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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철학이 삶을 구할 수 있다면>

등록|2014.01.13 09:25 수정|2014.01.13 09:25
개가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가? 개의 탁월성을 갖추었을 때다. 말(馬)이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가? 말의 탁월성을 갖추었을 때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가? 인간의 탁월성을 갖추었을 때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젊은 그대여. 그대가 아름답기 원한다면 인간의 탁월성을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탁월성이란 무엇인가? 그대가 공평하게 사람들을 칭찬할 때, 칭찬받는 그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라. 그대가 칭찬하는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인가 불의한 사람인가? -에픽테토스-

연초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한다. '살을 뺀다', '외국어를 한다', '금연을 한다', '저축을 한다' 등 평소에 하지 못한 것들을 이루리라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이다. 이렇게 뭔가 특정해서 열심히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연초가 된 김에 인생철학을 한번쯤 고민해 보면 어떨까? 정말이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왜 태어나서 이 고생을, 아니면 이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좀 편안한 인생을 위한 해답은, 도대체 있기는 한 것인지 도움말을 주는 책을 소개한다.

제목이 거창하다. <철학이 삶을 구할 수 있다면>이다. 지금으로부터 이천년 전 그러니까 서기가 막 시작될 무렵의 철학자 세 분이 우리의 삶과 말, 그리고 실천을 도와줄 조언자로 소개되고 있다.

▲ <철학이 삶을 구할 수 있다면>의 표지 ⓒ 중앙북스

그 주인공은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다. 이름은 익숙하다. 이들은 모두 스토아철학자들인데, 학창시절 스토아학파는 우리에게 금욕과 절제를 요구한다고 배운 기억이 있다. 과연 절제와 금욕 그리고 이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하다. 이 시절에 맞는 화두이기도 한 것 같다. 과연 이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제하게 되는 지 한 분씩 만나보자.

영혼의 치료사, 세네카

진짜 문제는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인생의 수많은 날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결코, 짧지 않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쓴다면 위대한 꿈을 이룰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다.

처음 만나게 되는 철학자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B.C. 4년 경~A.D. 65년)다. 세네카는 법조인이자 정치가였는데 무엇보다 자신을 철학자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고귀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지혜를 알고, 이해하고 결국에는 그 지혜를 열렬하게 추구하는 활동'인 철학을 공부해야만 한다고 갈파했다.

철학적 삶, 즉 진리와 지혜를 추구하는 삶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세네카는 우선 목표를 세우라고 말한다. 단, 목표를 세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욕망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목표는 절대 선(善)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는 이상(理想)에 부합된다. 그런데 이상이 곧 욕망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내적 확신을 확립하라고 한다. 내적 확신이 충만하게 되면 어려운 상황, 즉 위기조차도 삶의 목표를 위해 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명한 자는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즉 결과가 좋다면 통제할 것이고 결과가 나쁘면 극복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되면 이른바,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공고해지면서 어지간한 고난 정도는 즐길 수 있게 된다.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맞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 하고 꾸준함을 견지한다. 자칫 샛길로 빠질 수도 있음을 경계하면서 저자 모리스는 우리의 내면을 다스리기 위해 세네카의 두 가지 처방을 소개한다. 첫째, 본보기로 삼을 만한 인물을 '모방하라', 둘째 내 행동과 계획을, 신문 일면에 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규제하라'

세네카는 네로황제시절 법조인이자 정치가로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네로황제에 의해 사사 당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죽음에 임했다고 한다. 철학적 사유가 실천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자유의지의 수호자, 에픽테토스

서두에 인간의 탁월성 운운한 에픽테토스가 우리의 삶을 구원해 줄 두 번째 조언자다. 서기 55년 경에 태어나 135년 경에 사망한 에픽테토스는 노예였다. 그런데 그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예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부와 명예 등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노예출신이어서인지 에픽테토스는 인간의 자유, 해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근심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는 철학의 탐구 주제가 다름 아닌 '내면의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를 압박하는 것도, 곤경에 빠뜨리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는 이 평범한 진리를 기억하라. 실제로 우리를 압박하고 제약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행복이 외부의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하는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은 우리가 내면에 집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공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누구든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불행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외부의 조건이라는 것은 결국, 부(富)를 말하는 것인데, 로마의 시인 테렌티우스는 '부는 그것을 사용할 줄 아는 이들에게는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는 저주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내면의 자아에 충실할 때 따라오는 것들이 부와 명예와 같은 외적요인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 우리가 외적요인들에 의해 행복해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에픽테토스는 원치 않은 일이 뜻밖에 전개되었을 때 우리가 보이는 반응을 세 가지 소개한다. 첫째, 분노, 둘 째, 조치(교정), 셋째, 수용이 그 세 가지다. 그는 스토아적 자유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인 분노(짜증, 좌절, 적대감 등을 포함)를 통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 맥락화(contextualization)이다. 발생한 사건을 적절한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것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실망스럽지도 않은 일로 보일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기존관점을 변경해보는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 쉬고 머릿속을 깨끗이 비운 뒤 차분한 마음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현상아 잠시 기다려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상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연습을 해보자는 것이다.

내면의 안내자, 아우렐리우스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는 서기 121년에 태어나 마흔 살에 로마황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영원에 비하면 인생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 하는 주제에 천착한 그는 기도나 명상을 위해 특별한 장소로 이동할 필요 없이 늘 스스로에게 자문(自問)할 것을 주장한다. 그는 명상록에 '목표가 없는 인생은 골문이 없는 축구장에서 공을 차는 것과 같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 또한 목표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실천을 강조한다.

이 세 번째 조언자인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의 철학적 실천을 저자 모리스가 3D 접근법으로 정리한다. 첫째,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라(Discover), 둘째, 그 재능을 계발하라(Develop), 셋째, 자신과 남의 유익을 위해 세상에서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라(Deploy).

2000년 전에 살다간 세 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을 살펴보자면 선한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는 것이다. 분노와 현상의 노예가 되지 말 것이며 천년만년 살 것처럼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한다. 각자의 실천적 행동으로 내면의 힘을 기르라는 것이 그들 철학의 핵심임을 놓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에픽테토스는 인간의 탁월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정의로움, 절제력 등의 미덕을 무시하는 한, 아무리 아름답게 보이려고 노력할지라도 그대는 진정 추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철학이 삶을 구할 수 있다면, 톰모리스 지음, 이주만 옮김, 2013년 12월, 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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