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7년간 14번 출산...말티즈의 비참한 최후

'가족·반려동물'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끔찍한 이면

등록|2014.01.12 13:40 수정|2014.01.12 13:40
▲ 전품종 항시 보유 ▲ 전국 당일 분양 ▲ 365일 분양 ▲ 초특가 ▲ 무이자 할부

무엇을 파는 걸까? 새로운 상품이 넉넉히 준비되어 있고, 처분할 재고도 있나 보다. 인터넷 검색창에 '강아지 분양'을 치면 나열되는 사이트에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강아지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다. 어미 개가 임신과 출산을 해야만 태어나는 '시간을 요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판매에 사용되는 문구는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파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불과 50-6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고기는 명절에나 밥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미용을 위해 우유나 달걀 노른자를 몸에 바르고 돼지 껍데기를 얼굴에 붙이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물론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절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생명의 탄생, 성장, 죽음을 요하는 고기, 달걀, 우유를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한 공간에 동물을 최대한 몰아 넣고 '기계처럼' 부리는 것이다.

공장식 산란계 농장을 예로 들어보자. 이곳의 암탉은 A4 종이 반 장 크기의 공간에서 평생 '알 낳는 기계'로 살아간다. 이런 공간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모래목욕을 하고, 횃대에 오르기도 하면서 본성대로 살기란 불가능하다. 뾰족한 부리 끝은 일찌감치 절단된다. 날개조차 펼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쪼아 죽이는 살상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공장식 대량 생산·소비 시스템은 인류에 전례없는 풍요와 그로 인한 질병을, 동물에게는 지옥같은 삶을 가져다 주었다. 채식을 하거나, 육식을 줄이거나, 덜 잔인한 축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노력은 싼 가격에 많이 먹으려는 욕망을 비우고 동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실천이다.

오늘날에는 강아지도 공장식으로 대량 생산된다. 명색이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인데 너무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려동물도 인간 사회에서 힘없는 약자이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수많은 동물애호가들이 이러한 생산 방식을 지탱해주고 있다.

대량 생산·소비되는 반려동물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 햇볕이 들지 않는 가건물 안으로 사육장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곳에서 개, 고양이들은 평생 새끼만 낳는 '번식기계'로 살아간다. 역한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이 오물로 뒤덮인 불결한 환경은 질병의 온상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병에 걸려도 치료는 받지 못한다. 최대한 적은 비용과 노동으로 새끼를 뽑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발정유도제를 투여받으며 계속 새끼를 낳다가 온 몸이 망가지면 폐기된다. 지능이 있는 동물이 이런 곳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감금 스트레스로 미쳐버린 개들이 사육장 안에서 뱅글뱅글 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가 비밀리에 촬영해서 공개한 반려동물 번식장의 모습이다. '퍼피밀(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펫샵으로 공급된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서구로부터 개, 고양이를 집안에서 키우는 문화가 유입되면서 펫샵, 종견장도 생겨났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동물들이 건강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분양 후 얼마 되지 않아 죽어버린 동물을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분쟁이 빈번하다. 

공장식 종견장이곳에서 어미 개들은 발정제를 맞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번식기계'로 살아간다. 펫샵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공급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 KBS <화제포착> 화면 캡처


한편 가정에서 번식시킨다는 '가정분양'이 있다. '가정'이라는 말에서 안락함이 연상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기 전에는 환경을 장담할 수 없다. 구매자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는 가정은 공장식 번식장 못지 않게 열악할 확률이 높다. '가정'의 명확한 기준이 없거니와 번식을 위해 부모 개, 고양이를 얼마나 착취하는지도 알 수 없다.

종견장 말티즈의 죽음1년에 2번씩 7년 동안 새끼를 낳다가 개농장에 팔린 말티즈. 어느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동물자유연대로 옮겨졌을 때는 아랫배가 짓물러 욕창이 생기고 뒷다리 하나는 괴사되어 있었다. 약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이 개는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 동물자유연대


백화점 통로에 판매용으로 전시된 강아지들소음과 자극 등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어린 강아지들이 백화점 통로에 설치한 유리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구매를 부추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조세형


쉽게 사는 만큼 쉽게 버려지는 동물들

파는 사람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구매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가족'이라는 포장을 씌워 '물건'처럼 사고 판다. 10-15년을 넘게 사는 동물을 '평생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이다. 그 결과 많은 동물들이 버려지고, 유기동물 문제는 사회 문제가 되었다. 한 쪽에서 물건처럼 팔기를 멈추지 않는 한 버리는 것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판매하는 사람과 버리는 사람이 방기한 책임은 버려진 동물을 입양보내거나 안락사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무이자 할부로 들여가세요"대형마트 펫샵에서 강아지가 무이자 할부 판매용으로 전시되어 있다. '가족'이라고 부르지만 생명에 대한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 ⓒ 동물자유연대

동물의 무분별한 번식과 판매, 유기를 막기 위해 상업적인 번식과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형마트까지 개, 고양이 판매업에 뛰어들어 자체 펫샵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어떤 펫샵은 대형마트 대표가 기르는 반려견의 이름으로 상호명을 지었다. '가족'의 이미지와 고급화된 서비스로 생명을 '상품화'시키는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애완'을 넘어 '반려'로..

오늘날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애완동물'보다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을 선호한다. 그런데 정작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에는 동물을 그저 귀여워하고 즐기는 '대상'이 아닌 '주체'로 대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 외로움이든, 호기심이든, 과시욕이든, 동물을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이다. 

반려는 상대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좋아해도 존중과 이해가 없는 관계는 폭력적인 관계로 변질되기 쉽다. 반려는 상대에게 사랑받는 만큼 나 역시 헌신하고, 넘치는 사랑을 세상에 베풀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아닐까?

동물사랑실천협회의 입양센터 애견샵 거리로 유명한 서울 충무로에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를 외치는 동물사랑실천협회의 입양센터. 유기동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버려진 동물들에게 새 삶을 찾아주고 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상대가 생존을 전적으로 내게 의존한다면 관계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독일의 극작가겸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를 아래에 옮긴다. 소중한 존재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내가 사랑하는 이의 소중함 만큼이나 나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세상 밖으로 넓혀 모든 생명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 우리가 동물을 반려하면서 배우고 얻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