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그들은 왜 화천군과의 협약을 원했을까
강원도 화천군 & 미국 애리조나주 문화교류 협약
▲ 지난 1월12일, 화천군과 미국 애리조나주는 문화교류 협약식을 체결했다(가운데 정갑철 화천군수) ⓒ 신광태
"산천어축제가 왜 세계적인 축제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 애리조나 투산시(市)에서 계획 중인 아이스 카빈 페스티벌에 산천어축제 성공모델을 꼭 적용해 보고 싶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개막 8일째인 12일. 화천군과 미국 애리조나주는 '상호 문화교류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화천군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애리조나주 Mr. Robert E. Walkup(명예영사)와 Ms. Mia J. Hansen(IFEA애리조나 협의회장)씨 등 정갑철 화천군수를 비롯한 양 지자체 관계자 10여 명이 참여했다.
협약 주요내용은 ▲양 도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업무능력 증진을 휘한 상호교류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청소년의 다양한 문화체험 교류 ▲양 도시의 문화체육 교류 및 애리조나에서 추진 중인 아이스 페스티벌(Ice festival) 준비를 위한 화천군 협력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애리조나주 참전용사 방한 시 협조 등의 내용이다.
지자체를 대표하는 것을 행정관료? 한국적 발상
"협약을 위해 참여한 사람들이 애리조나주의 대표성을 띤 행정 관료도 아니다.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협약서에 서명을 한 사람은 명예영사이며 애리조나 투산시장을 세 번 역임한 Robert E. Walkup씨와 IFEA(세계축제도시 협회) 애리조나 협회장인 Mia j. Hansen씨이다. 또 이번 협약은 애리조나주 정부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그곳의 대표성을 띤 인사가 참여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궁금했다.
"한국적인 발상이다. 미국의 경우 전(前) 시장이 시를 대표하는 경우도 흔하며, 전임자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다. 민간인을 주 정부의 대표로 파견하는 경우도 있다."
인솔자라고 신분을 밝힌 한 인사의 말이다.
▲ 지난 1월11일 항공에서 바라본 산천어축제장. 이날 하루 15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 신광태
"산천어축제 8일 동안54만6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외국 언론사에서 194회에 걸쳐 보도를 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많은 18회를 소개했다는 것에 대해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3일 동안 이곳에서 보고 겪은 놀라운 것들에 대해 주지사에게 정식으로 보고를 할 계획이다."
Robert E. Walkup씨는 협약식 인사말에서 "산천어축제를 왜 CNN에서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었는지에 대해 몸소 느꼈다"며, 애리조나주 사람들에게 화천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2만 명이 넘는 동남아 관광객들, 우연이 아니다
산천어축제기간 23일 동안 2만여 명이 넘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화천을 찾는다. 우연한 일이 아니다. 2009년 정갑철 화천군수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홍콩을 대상으로 산천어축제 홍보투어에 나섰다. 화천과 상반된 계절을 끼고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했다. '눈이란 것이 무엇인지, 얼음낚시는 어떤 느낌인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듬해 산천어축제장엔 수천 명의 동남아 관광객들로 넘쳤다. 그들은 돌아가 블로그나 메신저를 통해 산천어 낚시 풍경 등 화천의 겨울을 알렸다. 이런 관광객들에 의한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산천어축제장엔 수만 명의 동남아 관광객들로 붐빈다.
▲ 2009년 협약체결 이후 수많은 동남아 관광객들이 화천을 찾는다. ⓒ 신광태
CNN도 거들었다. 2011년 12월, 미국의 CNN은 화천 산천어축제를 겨울철 7대불가사의로 선정했다. 수천 명이 얼음위에서 낚시를 하는 풍경과 맨손으로 얼음물 속에서 산천어를 잡는 장면에 대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고까지 표현했다. 이후 가장 많은 취재를 다녀간 외국 언론사는 단연 미국이다. 지난 11일, 산천어축제장을 찾은 ABC뉴스는 축제장 풍경과 축제로 인한 지역의 변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왜 화천과 협약을 요청했나
"애리조나는 인구만 해도 500만 명이 넘는다. 화천(2만5천명)에 비하면 200배나 많다. 국민소득도 큰 차이를 보인다. 철저한 협약내용 이행을 통해 상호 Win-Win 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
애리조나주와 화천군의 인연은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IFEA(세계축제협회)초청으로 지난해 9월13일 미국 피츠버그를 방문했다. 화천군의 축제도시 선정에 따른 수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정군수는 산천어축제로 인해 지역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와 국내 내수면 어업활성화를 비롯한 겨울철 경제활동 인구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던 사람이 IFEA 애리조나 협회장인 Mia j. Hansen씨였다는 것이 정갑철 군수의 설명이다.
▲ 하늘에서 바라 본 화천읍내. 왜 물의나라, 얼음나라 라고 표현하는지 실감난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쌓여 있다. ⓒ 신광태
각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외국과 인적 물적 교류에 나선다.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권 국가들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의 교류는 흔치않다. 양국간 인구나 교류대상의 불균형 때문이다.
화천군과 애리조나주도 평등해 보이진 않는다. 인구(애리조나 5,130,000여명, 화천군 25,000여명)의 차이와 면적(애리조나 295,254km², 화천군 909km²) 등 어느 것 하나 비슷한 부분이 없다. 그런데 애로조나 주정부에서 화천군에 문화교류 협약을 요청했다.
산천어축제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처럼 비교적 따뜻한 날씨의 애리조나주 정부는 겨울상품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 화천 산천어축제'를 모델로 정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협약서의 내용처럼) 조건도 제시했다.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증진을 위한 상호교류, 청소년들을 위한 상호 문화교류,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의 한국방문 기회제공 등이다. 양 지자체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화천산천어축제 운영 시스템이 미국에 소개되고, 38선 이북 조그만 산골마을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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