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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위 '도박천국' 이탈리아... 이걸 어쩌나

[해외리포트] 90만명 '도박' 중독자... 한 해 1150억 유로 도박에 사용

등록|2014.01.13 14:42 수정|2014.01.14 09:04

▲ 비디오 포커, 슬롯머신, 빙고게임 등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기존 이탈리아 도박을 대변하던 카지노는 하락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 sxc


유럽 1위.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가 '도박' 분야에서 유지하고 있는 순위다. 이렇듯 이탈리아인들의 도박중독 실태는 '심각'이란 단어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대부분 도박 중독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이탈리아에선 가정경제 파탄과 가정 붕괴를 넘어서 청소년 탈선, 마약 및 불법단체들과의 연루까지 여러 방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도박중독자들의 치료를 돕는 이탈리아 사회단체인 '자유협회(Associazione Libera)'를 운영중인 루이지 치오티 신부(L.Ciotti)와 검사 디아나 데 마르티노(D.De Martino, 안티 마피아 검사회 소속)가 낸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 22개 도시에 40만개의 슬롯머신이 있고, 5000개의 크고 작은 도박업체들이 성업 중인데다, 12만 명의 사람들이 도박업에 종사하고 있다. 비디오 포커, 슬롯머신, 빙고게임 등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기존 이탈리아 도박을 대변하던 카지노는 하락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이코노믹스>(Economic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 6100만 명(2011년) 중 80~90만 명이 심각한 중독자 수준이고 200만 명이 중독가능성을 내포한 주의대상 집단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11년 이미 도박에 소요된 신고액이 761억 유로(실제 추정액수는 860억 유로)를 기록했고 2013년 결산 결과, 신고 액수만 980억 유로(실제 추정액수 1150억 유로)에 달했다고 한다.

지역별로 보면,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 지방이 20억 58만6000 유로로 가장 높았고 이외에는 중·남부 지방들의 도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부 캄파니아 지방에선 10억 79만 5000유로가 도박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도시들의 도박률은 해마다 급상승하고 있다. 도박이 가장 흥행한 곳은 로마이며 밀라노를 제외한 대부분의 북부도시들의 도박률은 남부에 비해 낮았다.

성인들 못지않게 청소년들 도박 중독도 심각

이탈리아 파르마(Parma) 도시의 정신과 의사 루치아 지우티나(L.Giutina)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3년 말 현재 100중 43명이 전문적 재활치료를 필요로 하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미미한 중독 증세까지 합친다면 100명 중 90여명 이상이 도박을 경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독 상태가 가장 심각한 연령대는 45~50세 남성들로 대부분 슬롯머신과 비디오포커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에 중독된 이들은 1년 반에서 2년 동안 집중적인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대다수가 초반 치료 기간인 1년을 못 넘기고 다시 중독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성인들의 도박중독 못지않게 이탈리아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 도박률은 해마다 13%씩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밀라노 가톨릭병원 소아정신과 과장 베르나르도(L.Bernardo)는 지난 2011년 나온 국회보고서에서 "12~17세에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소년 도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역시 남부지방이었다. 캄파니아와 풀리아가 각각 57%를, 바실리카타가 57.6%의 청소년 도박률을 기록했다. 청소년 도박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교육열이 높고 부유층이 모여 있다는 베네치아의 베네토지방(36%)과 볼차노가 있는 트렌토 티롤지방(35.8%) 등 북부였다. 특히 남부지방 청소년들의 자살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도박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각종 수치만 들여다봐도 상황이 무척 심각하지만 이탈리아 정부의 도박 규제는 해마다 완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정당간의 공방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당연히 규제해야 하지만 도박업에서 걷어 들이는 과세소득이 적지 않아, 실용적으로 접근해 산업화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2003년 이후로는 유럽 법에 의거해 점차 그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사실 도박 관련 유럽 법엔 몇 가지 모순된 점들이 있다. 특히 유럽 회원국 간 온라인 도박 서비스가 무역자유화 대상에 포함된다며 시장이 개방되길 원하면서도 지나친 도박 장려는 꺼리는 모습이 그것이다.

"베를루스코니나 레타 총리나 거기서 거기다"

▲ 이탈리아인들의 도박중독 실태는 '심각'이란 단어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 sxc

지난 2011년 들어선 '경제통' 마리오 몬티 전 총리 내각 땐 정부의 적극적 완화 조치에 힘입어 각종 도박 사업들이 폭발적으로 유치됐다고 한다. 이후 2013년 들어선 민주당의 레타 현 총리는 민주가톨릭당, 자유국민당, 민주당 내의 가톨릭 의원들과 연대해 도박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도박 중독자들을 돕는 활동에 앞장선 도시들의 예산을 삭감했다.

또 온라인 도박 중독을 규제하는 지방정부들에게 중앙 정부 차원에서 벌금을 물리고 있다. 이런 행보는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뉴욕타임스>가 그동안 제기했던 것처럼 '교황청의 블랙머니 연루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 이탈리아 시민은 이에 대해 "부패했던 베를루스코니(자유국민당)나 도박 사업으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레타 총리(민주당)나 거기서 거기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자유국민당의 라파엘로 라우로(R.Lauro)를 비롯해 외국인차별법으로 유명한 북부연합당, 그리고 진보당인 5성당 등은 새로운 도박 규제법의 국회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리더로 떠오른 마테오 렌치 역시 온라인 도박 사업에 대한 법적 규제와 함께 유럽탈퇴를 외치고 있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20년 간 도박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매해 평균 500억 유로)를 유럽공동체에 지원해왔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07년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 간 유럽통신협정을 위반한 684개 도박 사이트의 접속을 일제히 봉쇄했으나, 도박에 관한 유럽 법들에 모순되는 조항이 많아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도박에 관해선 국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각 개인의 판단과 자유 역량에 맡긴다'고 밝혔지만, 도박 중독으로 빚어지는 각종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따라서 일부에선 감성적 성격과 방송 프로그램의 절반을 쇼프로가 차지하는 등 즉흥적이고 유흥적인 분위기가 강한 이탈리아 정서를 감안할 때, 도박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도박'이란 깊은 늪에 빠진 이탈리아가 어떻게 그곳에서 빠져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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