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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님, 국민들이 다시 찾을 겁니다

[본격 진심 어린 새해 덕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등록|2014.01.02 16:20 수정|2014.01.02 16:20

▲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을 편법적인 방식을 동원해 독점 사용한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해 4월 6일. ⓒ 남소연


이명박 전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12월 31일 페이스북에 올리신 새해인사는 잘 보았습니다. "새해에는 '관즉득중'(寬則得衆)의 마음으로 주변을 두루 헤아리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지요. 관즉득중이란 '너그러우면 인심을 얻는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아는데, 이런 시국에 너그러움을 말하는 것이 어쩌면 지난 정권의 일들로 여전히 한국이 떠들썩하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정권 아래에서 치루어진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입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다수기관이 SNS와 각종 포털, 유머사이트에서 야당 후보를 헐뜯고 그 외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을 했죠.

거기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에까지 보고한 기록이 있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혹시 지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이후에 또 다시 '윗선'으로 지목될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저는 그런 불상사는 없기를 빌어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수 차례 연루되는 것, 부끄럽잖아요.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도 석방돼서 잊히는 마당에 이런 이야기 또 꺼내면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측근 비리도 엄청난 수준이었잖아요? 임기 말에 안 그런 사람이 누가 있냐고 하시려나요. 하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칭했던 터라 더욱 실망도 컸어요.

그래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점점 잊히고 있네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데다, 현 정부의 정책과 불통을 비판하느라 모두 바쁘기 때문일테지요. 많은 사람들이 모두의 안녕을 묻고 있는 요즘, 이명박 전 대통령님은 안녕하십니까? 늘 끼니를 잘 챙겨드시고, 테니스도 꾸준히 즐기면서 건강관리 잘 해주세요. 먼 훗날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청문회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시는 일은 없어야지요. 자연파괴와 예산낭비로 여전히 몸살을 겪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서, 앞으로도 지난 정권의 수장이었던 분이 거론될 일이 많을 듯하니까요.

나중에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이 대통령님이 지난 정권에서 보여준 노동탄압이 어떤 방향으로는 누군가에게 교훈이 되었나봐요. 덕분에 이제 박근혜 대통령님도 거침없이 뜻을 이루려고 하시게 된 것 같아요. 노동자의 파업은 여론을 통해 '불법파업'으로 낙인 찍은 다음, 공권력으로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수순이 이제 마치 족보처럼 이어지는 것인가요. 지난달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민주노총에 강제진입 한 것을 보니, 쌍용차 노동자와 용산 철거민 진압이 떠올랐어요. 정부 정책의 자기정당화와 아찔한 반대의견 짓밟기도, 해봐서 아시잖아요.

말이 나와서 또 말하는 것인데요. 유머감각이 출중하신 이명박 대통령님의 유행어,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어쩌면 '내가 청문회 해봐서 아는데'나 '내가 수감돼봐서 아는데'로 완성될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정반대의 어조인 '유체이탈 화법'으로 상황을 또 다시 피해가시려나요. 어느 쪽이든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거에요. 워낙 존재감이 강하신 분이었잖아요.

권해드리자면 닉슨 대통령이 등장하는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어요. 자신의 재임시절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는 닉슨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거든요. 배울 점은 배우는 것, 그것도 미덕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디 가지 마시고, 늘 그 자리에 있어주세요. 본인의 자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이 다시 찾을 날이 올 거예요. 저는 반드시 그러하리라 믿어요.

덕담을 하려고 인사드렸던 것인데, 어쩌다보니 또 지나간 추억만 늘어놓고 말았어요. 이해해주실 거죠? 이명박 전 대통령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그리고 한국에서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다시 모습을 볼 날이 꼭 오리라고 생각하니까요. 독서와 공부도 꾸준히 하셔서 기억력 유지도 해주시고, 나중에 누가 무엇을 묻더라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아셨죠? 꼭이에요!

당신의 임기를 꿋꿋이 버텨낸 국민 중 한 명, 김준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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