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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지역주민 경찰과 몸싸움 실신

[현장] 구급차 늦어지면서 50여 분 차가운 바닥에서 누워 있어

등록|2013.12.26 21:16 수정|2013.12.26 21:16

▲ 한옥순(여66) 씨가 실신해서 누워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방문한 대책위 관계자들이 할머니의 몸을 주무르고 있다. ⓒ 김종술


경찰이 경남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132번 송전탑 공사장 인근에서 청도면으로 넘어가던 이남우(남71), 한옥순(여66) 부부의 길을 막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씨가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남우씨에 따르면, 부부는 26일 오후 4시께 닭과 염소를 키우는 곳에 가는데 경찰이 길을 막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최근에 한전에서 공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할머니, 할아버지 8명이 공사장으로 가던 중에 한씨 부부가 싸우고 있는 걸 보았다"며 "한옥순씨가 분한 마음에 차 위로 올라가 항의를 하고 경찰이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와중에 한씨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남우씨는 "부인이 떨어진 걸 보고서 내려갔지만, 경찰이 길을 막아 한참을 있었다. 다른 할머니들이 길을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경찰들이 가져온 담요를 깔고 누워 있을 수 있었다"며 "지난번에 (평밭 마을) 주민이 술 취해서 개가 죽었다고 신고를 했을 때는 5분도 안 돼서 오더니 이번엔 50분이 넘어서 왔다. 여기는 사람이 개보다도 못한다"며 분노했다.

▲ 5시 35분에 도착한 구급차에 한옥순(여66)씨를 옮기고 있다. ⓒ 김종술


그러다가 오후 5시 20분께 경찰봉고차 2대가 들어오고 5~6명의 사복경찰이 도착하면서 또다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5시 35분경 구급차가 도착하면서 주민들도 되돌아가면서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은 "(할머니가) 분을 못 이겨서 넘어진 것으로 몸싸움이 난 것도 아니어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옥순 씨는 밀양병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지금까지 100여 명이 부상하고 2000여만 원의 치료비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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