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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 아닌 현장 투쟁으로 체제 전환"

익산지구 파업보고대회 "국민들의 지지 감사, 민영화 저지 투쟁 이어갈 것"

등록|2013.12.31 14:02 수정|2013.12.31 14:03
전국철도노동조합 호남지방본부 익산지구(전북지역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에 맞선 22일의 장기 파업을 정리하고 일터로 복귀하기로 했다. 이들은 31일 오전 익산역에서 파업보고대회를 갖고 현장 투쟁으로 체제를 전환할 것임을 밝혔다.

▲ 철도노조가 31일 오전 현장 복귀의 뜻을 밝히면서 익산지구 소속 철도노동자들이 오전 9시 파업보고대회를 가졌다. ⓒ 문주현


앞서 철도노조는 30일 오전 여·야가 국토교통위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철도소위) 구성을 합의함에 따라 31일 파업을 정리하고 일터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철도노조는 "철도분할과 민영화 저지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형"이라면서 "국회 국토교통위 철도소위에 적극 참여하며, 사회적 연대, 국민적 지지와 함께 민영화 저지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31일 새벽 투쟁지침 100호를 발표하고 같은 날 오전 지구별 파업보고대회를 갖고 복귀할 것을 하달했다.

또한, 사측이 복귀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 개별 면담을 요구할 경우, 지부 차원에서 항의할 것을 하달했다.

복귀 선언 "민영화 투쟁 중단 의미 아냐"

오전 9시에 열린 보고대회에는 조합원 2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이번 파업 철회와 복귀가 투쟁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보고대회 초반에 사회자는 "이번 복귀는 우리 힘으로 결정한 것이고, 정부에 굴복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비록 현장에 들어가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보고 투쟁의 고삐를 놓지 말자"고 말했다.

박노건 호남지방본부 부본부장도 "이번 파업을 통해 국민들의 큰 사랑과 조합원 간의 동료애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 닥칠 탄압에도 끝까지 맞서자"고 결의를 밝혔다.

▲ 박노건 호남지방본부 부본부장이 철도노조 투쟁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 문주현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도 "2009년 파업 당시 이명박 정권의 노동탄압으로 현장이 많이 위축되어 지도부도 이번 파업을 길어야 1주일까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그러나 파업은 22일 동안 진행됐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이 있었다"며 이번 파업의 성과를 밝혔다.

이어 윤 본부장은 "28일 시청 집회에 10만 명의 노동자·시민들이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희망을 봤다"면서 "반드시 투쟁으로 노동탄압과 민영화를 막아내자"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따르면 민주노총 총연맹은 27일 중앙집행부 회의를 통해 2014년 1월 9일과 1월 16일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2월 29일 국민 파업으로 박근혜 정권과 정면 대결을 벌일 생각이다.

윤 본부장은 "노사분규에 있어서 노·사 자율 원칙을 말하던 정부가 철도파업에 대해서는 수배와 연행, 손배가압류 등의 탄압을 벌였다"면서 "철도공사가 협상 자세를 돌변시킨 것도 국토부와 정부의 강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 정권에 대한 저항과 심판이 없으면 현 상황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대회에 참가한 2년차 기관사 A씨는 "잘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강고한 정부의 탄압에 맞서 철도 민영화 반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면서 "이번 복귀가 후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부가 민영화 철회를 발표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많은 조합원들도 이 같은 A씨의 생각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보고대회가 끝나고 서로 그 간의 고생에 대해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밝은 표정을 지었다. 또한, 복귀 후 벌어질 투쟁 일정을 소통하는 자리에서도 떠나지 않고 의견을 모았다.

▲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익산지구 노동자들이 파업 복귀 선언에 따라 일터로 돌아가고 있다. ⓒ 문주현


철도노조 "철도공공성 강화 위한 노사 공동 노력 필요"

한편, 이행섭 호남지방본부 상황실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파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은 논의 중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현장에서 안전 운행 실천 투쟁과 대국민 선전전, 민주노총 총연맹 일정에 집중하여 결합하는 투쟁이 병행될 것"이라고 이후 계획을 말했다.

이어 이 상황실장은 "현장 조합원들도 허탈감보다는 국민적 지지를 확인하고 복귀하는 것이어서 철도민영화에 맞선 현장 실천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남지방본부 익산지구 소속 조합원들은 31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전원 복귀 절차를 밟는다. 다만, 직위해제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현업에 복귀하는 것은 오는 3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 철도노동자들이 복귀에 앞서 서로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 문주현


이행섭 상황실장은 "27일부터 노·사 교섭이 중단됐다"면서 "철도공사는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하고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철도공사의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이어 이 상황실장은 "이 자리에서 합법적 파업을 불법으로 몰면서 대규모 징계 국면을 조성하는 분위기를 중단하고 손배가압류 등을 철회하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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