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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인데 '스마트폰 없는 희귀족'이 있어?

깨끗한미디어를위한교사운동에서 펴낸 <좋은 엄마가 스마트폰을 이긴다>

등록|2014.01.02 18:09 수정|2014.01.02 18:10

책겉그림〈좋은 엄마가 스마트폰을 이긴다〉 ⓒ 맘에드림

매주 교회에서 예배드리면 마주하게 되는 진풍경이 있죠. 예배 시간인데도 중·고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죠. 찬양이나 설교할 때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빠져 있는 친구들이 많죠. 그럴 때면 녀석들에게 야단을 치고 싶은데 차마 그렇게 못하고 있죠.

비단 그것은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 때만은 아니겠죠? 학교나 학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예전엔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딴전 피우는 아이들 때문에 괴로웠죠.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때문에 골몰을 앓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놀랄만한 게 있어요. 교회에 나오는 70명 가량의 학생들 가운데 3명 만은 '스마트폰 없는 희귀족'이라는 것 말이죠. 녀석들은 모두 한 집안의 형제자매들이죠. 그렇다고 녀석들이 힘들게 살거나 못 사는 형편은 전혀 아니죠. 차량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 집 아이들은 꽤나 잘 살고 있죠.

이제 큰 딸은 고등학교 3학년, 둘째 딸은 고등학교 2학년, 그리고 막내 아들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죠. 그 집 아이들 모두가 클 대로 큰 셈이죠. 그런데도 스마트폰이 없다는 것은 그 녀석들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는, 그 부모들 나름대로의 삶의 철학이 있는 까닭이지 않을까요?

깨끗한미디어를위한교사운동에서 펴낸 <좋은 엄마가 스마트폰을 이긴다>는 책도 꼭 그런 흐름을 일깨워주죠. 자라나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살다보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삶을 숙고하면서 살아야하는데 너무 단편적으로 치우치고, 더 나아가 대인관계도 엉성해진다고 하죠.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더 많은 친구를 쉽게 사귀고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표면상으로는 더 많은 친구와 쉽게 그리고 자주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편리한 기기이며 게다가 24시간 손안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오프라인 생활에서 소통의 질은 떨어지고 진실한 친구는 오히려 감소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대인관계 문제가 발생한다."(39쪽)

그만큼 스마트폰은 가정이나 학교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가정에서는 식구들 사이에 대화가 단절되고, 가족 간에 무관심에다 폭력까지 일어날 수 있고, 학교에서는 수업의 집중력까지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종류에 따라 계급까지도 결정된다고 하죠. 참으로 살벌한 세상이죠.

이런 아이들, 이런 학생들을 과연 살릴 수 있는 길이 뭘까요? 이 책 후반부에서 고민하는 내용도 실은 그것이죠.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을 건져내기 위해서 가정에서 해야 할 게 무언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 말이죠. 

그것은 '미디어 다이어트'를 비롯해, '스마트폰이 필요 없는 전래놀이', '보드게임으로 스마트하게 놀기' 등 다양한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있죠. 그 가운데서도 내게 감동을 주는 것은 '클루'와 '젠가', 그리고 '카탄' 같은 보드게임이었어요. 보드게임은 규범과 인성까지도 두루두루 갖추게 한다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독일에서는 보드게임 축제가 있을 때 아버지가 여행용 가방을 가져와서 보드게임을 가득 사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이 이번에 구매한 것으로 가족들과 함께 1년 동안 같이 놀 것이라 말하는 모습 속에서 진한 여운을 느꼈다. 물론 노는 문화가 다르다는 차이도 있지만 상당수의 가정에서 자녀들과 놀 줄을 모르는 아빠들의 모습이 비교되는 장면이었다."(162쪽)

어제는 세 아이들과 함께 새해 첫번째 가정 예배를 드리면서 각자의 소원을 나눴어요. 물론 이 책을 읽고 난 뒤였죠. 큰 딸은 원숭이랑 할리 같은 창의력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둘째 아이는 우리 집이 부자가 돼서 100만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셋째 아이는 하루에 책 5권을 읽을테니 아빠가 하루에 천원씩을 줬으면 하는 소원들을 이야기했죠.

나는 우리집이 부자가 되는 대신에, 셋 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시간이 나면 게임도 같이 하자고 했죠. 물론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사 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도 말했죠. 그 대신에 보드게임 같은 걸 많이 사서 함께 놀자고 했죠. 그랬더니 '대 환영'이라며, 모두들 박수를 치는 것 아니겠어요?

부디 그 마음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았으면 해요. 다른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지라도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집에서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나누고 있다는 자존감을 품었으면 좋겠고, 스마트폰 속의 친구들보다도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창출해 갔으면 좋겠어요. 그것 외에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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