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황우여·김한길 대표님, 대자보 좀 읽으세요

인턴기자가 여야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청년 찾을 수 없는 신년기자회견

등록|2014.01.14 20:32 수정|2014.01.14 20:32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3, 14일 양일에 걸쳐 신년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신분으로 현장에서 양당 대표의 연설을 직접 보고 기록했습니다.

인상 비평을 하자면, 양당 대표의 기자회견은 비판과 반박의 반복이었습니다.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 황우여 대표는 옹호했고, 김 대표가 '불통이다' 말하면 황 대표는 '소통한다'고 답하는 식이 반복된 거죠. 솔직히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두 분 기자회견에서 '대박' 같은 발언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년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재탕, 삼탕 될 줄은 몰랐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말하는 사람만 바뀌었지 내용의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아쉬운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양당 대표의 기자회견 어디에도 청년을 위한 정책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년의 '안녕'을 묻지 않은 민주당

▲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14일 오전 2시 20분. 기자의 지인 중 하나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이 친구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입니다.

"너무 힘들고 분해서 잠이 안 온다. 이 악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더럽다, 더러워. 이 세상. 내일 아침에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중소기업에 취업했습니다. 넉넉하진 않아도 부모님께 용돈도 매달 드렸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갑자기 안 좋아졌습니다. 대표는 부도 직전에 도망갔습니다. 직장도 잃고 사람도 잃었습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님. 대표님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젊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돌려 묻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새누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지지율이 높은 건 맞습니다. 지난해 11월 P&C 정책개발원에서 '연령별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20-30대의 경우 24%가 새누리당을, 37%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그러나 젊은 사람 모두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30대 무당파층이 30%를 넘습니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할 경우 민주당 지지자의 57%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을 전적으로 지지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표님의 기자회견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13일 대표님의 기자회견에서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은 "국민여론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도 '민생회복', '특검', '대타협', '대북정책', '정당공천 폐지', '을지로 위원회'가 큰 주제가 됐습니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청년으로서 와 닿지 않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 청년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너무 힘들고 분해서" 잠도 못자고 있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표님은 대자보 청년의 물음을 인용해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안녕하지 못하다고 답하실 것을 알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안녕하냐고 물어야 할 청년들의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청년을 들러리 세운 새누리당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님. "70% 가량의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확인해봤습니다.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에서 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대학생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입니다. 70%가 넘는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직을 희망하고 있는데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역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답은 대표님이 인용한 조사에 나와 있습니다(19-1. 중소기업 취업 의향이 없는 이유).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는 '낮은 급여(31%)', '근무 환경 열악(27%)', '복지 부족(17%)' 등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일자리 공시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하셨습니다. 구인처 정보를 공시문으로 작성해 각 동 주민센터 및 구청 홈페이지에 매일 게시하여 구직자에게 구인정보를 제공하고 취업을 돕는 제도라고 합니다(인천 동구 홈페이지). 과연 '일자리 공시'만 한다고 모든 게 해결될까요?

전제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 여건이 개선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수치대로 중소기업 취업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대표님, 14일 회견에서 '중소기업 지원 경제민주화 정책'은 얼마나 강조하셨나요.

80%에 육박하는 청년들이 대학학위를 갖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들 중 약 70%의 청년들이 매일 취업과 학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가는 목적도 졸업 이후의 '취업'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학기 등록금이 평균 300만~400만 원인데도 다니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부모님 지원을 받거나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면서 말입니다. 대학 기간 내내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에 가질 기대감, 당연한 것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청년들이 왜 수천만 원을 들여 대학을 가는지 아셔야 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청년들을 들러리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3일 기자회견에서 황우여 대표님 뒤에 배석해 앉아있던 젊은이들은 누구인가요.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 위원회 대학생분과'라고 들었습니다. 이들 청년들은 기자회견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개조차 없었습니다. 왜 앉혀놓은 겁니까? 새누리당이 청년과 소통한다는 모습 보여주기 위함인가요. '들러리'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 또한 '구태'입니다.

황우여 대표님, 김한길 대표님, 잊으시면 안 됩니다. 청년들이 '살 만한 나라'를 꿈꾸게 해야 합니다. 양당 대표님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글 김종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