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국사> 선택 고교, 교장 '특별지시' 있었다

'교과서 채택 번복' 파주 운정고... "교학사 뺀 첫 문서, 반려"

등록|2014.01.02 15:46 수정|2014.01.02 16:42

▲ 2일 오전 찾은 경기 파주 운정고 교정 ⓒ 윤근혁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한 경기 파주 운정고등학교 교장이 사전 후보 선정을 한 역사교과협의회에 사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교는 2일 오후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전격 철회했지만, 석연찮은 행동을 한 교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장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불공정 행위로 판단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우 교장은 왜 1차 서류를 반려했을까?

2일 운정고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역사교과협의회는 지난해 12월 교학사 교과서가 1순위에서 빠진 협의회 회의 결과를 교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이 학교 우아무개 교장은 이 서류를 반려했다. 결국 역사 교사 2명과 사회 교사 3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된 이 학교 교과협의회는 지난 12월 27일 교학사 교과서를 '1순위'로 한 새로운 문서를 교장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았다.

이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 12월 30일 경기도 공립고교로는 유일하게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파주 지역의 한 중견교사는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친 성향을 가진 교장이 교학사 교과서를 1순위로 만들기 위해 교사들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말을 운정고 교사에게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제보에 따라 기자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운정고 교장실을 방문해 우 교장을 직접 만났다. 우 교장은 "교과협의회의 1차 결과를 다시 논의하도록 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교학사가 1순위가 아닌 서류를 반려한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 교장은 '교학사를 1등으로 만들어 학교운영위에 올리려고 반려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선생님들과 충분한 논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협의회도 잘 이뤄지지 않아 반려 시킨 것"이라면서 "교학사 교과서를 일부러 선정 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2일 오전 경기 파주 운정고 본관 1층 교장실 앞 모습. ⓒ 윤근혁


교장의 교학사 교과서 선정 압력 의혹과 관련, 이 학교 한 역사 교사는 기자를 만나 "답변하고 싶지 않다"라면서 "우리 학교는 서류상 절차는 잘 지킨다"고 답변을 피했다. 나머지 한 명의 역사 교사는 이날 연가 중이었다.

또 다른 이 학교 교사들은 "말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다. 그렇게 문제가 될 것을 교장이 왜 일을 벌이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발 뺀 교장, 교사들 "왜 교장이 일을 벌이셨는지…"

한편, 우 교장은 이날 "교육공동체 협의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선정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교학사 선정 강행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 학교는 이날 오전 역사교과협의회에 이어 오후 2시에 교과서선정위를 열어 교학사 교과서를 뺀 나머지 출판사의 교과서 3종을 추천했다. 그 뒤 오후 4시 학교운영위를 여는 수순을 밟아 교학사 교과서를 배제했다.

교과서 선정에 개입한 우 교장의 석연찮은 행동이 전문성을 가져야 할 교원들의 모임인 교과협의회와 교과서선정위원회를 '거수기'로 전락 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앞서 이날 오전 교학사 교과서 선정에 반대하는 이 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에 긴급히 모여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 고교 445곳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곳은 운정고를 비롯해 모두 5개 고교(사립 4곳)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 가운데 일부가 교학사 교과서를 3순위로 추천했는데도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장이 그 결과를 뒤집었다"고 말했다.

역사교육단체들은 "10여 곳으로 예상되는 다른 시도의 교학사 교과서 선정 학교들도 교장의 압력이나 '순위 바꿔치기'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