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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많은 친일 교과서라면, 내가 반대할 것"

[인터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 논란'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등록|2014.01.06 22:02 수정|2014.01.06 22:07

▲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 상산고 홈페이지 갈무리


<수학의 정석>은 고교 수학 참고서의 바이블로 통한다. 1966년 첫 출판 이래 4천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공간에는 <수학의 정석> 불매운동 의견부터 화형식 사진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 책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교학사 <한국사>교과서를 채택한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이 <수학의 정석>을 쓴 홍성대씨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상산고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학생들이 채택 반대 대자보를 학내에 붙이면서 항의했다. 이후 졸업생과 동문들이 학교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고 학부모·전교조·지역시민단체 등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파장이 커졌다. 결국 상산고는 재검토 과정을 거쳐 7일 <한국사> 교과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상산고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홍성대 이사장은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밤을 새면서 <수학의 정석> 개정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홍 이사장은 "교과서 선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문제가 있다면 처리될 것이고, 학교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잘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의 건학이념은 균형 잡힌 교육을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맨 처음 교장 선생님이 각각 우편향·좌편향 논란이 있는 교학사·지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함께 채택한다고 했을 때,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교과서 채택 재검토와 관련해, "교과서 검토기간이 2~3일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데모가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사실 관계에 오류가 많이 있고, 친일적인 표현이 많다면, 내가 나서서 안 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산고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에 홍 이사장이 가진 전교조 비판 입장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홍 이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학부모와 동문 가장한 언어폭력은 문제"

홍성대 이사장은 "우리 학교는 설립 당초부터 '균형 잡힌 교육을 하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이념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학생을 보수적이고 우편향적으로 기르고 싶으면 우파 사람들만 잔뜩 강의하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선정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오류가 많고 친일적인 표현들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그 과정에서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조용히 교장선생님을 찾아 와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데, 데모하고 학부모와 동문을 가장해 언어폭력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교과서 재선정 절차에 대한 배경도 밝혔다. 그는 "교과서 수정으로 인해, 교과서를 검토할 기간이 2~3일밖에 안될 정도로 짧았다"면서 "학교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실일 경우, 아이들이 잘못된 책을 배우면서 큰 피해를 입게 되니 재검토를 한 것 같다, 데모가 무서워서 그런 것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건학이념에 맞지 않는 책이 선정되면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친일적인 흐름으로 쓰였고, 오류가 많다면 남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교장선생님에게 '왜 그런 선택을 하셨습니까, 재고해보세요'라고 할 것이다. 내가 나서서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내게 일본인의 피가 섞인 것도 아닌데, 내가 왜 학생들을 친일파로 만들겠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도 유신독재 비판했다고 들었다"

홍 이사장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읽어봤느냐"는 질문에 "내가 교과서 채택을 결정하면 읽었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주변 전문가나 상식 있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좌편향이라는 지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3대 세습을 비판했고, 우편향이라고 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5·16을 쿠데타로 분명하게 규정했고 유신독재로 비판했다고 들었다"면서 "분량이 다르고 시각이 다소 다른 것은 역사의 해석 차이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산고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과 전교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스승들이 전교조와 같은 노동조합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행동을 하게 되면, '제자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과 제자라는 전통적인 관계가 깨진다"면서 "한 번 깨지면 하루아침에 관계가 복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 불매 운동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학의 정석>을 열심히 쓰고 있다, 한 명이 사든 10명이 사든 상관없다"면서 "지금도 밤새워서 쓰고 있는데 이는 의무이자 도리다,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독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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