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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낚시를 해? 한번 확인해보시죠

산천어축제장에 등장한 자동 낚시대

등록|2014.01.10 19:59 수정|2014.01.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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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자동 낚시대화천 산천어 축제장에 자동 낚시대가 등장했다. ⓒ 신광태


"와! 신기하다. 이거 어떻게 만들었지?"

지난 9일,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장 상류에 위치한 예약낚시터. 얼음위에서 자동으로 고패질(낚시대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행위)을 하는 조그만 기계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신기하다는 듯 들여다보는 아이들과 '어이없다'는 어른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자동 낚시대. 낚시틀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작자인 화천군청 기획감사실 길상수 주무관은 '자동 낚시대'라고 우긴다.

"집에서 쓰던 드릴에 톱니바퀴 연결너트를 이용해 낚시대를 연결했어요."

길 주무관은 질문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설명을 해준다. 덧붙여 나무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친환경 상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케이스를 스치로폼으로 했는데 친환경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자칫 기술의 노하우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가리는 용도이지 별 의미는 없다"고 대답했다.

▲ "이렇게 설치를 하면 됩니다" 산천어 자동낚시대 개발자인 길상수 주무관은 직접 설치 시범을 보였다. ⓒ 신광태


루어낚시에 관심이 많았던 길상수 주무관은 산천어 낚시터에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축제 개최 20일 전에 설계를 마치고 보름간 제작에 착수했다. 낚시대가 위 아래가 아닌 좌우로 움직이는 현상도 바로잡았다. 보다 더 과학적인 방법에 몰두한 끝에 낚시대의 동작 속도 조절도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산천어 자동 낚시대, SNS 반응은?

"우리과 길상수 주무관이 개발한 자동 산천어 낚시대... 특허 등록 한다는데 망할 거 같음 ㅋㅋㅋ"

위 내용과 함께 동영상을 페이북에 올렸다. 반응은 참 다양했다. '낚시는 손맛인데, 틀림없이 망한다에 한표 추가' '개그소재로는 대박' '발명은 생활속 불편함에서 온다더니 아이디어는 최고다' '그나마 특허 출원비라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다' 등 수십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그중 가장 많은 댓글은 '잡았느냐?'는 질문이었다. 역시 기계로 산천어를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손맛을 본다

▲ 산천어 자동 낚시대를 개발한 길상수 주무관 ⓒ 신광태


엉뚱한 발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길상수 주무관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많은 사람들이 낚시는 손맛이라고 말한다. 이 기계는 누구를 위한 건가?
"낚시터를 보면 한동안 산천어가 잡히지 않으면 딴전을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낚시는 끈기다. 그런 사람들은 이 기계를 설치해 놓고 딴 짓을 해도 된다. 또 추워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나 잠시 자리를 비울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 특허를 내도 될 정도로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제작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솔직히 낚시터를 보면 적막할 정도로 모두 낚시에만 열중한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이벤트를 생각했다. 산천어 낚시와 관계된 것을 구상하다가 자동 낚시대를 만들었다. 퇴근 후 보름 정도 틈틈이 작업을 하면서도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다. 제작비용은 대략 10만 원 정도 든 것 같다."

- 산천어가 낚였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나?
"다소 원시적일지 모르지만 낚시대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다 갑자기 불규칙적이 되면 물렸다고 보면 된다. 그럴 때 얼른 끌어 올리면 된다."

- 산천어 자동 낚시대. 견고하게는 보이는데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 처음 등장을 시켰는데, 아이들의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수달 모양의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다. 수달이 산천어를 잡는 콘셉트이면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 (이 낚시대의) 보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배터리 문제다. 춥기 때문에 1시간이면 방전된다. 그래서 두 개의 배터리를 준비해 번갈아 충전하고 있는데, 사실 불편하다. 또 산천어가 잡혔을 때 낚시대의 불규칙한 동작으로 판단하는 것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벨이나 방울을 다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더니, '잡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일 많았다.
"딱 한 마리 잡았다. 그런데 에러가 더 많았다. 왜냐면 물고기가 걸렸을 경우 강한 챔질이 필요한데 이 기계는 그걸 모른다. 분석해 보니까 물고기가 물었어도 강한 챔질이 없다면 성공률은 20%미만으로 보인다."

- 다수의 사람들이 '특허로 등록하면 망한다'에 동조했다
"애초에 특허엔 관심도 없었다. 순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 낚시는 손맛이다. '등록을 하면 망한다'에 나도 한표 추가한다.(웃음)"

▲ 산천어축제 예약 낚시터엔 평일에도 수천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 신광태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개막 10일째인 10일. 36만5300명의 관광객이 화천을 찾았다. 즐거우니까 축제다. 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선사하겠다"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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