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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파업 삼성서비스 노동자 "경총 대신 삼성 나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 6개 협력사 노동자들, 13일 파업

등록|2014.01.13 14:13 수정|2014.01.13 14:18

▲ 13일 하루동안 파업에 들어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지역 노동자들이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센터 앞에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고있다. ⓒ 정민규


"경총 뒤에 숨어있는 삼성은 즉각 교섭에 나서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아래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13일 하루 동안 드라이버를 내려놓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간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가 대신하고 있는 노조와의 교섭에 삼성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센터에 모인 부산·양산 지역 6개 협력사 노동자들은 경총의 교섭을 불성실하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분노를 불러 모은 건 '교섭 시간끌기'였다. 노조는 "11월 4일 경총의 요구대로 임금, 복리후생, 근로조건 개선, 노조활동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125개 조항의 임금 및 단체 협약안을 사업주들에게 전달했다"며 "(경총은) 핵심 요구인 임금과 복리후생, 근로조건 개선은 지금까지 검토중이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불성실한 교섭을 이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지난 3일에는 경총 측의 교섭태도를 항의하던 노조 측 교섭위원에게 경총이 교섭위원 배제를 요구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한 실정이다. 노조 역시 지난 10일 경총에 "시간끌기만 일삼아온 경총 교섭팀의 불성실한 교섭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며 경총 교섭팀의 교체 요구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노동자들은 이 문제가 삼성이 전면에 나서야 해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자신들을 "삼성공화국과 이건희라는 골리앗에 맞선 이 시대의 다윗"이라고 표현했다. 라 부지회장은 이날 노동자들을 향해 "멀리 해남에서부터, 북쪽의 춘천과 파주까지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의 투쟁에 서막이 올랐다"며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단결된 투쟁 뿐임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부산 지역 센터서 잇달아 파업 집회 열어... "정당한 권리 되찾자"

▲ 13일 하루동안 파업에 들어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지역 노동자들이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센터 앞에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고있다. ⓒ 정민규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성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여러분이 승리하면 다른 분회에서도 여러분의 투쟁을 보고 삼성과 싸울 수 있다"면서 "삼성 자본이 나오지 않으면 경총을 물고 늘어져 '바지사장'이 폭로될 수 있도록 강한 투쟁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박 지회장이 말한 '바지사장'이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에 형식상 가짜 사장을 앉혀두고 있다는 노조 측의 의혹을 의미한다.  

이동석 노조 남부분회 대의원도 "바지 사장들은 말로만 서비스기사들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생각이 있다면 저희와 같이 나가야 한다"며 "저희와 같이 가시는 길만이 궁극적으로 바지 사장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 본다"고 거들었다.

동시에 노동자들은 회사 측이 노골적인 표적감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윤연일 해운대분회장은 "노조 간부 5명이 표적감사 대상이 되었다"며 "매년 한번씩 하던 감사를 3년치를 한꺼번에 들고와서 하고 벌써 4차 인사위원회까지 개최했다며 우리에게는 인사위가 언제 열리는지도 제시 안했으면서 나중에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분회장은 "이 파업에 돌입하면 그 표적감사를 갖고 저희들을 압박할 것 같다"며 "투쟁만이 살 길이라 생각한다"고 외쳤다.

강문수 부산 광안센터 분회장은 노동자들을 향해 흔들리지 않는 싸움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을 삼성 또한 걱정한다"며 "우리가 뭉쳐 한 목소리와 한 방향으로 삼성이 주는 콩고물에 놀아나지 않을 때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센터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마친 노동자들은 곧바로 동래센터와 부산진 애니콜센터, 가야센터도 방문해 집회를 열었다.

이같은 직접 교섭 요구와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사는 독립된 법인으로 각각의 사장이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또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서비스로 청구하는 도급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례적으로 검증을 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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