루며 더 행복하게 살아가셨을지 모를 어르신. 어르신은 기도로 자신의 아픔을 달랬지요. ⓒ 김종신


슬하에 자녀 하나 없었지만, 기도로 슬픔도 미움도 모두 이겨내셨던 멋쟁이 할머니. (한센)병이 걸리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보다 단란한 가정 이루며 더 행복하게 살아가셨을지 모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 재학 중 병에 걸렸던 할아버지. 이화여대 재학 중 병에 걸렸던 할머니. 이 두 분은 병으로 손에 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이런 인연 덕분에 소록도에서 부부의 연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 증손녀 벌인 사회복지사가 손톱에 매니큐어 칠해주면 수줍은 얼굴로 고맙다고 하신 소녀 같은 할머니. ⓒ 김종신


"병에 걸렸으니 할아버지를 만났지···. 안 그러면 어떻게 인연이 되겠어요."

조곤조곤하게 말씀하시던 할머니. 세상의 모든 재물과 욕망을 뒤로하고 물러나게 한 한센병. 오히려 이 병이 소중한 인연의 끈을 만들었다며 오히려 감사의 기도를 올렸던 이 젬마 어르신. 생전에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아직도 한센병력인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하신 당부겠지요.

▲ 햇살 좋은 오후 어느 날. 직원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운 할머니의 표정이 참 해맑았습니다. ⓒ 김종신


아참, 한센병은 피부질환입니다.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병을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병으로 인한 후유장해 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결핵과 달리 약을 먹으면 격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염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전도 되지 않고요.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오는 한센병에 관한 오해와 편견. 이제는 버릴 때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歸天)>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며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실지 자신이 저는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해찬솔 일기 http://blog.daum.net/haechansol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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