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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대와 옛 기차역의 낭만이 살아있는 곳

경남 진주시 천전동 두리번 거리기

등록|2014.01.14 14:14 수정|2014.01.15 10:06

▲ 경남 진주시 망진산 봉수대 ⓒ 진주같이


경남 진주 천전동은 지난 5월 행정동 통합에 따라 천전지구 3개동(망경동, 강남동, 칠암동)이 통합됐다. 망진산 아래와 남강변을 중심으로 주거지역, 아파트단지, 자연마을로 형성된 도농복합형 지역이다. 진주시의 10%인 3만4300여 명이 살고 있다. 지명에서 엿볼 수 있듯이 남강(南江)의 앞쪽이라 해서 내앞, 한자로 천전(川前)이다. 진주문화원에서 발행한 '진주 지명사'에 따르면 이곳 주변 지역이 '치암이나루터'라 불리었다.

육거리는 어디로든 통한다

천전(川前)동. 1970년대 후반까지 남아있던 남강변 대숲 물결은 사라졌다. 천수교에서 진양교까지 약 4㎞에 걸쳐 조성된 남가람 문화거리 일부에 '대밭 공원'이 조성돼 있어 다만 옛 시절을 짐작케 할 뿐이다. 10월이면 이곳 남가람 문화거리와 강변 둔치는 개천예술제, 유등축제 등 축제의 중심지가 되고, 매년 5월 말이면 경남도문화예술회관 앞 둔치에서 민간 자생·자립 축제인 국제탈춤한마당이 열린다. 또 천전동에는 망진산 봉수대가 있고, 100년 역사의 경남과학기술대학이 있고, 문화재로 등록된 옛 진주역 차량정비고가 있다. 지금은 폐역이 된 90년 역사의 진주역과 경전선 철길이 있다.

망진산 봉수대는 동네 주민들은 물론 진주 시민들이 사랑하는 장소이다. 봉수대에 오르면 서쪽으로는 진양호댐에서 흘러나오는 남강과 신안평거동 일대, 북동쪽으로는 진주성과 도심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게다가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고 흐르는 남강 물빛을 바라보거나 한 밤의 별바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망진산 봉수대가 진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다. 겨울이라도 햇볕 좋은 날이면 봉수대까지 오르는 차량들이 제법이다.

천전동에는 동네 유래를 담은 친근한 옛 지명들이 아직 남아있다. 배건네, 섭천, 역전사거리 등은 쓰이지는 않지만 아직도 귀에 익다. 이 중 '육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지명이다. 육거리는 남강으로, 시내 중앙통으로, 진주역으로, 하동으로 이어지는 6갈래 도로가 나있어 육거리라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 주민들은 "사변 때도 육거리라 했으니 일제 때부터 그리 된 거 아이가"라고 말한다. 육거리는 말 그대로 망경남·북동과 강남동을 아우르는 '알만한 거리'였다. 뚝방전설을 능가하는 '육거리전설'이 곧잘 입에 올랐고, 추억 속 '칠공주'가 껌 씹으며 다리 흔들던 곳이고, 귀신같은 남바위가 들락거렸다는 곳이다.

아파트형 공장, 어떤 사업인지 아직...

천전동주민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천전동은 현재 국도2, 3호선이 지나고 진주교와 천수교, 진양교를 잇는 시내 사통팔달의 교통연결 요충지이며 대학촌, 종합병원 등 의료시설이 집중해 있어 서부경남 지역민들이 찾는 곳이다.

천전동 역전 사거리에는 각종 병원과 의료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서부 경남 대다수 주민들이 병이 나면 이곳으로 몰려온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남을 대표하던 대동기어 옛터 일대는 이제 금호, 현대, 한보아파트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로 변했다. 진주역은 경전선 복선 전철화(2012.12월)로 개양(가호동)으로 이전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 사이에는 옛 진주역과 경전선 부지를 시민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등 활용 계획이 얘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림의 떡'이다. 현재는 소유권을 가진 코레일로부터 진주시가 부지 매입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큰 이변은 망경동 일대 땅값이 들썩였다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싼 땅'으로 고착되어 있던 이 일대 건물, 땅값 등이 부쩍 상승세를 쳤고 주민들의 기대심리는 높아졌다. 큰 요인 중 하나는 아파트형 공장(지식산업센터) 건립 계획이다. 사업용역보고서는 이미 나와 있고 진주시 관계자는 "시비 전액 사업은 할 수 없고 60%는 국비여야 한다"며 "국비 확보를 위해 뛰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공유재산관리계획으로 시의회에서 통과되었고, 이미 부지 매입 예산으로 42억 원이 결정돼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보상협의 중이며 3~4월부터 부지 매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파트형 공장? 시민들은 그게 진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실제로 망경동 주민들에게 혜택이 있는지 아직 어떤 사업인지 잘 모르고 있다. 이후 아파트형 공장 건립 사업에 있어 진주시가 국비 지원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무엇보다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채워나가는지 눈여겨 볼 일이다.

▲ 폐역이 된 옛 진주역과 철로를 걷어낸 경전선 철길 ⓒ 진주같이


옛 진주역과 차량정비고 활용 방안은?

황량하다. 현재 옛 진주역과 경전선 철길은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옛 진주역은 1925년 6월 1일 천전동으로 통합된 강남동에서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삼랑진과 진주 구간을 오가는 경전선이 1923년 12월 1일 개통했으니 이로부터 꼭 1년 6개월 후에 역이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진주역은 경전선 복전 전철화 공사가 완료되면서 2012년 10월 23일 가좌동으로 이전했다. 현재 옛 진주역은 자영업자가 코레일에서 임대받아 삼겹살식당, 생선구이집 등 2개의 식당과 1개의 작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시민 황만호(진주 주약동)씨는 "없는 것도 만들어 스토리텔링이다 뭐다하면서, 90년 가까이 시민들의 애환과 추억을 간직한 역 건물하나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코레일 재산이라고 하지만 코레일도 지역 자산은 지역에 돌려준다는 생각을 하고 진주시도 나서서 적극적인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레일과 진주시가 철도사에 대한 기록 정신이나 지역 자산 보존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이 없다는 게 시민들의 생각이다.

▲ 옛 진주역 차량정비고 ⓒ 진주같이


옛 진주역 뒤편에 있는 차량정비고는 2005년 9월 14일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02호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문화재청으로부터 건축·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차량정비고는 1925년 진주역이 건립되면서 그 무렵 설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벽면 여기저기 육안으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움푹 팬 흔적들이 있는데, 한국전쟁 당시 총탄 흔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 또한 등록문화재이지만 관리 소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 역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시민 강선영(진주 망경동)씨는 "문화재청은 지정만 하고 이에 따른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정작 진주시는 시 관할이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행정 절차적인 부분으로 서로 미루기만 하는데 시민들은 지역에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옛 경전선 철길은 철로를 다 걷어내어 언제 여기가 기찻길이었는가 싶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 옛 진주역과 옛 경전선, 차량정비고는 지역 문화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분명하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자칫 '보존'은 고사하고 '우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경남문화예술회관 ⓒ 진주같이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문화공공사업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진주 시민들에겐 '도청 소재지와 바꾼 것'이라는 인식이 크다. 또 이와 함께 큰 의미는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건축가 이수근의 작품인 국립진주박물관과 함께 진주에서 내세울 수 있는 건축물 중 하나이다.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는 전통 건축의 지붕선을 강조하고 이를 현재적인 방식으로 접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콘크리트 건축물에서 한옥의 조형미가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18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면서 '오히려 김중업 건축을 베려놨다'는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에 대해 건축가 박범주(코앞건설 대표)는 "유연한 곡선미와 조형미를 자랑하는 김중업 건축의 힘이 감소된 점은 있다"며 "하지만 관람객 편의나 활용도를 높인 측면은 있다. 물론 좀 더 김중업 선생의 건축미를 좀 더 살리면서 리모델링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1988년 개관한 국내 최초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2층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1564석이 객석이 갖춰진 공연장과 전문 미술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경남도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개관이후 예산 규모나 활용도 측면에 있어 경남도의 위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오랫동안 받아왔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 관계자는 "도청과 맞바꿨다는 피해의식이 아니라 도문화예술회관이니만큼 그에 맞는 예산 편성과 운영을 해달라는 요구다"며 "수지타산이 안 맞다고 구조조정을 하거나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문화공공사업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 경남 진주시 천전동 지역도 ⓒ 진주같이


<천전동 100배 즐기기>
1. 동네 두리번거리기 = 망진산 봉수대 ->옛 진주역과 옛 경전선, 차량정비고 인근 ->경남과학기술대학 100년 정원 ->경남문화예술회관 ->남가람 문화거리 ->유등체험관
(장소별 이동은 자동차로 하고, 각 장소에서는 천천히 걸으면서 넉넉히 3시간 정도면 천전동 기행을 할 수 있다.)
2.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고 싶을 때 = 소소책방, 히말라얀 아트 갤러리, 경남과학기술대학 100년 정원(일명 쥐라기공원)
3. 맛있는 커피나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 커피포트, 까미노, 단디커피,
4. 식후경, 먹고 보자 = 망경식육식당, 경성식육식당, 엄마국수, 천전시장 순댓집, 역전앞 포장마차
덧붙이는 글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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