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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야 할 것을 보내고, 차분하게 새 것 맞이할 시간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53] 送 (보낼 송)

등록|2013.12.31 16:51 수정|2013.12.31 16:59

보낼 송(送)은 금문이나 소전체에서 보듯 두 손(?)으로 불(火)을 든 모습에 쉬엄쉬엄 걸어갈 착(?)이 더해진 형태로, 밤에 횃불을 밝히며 사람을 배웅해 ‘보내다’는 의미이다. ⓒ 漢典


당나라 때 위구르국에서는 해마다 황제에게 조공을 바쳤는데 어느 해는 백조를 황제에게 바치기로 하였다. 사신이 여러 날 길을 가다보니 백조의 깃털이 더러워졌다. 호수에 이르러 새장을 열고 백조를 씻으려는 순간 백조가 그만 날개를 펴고 날아가 버렸다.

사신은 호숫가에서 울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남은 깃털 하나를 주워 들고 장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단으로 깃털을 포장하고 그 위에 시 한 수를 적었다.

"천리 밖에서 백조의 깃털을 바칩니다. 선물은 비록 가볍지만, 정성만은 가득합니다(千里送鵝毛, 禮輕人意重)."

당태종은 이 시를 보고 그 정성에 감동하여 사신을 크게 포상했다고 한다. 선물의 무게보다 마음과 정성의 무게가 더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보내는 것이 '선물'이 아닌 '마음'이어야 함을 깨우쳐 주는 이야기다.

보낼 송(送, sòng)은 금문이나 소전체에서 보듯 두 손(廾)으로 불(火)을 든 모습에 쉬엄쉬엄 걸어갈 착(辵)이 더해진 형태로, 밤에 횃불을 밝히며 사람을 배웅해 '보내다'는 의미이다.

낡은 것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점이다. 묵은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해넘이를 지켜보며 달래고, 새해를 맞이하는 다짐을 해맞이를 통해 새롭게 한다. 헤어지기 아쉬워 천리 먼 곳까지 바래주지만, 어차피 갈라져야 할 사람이라면(送君千里, 終有一別), 그만 발길을 돌리고 아쉽더라도 작별해야 한다.

떠나보내지 않으면 새로운 것도 맞이할 수 없는 것(舊的不去, 新的不來)이 우주의 거대한 법칙이다. 왕발(王勃)의 시 <등왕각(騰王閣)>에 나오는 싯귀처럼 어차피 우주 만물은 끊임없이 바뀌고, 별이 이동하듯 세태는 또 수없이 변화하기(物換星移) 마련이다.

떠나보내야 할 것을 보내고, 차분하게 새 것을 맞이할 준비를 할 시간이다. 차가워진 세상에 나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따뜻한 숯을 보내주는 '설중송탄(雪中送炭)'의 마음까지 있다면 더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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