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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어르신 위안되고자 했는데 구속? 석방해야"

울산시민사회연대, 성명서 내고 즉각 석방 촉구

등록|2014.01.09 16:46 수정|2014.01.09 16:46

▲ 울산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17일 낮 밀양 어르신들과 함께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이복순


지난 7일 밀양 초고압 송전선 건설현장에서 컨테이너 설치 문제로 경찰과 마찰을 빚은 5명의 시민이 연행돼 3명은 나왔지만 2명은 구속영장 실질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2명 중 한 명은 울산시민사회의 밀양어르신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울산시민연대 정아무개 활동가로 확인됐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는 경찰의 '찍어내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울산시민사회연대회의는 9일 성명을 내고 밀양 송전탑 연대활동가 연행을 규탄하면서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2013년 10월 1일, 한국전력공사가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지역인 울산에서도 많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밀양으로 어른신들을 도우러 갔다.

환경단체 회원은 물론 야당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백 명은 이후 현재까지 생업을 이어가며 교대로 밀양을 오가며 연대활동을 통해 밀양어른신을 돕는 한편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울산에서 이처럼 시민사회가 밀양 어르신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밀양 송전탑 문제가 울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 이 송전탑에는 울산에서 건설중인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생산되는 초고압 전기가 공급되는데,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을 끝내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반영된 것이다.

밀양 송전탑 연대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단체 중 하나가 울산환경운동연합과 울산시민연대로, 이들 단체는 2000년대 중반 신고리원전 3~4호기의 울산 울주군 건설 때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구하며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단체이기도 하다.

최민식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는 "적어도 시민단체나 환경단체 활동을 한다면 이번 밀양 송전탑처럼 절규하는 어르신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런 면에서 경찰에 연행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공공의 이익과 밀양 어르신들을 위해 아무런 사심없이 희생한 경우"라고 말했다.

울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에서 "구속영장 실질검사 중에 있는 이들은 바로 옆 집, 옆 동네의 지인이 두 명이나 자살로 정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던 곳에서 노구를 이끌고 추운 겨울바람 속에 서 있어야만 하는 어르신 옆에서 자그마한 위안이 되고자 했던 이들이다"라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밀양 초고압 송전선 건설현장은 정부와 국민간의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평생 살아온 거주지와 살아온 방식을 버려야 하는 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곳"이라며 "환갑을 넘어선 어르신들이 대다수인 곳"이라고 밝혔다.

또한 "어르신들은 '국민의 기본권'과 같은 어려운 말보다 국가와 공권력이라는 것이 어쩌면 나의 위에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 왔던 분들"이라며 "현재 구속영장실질검사를 받고있는 이들은 이런 곳에서 국가의 정책이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어르신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인을 눈물로 기억하는 어르신의 옆에서 위안이 되고자 한겨울 바람이 부는 천막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함께 해 왔던 이들"이라며 "765KV라는 가늠하기 힘들 만큼의 초고압 송전선이 들어서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분들을 돕기 위한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로 연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시민사회연대회의는 "이번 경찰 연행과 구속 실질심사 등 사태의 시작은 경찰이 식사를 하고 있던 주민들을 둘러싸면서 긴장이 높아졌고, 소화기로 모닥불을 끄고 식기를 발로 차는 등 자극적인 행동이 먼저 이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찰 숙영용 컨테이너가 주민들의 동의나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마을 앞 도로 건너에 설치되면서 해당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컨테이너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국민의 우려가 많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민주주의적 타협이 필요하다"며 "어르신들의 위안이 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함께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구속과 같은 대응은 대화의 단절을 상징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연행과 구속은 국가에 의한 삶의 터전과 건강, 국민의 기본권을 염려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위안과 함께하고자하는 손길을 빼앗는 것"이라며 "밀양의 눈물이 더 흐르게 해서는 안된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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