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 처음부터 지하철에서 진땀이 났다
서울로 떠난 1박 2일 가족 여행의 기록
▲ 광화문 해질 무렵 광장에서 바라본 광화문 ⓒ 임재만
서울. 오랜 도읍의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새로운 현대문명이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나라의 중심지다. 태조 이성계가 무학 대사와 한양의 풍수지리를 살핀 끝에 1394년에 조선의 도읍으로 정하여 옮긴 곳이다. 북으로는 북악산이 높이 솟아 있고 동과 서로는 낙산과 인왕산이 자리하고 있다. 남으로는 한강이 동에서 서로 흐르고 있어 적의 침략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먹고 살기에도 기름진 땅으로 풍수가 뛰어난 곳이라 했다. 이러한 곳에 지어진 조선의 궁궐엔 법궁인 경복궁을 비롯한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등 다섯 개의 궁이 있다.
갑오년 새해가 밝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언젠가 외국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떠오른다. 서울여행이다. 서울을 잘 모르는 것도 있거니와 한 해에 외국인이 천 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시대에, 정작 나는 서울 어느 곳을 가보았나 또 사람들에게 어느 곳을 자신 있게 안내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니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가끔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 가곤 했다. 그때 보았던 창경원과 남산 그리고 높은 빌딩과 수많은 차들이 지금도 기억 속에 또렷이 떠오른다. 덩치 큰 코끼리가 과자를 코로 받아먹던 기억과 12시가 되면 공작새가 부채처럼 화려하게 꼬리를 펼치던 모습들이 말이다. 시골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가면서 내다보는 바깥풍경과 익살맞은 홍익회 아저씨가 외치는 삶은 계란은 서울여행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어릴 적 마냥 동경했던 서울을 이제는 여러 가지 일들로 자주 찾는다. 물건을 사러 가는 경우도 있고, 친척 애경사가 있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간 적은 거의 없는 거 같다. 그것은 늘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여행을 떠났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서울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고궁과 박물관을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강남 고속버스에서 내렸다. 날씨가 생각보다 춥다. 주변 상가에서 목도리와 장갑을 산 후 광화문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를 찾았다. 예전처럼 역무원이 표를 파는 매표소가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살펴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표를 사기 위해 자판기 같은 기계 앞에 줄서 있다. 매번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지하철역이 낯설다. 사람들이 표를 어떻게 구입하는지 살펴보고 줄을 섰다.
차례가 되어 원하는 목적지를 누르고 돈을 넣으려하니 천 원짜리 지폐를 요구한다. 헐~! 지갑에는 만 원권 지폐만 있다. 어찌해야하나. 당황스럽다. 주변에 안내원도 없고 안내문구도 어렵기만 하다. 주변을 돌아보니 교통카드를 파는 곳이 있다. 서울 여행 처음부터 지하철에서 진땀이 난다. 어쩌다 한번 이용하는 촌(지방)사람을 위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내국인도 이러할진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어떠할지 짐작이 된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종로3가에서 내렸다. 광화문으로 가는 5호선을 탈 생각이다. 환승역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따라 갔는데 중간에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혼란스럽다. 한참을 두리번거린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환승역으로 가는 이정표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 광화문 거리고층빌딩이 들어선 광화문 거리 ⓒ 임재만
광화문 광장에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추운 겨울임에도 따스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세종문화회관과 신문사 건물이 서울을 대표하듯 폼 나게 서 있다. 광장 북쪽으로는 광화문이 북악산을 병풍삼아 광장을 가로막고 있고 광화문 앞으로는 많은 차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으로 들어섰다.
홍례문을 지나자 왕과 신하가 조회를 하던 근정전이 나타나고 그 뒤로 왕과 신하가 정치를 논하던 사정전 그리고 왕과 왕비의 침전인 강녕전과 교태전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이곳저곳을 관람하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하다, 궁녀라도 있어 돌아다니면 좋으련만 화려한 궁궐이 텅 비어있는 거 같아 썰렁하기만 하다. 이 넓은 궁궐에 주인인 왕과 왕비가 없단 말인가!
광화문을 나와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디셈버라는 뮤지컬 공연이 열리고 있다. 저녁 시간으로 예약을 하고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유명사진작가 사진전시회장으로 들어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 골목을 돌아보았다. 골목은 광화문 광장의 세련된 건물과 달리 어느 도시의 골목처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군고구마 냄새다. 냄새를 따라 갔다. 할아버지 두 분이 서서 손수레에 있는 군고구마 통을 지키고 있다.
▲ 군고구마겨울에 진미 군고구마를 광화문에서 만나다 ⓒ 임재만
어찌나 군고구마 냄새가 유혹을 하는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군고무마를 사서 먹어 보았다. 껍질이 전혀 타지도 않았는데 군고구마 맛이 제대로 난다. 그 할아버지는 그 곳에서 40년 이상을 군고구만 팔았다고 한다. 어찌 맛이 없겠는가! 털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서울의 썰렁한 거리를 훈훈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도시 한복판에서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한 시간을 기다린 후 사진 전시장을 찾았다. 처칠 수상, 마를린 먼로. 아인슈타인, 닉슨 대통령 등 주로 명사들이 점프하는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사진마다 참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저녁을 먹으러 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골목은 어느새 불이 켜지고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해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부대찌개를 먹기로 했다. 가난 했던 시절에 부대 앞에서 미군이 먹고 남아 버린 햄이나 소시지를 가지고 만든 음식이다. 어느새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서울 광화문 골목에서 먹는 부대찌개 맛도 나쁘지 않다.
▲ 덕수궁돌담길덕수궁 돌담길 겨울풍경 ⓒ 임재만
저녁을 먹은 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디셈버 뮤지컬을 보았다. 가수 김광석 노래로 만든 이야기이다. 여유가 된다면 서울의 멋진 공연장에서 뮤지컬 한편을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의 추억이 되리라 생각된다. 웅장하고 멋진 공연장의 건물을 살펴보는 것도 좋고 배우들의 열정 있는 연기도 마음에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된다. 여행 중 뜻하지 않게 공연을 보게 되는 것도 좋지만 미리 공연 일정을 알아보면 시간도 절약되고 일정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뮤지컬 공연이 끝나자 오후 11시다.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거리를 비춘다. 야경은 서울의 또 다른 볼거리다. 세계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골목길 간판이 눈에 거슬린다. 개성도 없고 너무 일률적이다. 그리고 서울에는 여행객들이 쉽게 머물 수 있는 찜질방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 물건을 잘 보관할 수 있는 시설과 숙면 방이 잘 갖추어진 곳이면 더 좋겠다. 찜질방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색 있는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목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 수도 있고, 또 여러 사람이 함께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옛날에 객주방에 모인 것처럼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안겨 줄 수 있는 여행의 명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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