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막둥이가 준 성탄선물, 영어 주기도문 들어보실래요?

영어 못 해도 좋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좋겠어요

등록|2013.12.27 09:22 수정|2013.12.27 09:23

▲ 막둥이 성탄절 선물을 받았습니다. 2만6천원짜리 조립식 차입니다. 과연 막둥이는 완성할 수 있을까요 ⓒ 김동수


"아빠 이리 와 보세요."
"왜?"

"난 이거 하고 싶어요. 자동차 조립하는거."
"조립할 수 있겠어?"
"응. 그런데 엄마가 사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

"막둥이가 사고나서 안 하니까. 그렇지. 열심히 조립하면 엄마도 허락하실거야."

막둥이는 성탄절 선물로 조립식 자통차를 바랐습니다. 지난 해는 형과 7만 원짜리 자립식 로봇을 샀지만, 형이 다 조립했다가 엄마에게 꾸중만 들었습니다. 그러니 엄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빠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막둥이, 아빠 마음만 사로잡으면 자기가 원하는 조립식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에게 말 한 마디 꺼내지 못했지만, 아빠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사 달라고 합니다.

▲ 조립을 하고 있지만 잘 안 됩니다. ⓒ 김동수


"아빠는 결정했다. 그런데 얼마지?"
"1만 6000원이에요."

"어디보자 1만 6000원은 아닌 것 같고, 이게 좋겠다."
"아빠 그것은 2만6000원짜리예요. 비싸요. 엄마가 허락하겠어요."
"아빠가 엄마를 설득할 것이니까. 걱정마."
"진짜! 고마워요."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성탄절 선물을 받은 막둥이. 과연 혼자서 조립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걱정은 걱정으로 끝났습니다. 조금만 어려우면 하지 않는 막둥이는 열심히 조립을 했습니다. 어려우면 형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혼자 꿋꿋하게 조립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열정이었습니다. 열정에 감격했습니다.

▲ 손이 부드럽지 안아 세밀한 것은 잘 안 됩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조립합니다. ⓒ 김동수


"막둥이 열심이네."
"아빠 어려워요. 하지만 다 맞출거예요."
"그럼 막둥이는 할 수 있어. 어렵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머리로 생각을 해. 나중에 완성된 차를 볼 수 있을거야."
"형아가 조금 도와주었지만, 내가 할 수 있어요."
"당연하지. 막둥이도 할 수 있어. 너를 믿어야지."

손이 부드럽지 않아 세밀한 것은 잘 안 됩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조립하는 막둥이. 이것 하나만으로도 아빠로서는 대만족입니다. 드라이브까지 동원해 조립하는 막둥이 열정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 드라이브까지 동원했습니다. ⓒ 김동수


"아빠 드디어 완성했어요!"
"막둥이 화이팅!"

"나 잘했죠. 나도 할 수 있어요."
"막둥이가 형아처럼 조립 잘할 수 있어. 머리를 쓰고, 인내하면 할 수 있어."
"앞으로도 할 수 있어요."
"아빠는 막둥이를 믿어. 그런데 막둥이는 아빠에게 성탄선물 안 주나."
"아빠는 어른인데 왜 선물을 줘요."
"아니지. 꼭 어린이만 선물 받으라는 법이 있나."
"그럼 아빠 주기도문 영어로 외울게요."
"영어 주기도문? 외울 수 있어?"
"잘은 못해도 외워 볼게요.


▲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막둥이 잘했어! ⓒ 김동수


겨우 알파벳을 하는 줄 알았는데 영어 주기도문을 외웠다고 합니다. 대단합니다. 발음은 엉망이고, 완전히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막둥이는 아빠에게 가장 큰 성탄절 선물을 주었습니다. 내년에는 중학교 들어갑니다. 영어 못해도 좋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선한 마음과 약하고 힘든 동무들을 도와주는 착한 중학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막둥이 영어주기도문 한 번 들어보세요. '어륀지'가 아니라 '오렌지'입니다.

play

주기도문 외우기 ⓒ 김동수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