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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하림계란 발주중단" 선언

산란계농가와 계란유통인 크게 환영 분위기... 하림 "진정성 몰라주다니..."

등록|2013.12.27 18:36 수정|2013.12.28 09:50

▲ 지난 12월 18일 여의도에서 열린 하림성토 대규모 집회 모습. 이날 집회에는 한국계란유통협회와 대한양계협회 소속 3천여 명의 회원들이 참가했다 ⓒ 김영욱


'자연실록'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하림의 계란유통사업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림의 최대 공급처나 다름없는 롯데마트가 26일 '하림의 계란을 27일부터 발주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국계란유통협회와 대한양계협회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공문에는 (하림이 이미 공급한) "현재 점포 재고분을 이번주 목요일(26일)까지 판매할 예정이며, 금요일(27일)부터 하림 계란 상품의 발주를 중단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문 말미에는 "추후 하림 계란 유통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형성된 후 재발주 논의를 하겠다"라는 단서가 들어갔다. 즉, 롯데마트는 타 대형유통업체들의 움직임과 분위기를 보고서 재발주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비록 롯데마트가 재발주의 여지는 남겨놓긴 하였지만, 하림의 '자연실록' 일등란이 언제 다시 재입점할 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참에 계란유통 적합업종까지...

롯데마트의 이런 결정에 대해, 하림의 계란사업 진출을 결사적으로 막았던 양 단체는 크게 환영했다.

계란유통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은 27일 오전에 가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롯데마트가 어제(26일) 보내온 공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어리둥절했다"며 "롯데마트가 어떤 마음을 갖고서 발주 중단 선언을 한 것인지 정확한 배경은 파악되지 않지만, 이번 결정으로 계란 유통인들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렇다고 하림이 완전히 계란유통사업에서 손을 뗐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하림이 계란유통사업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그날까지 잠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롯데마트의 발주 중단 선언의 여세를 몰아, 이번 기회에 아예 계란유통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회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동반성장위원회도 함께 압박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동반위는 올 9월부터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계란을 포함한 일부 업종의 적합업종 지정 가능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계협회 측도 "롯데마트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닭도 먹고 알도 먹으려는 하림의 노림수가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계협회는 하림의 '자연실록계란' 판매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12월 19일 롯데마트에 보낸 것으로도 확인됐다.

양계협회는 이 공문을 통해 "하림은 닭고기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현재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산업에 진출하면서 축산인들의 지탄을 받아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계란유통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채란업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채란인들의 어려운 실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하림의 계란제품에 대해 판매를 중지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문과 관련해, 양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하림의 계란유통진출을 막기 위해 롯데마트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것은 사실"이라며 "롯데마트의 이번 발주 중단 선언을 떠나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하림이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면한 채 또다시 계란유통사업을 확대해나갈 경우, 내년 3월 양돈과 한우 관련 단체와 연계한 대규모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하림

어쨌든 롯데마트의 이번 결정으로, 하림은 계란유통사업 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도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롯데마트가 이를 또 다시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림의 첫 시제품이 지난 12월 2일 롯데마트에만 공급된 상황이며, 다른 대형유통업체들도 지난 12월 18일 여의도에서 열린 '하림성토' 대규모 집회 이후 입점 여부를 미루는 상황이라, 하림으로선 진퇴양난의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마트 발주 중단 소식을 접한 하림과 일등란을 공급키로 한 녹색계란(주) 소속 산란계 농가들은 그동안 하림의 계란유통사업 진출을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까지 개최해온 양 단체를 향해 원망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하림의 김우식 상무는 27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도 산란계 농가들은 채란 수급조절, 들쭉날쭉한 공급단가 등으로 인해 농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안정된 판로 개척을 통해 농가에는 안정된 소득을 보장해주고, 또 이를 통해 계란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하림의 진정성을 너무도 몰라준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또 "그동안 산란계 농가들은 품질 좋은 계란을 생산하고도 시장 교섭력이 약해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계란 유통인들 역시 기존 대기업의 계란사업 진출로 생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림은 결코 혼자만 배불리려고 이번 계란사업을 결정한 것이 아니며, 생산농가와 유통인 그리고 하림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상생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계란유통진출을 결정했다"라고 호소했다.  

녹색계란 소속의 30여 생산농가들도 "녹색계란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하림과 함께 손잡고 양질의 일등란을 유통시키겠다는 것을 생산농가 단체인 대한양계협회가 왜 앞장서서 막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그럼 양계협회가 생산농가들의 판로를 개척해줄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분개했다.

그들은 또 롯데마트의 발주 중단 선언에 따른 책임을 양 단체에게 반드시 묻는 한편, 양 단체가 녹색계란을 포함한 전국 생산농가들의 판로개척을 위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반드시 따져 묻겠다라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태가 자칫 산란계 농가들의 집안싸움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편 하림은 내년 1월에 계란유통협회와 양계협회 대표가 각각 참여하는 상생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자사의 계란 유통 단계에 계란유통협회 소속의 회원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구체적 상생방안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소상공인신문 38호에 게재될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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