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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단장된 '안산 무장애 둘레길'을 돌아보다

안산 무장애길 등산 체험기

등록|2014.01.15 10:03 수정|2014.01.15 10:03
서울의 서쪽에 안산이 있다. 안산은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의 뒷산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서대문구 홍제동과 연희동 - 봉원동 - 북아현동 - 현저동을 끼고 있으며 인왕산과는 무악재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산 정상의 높이는 해발 295미터로 그리 높진 않으나, 남서쪽 사면에 우거진 숲과 북동쪽에 기암절벽이 있어 사계절 나름의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그래서 안산은 서울 서부지역 최대의 녹지 공간으로 30만 서대문구민의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에 안산이 새롭게 달라졌다. 서대문구에서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장애인이나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도 무리없이 안산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홍제동 등 각 방면에서 20여 개의 등산로를 통해서 오로지 정상을 향해 오르는 방법만 있었다. 물론 현재도 현저동 뜰안채 아파트 뒤 안산 중턱에 약 1.2km의 안산산책로가 있고, 구청 뒷산에서 홍제1동과 봉원사 방향으로 약 2.5km의 포장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도로는 구간 별로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본격적인 등산로나 일주도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저 안산 기슭 이곳저곳에 산재한 약수터나 운동 시설의 진입로 역할을 하는데 그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행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은 산에 약수터나 운동시설에 접근하기 힘들었다. 가까이 있으나 오르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곳이었다. 지금까지의 구청장들을 포함한 공무원들은 이런 걸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을 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등산이라니....' 감히 바랄수 없는 불가능한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보통의 관점보다는 다르게,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장애인도 정상인과 똑같이 산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멀리는 못가더라도 내가 사는 집주변에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일지라도 오르고 내리면서 주위에 펼쳐지는 전망도 보고, 때로는 산을 일주하면서 온전히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을 것이다. 아니 그들의 욕구는 정상인들보다 더욱 강할 지도 모른다. 이들을 위한 정책. 우리 사회의 소수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펴보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다름 아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다. 그 한사람의 의지가 안 될 것 같은 사업을 이루어 냈다. 필자는 비장애인이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정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바로 안산 무장애 둘레길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도 반가워한 이유다.

준공 소식을 듣고 당장 돌아 보기로 했다. 구청뒤에서 출발해서 걸어서 한 바퀴를 돌아 오는데 2시간 10분이 걸렸다. 서두르지는 않았다. 이곳저곳 시설물도 살피고, 아직 마무리 시공중인 공사 현장을 들러보면서 천천히 걸었다. 안내 표지판에는 휠체어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되어있다.

▲ 삼나무 숲길에 차려진 휴게 시설. ⓒ 원유만


휠체어를 위한 길이라서 걷기에는 더 없이 좋다. 그리고 걷다보니 몇군데 난공사 구간이 눈에 띄였다. 특히, 한성과학고에서 전망대까지는 급경사지에 지지대를 박고 기둥을 세우는 어려운 시공을 하느라 굉장히 고생했을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베어내지 않고 데크 가운데를 뚫고 살리는 등 한 생명 한 생명 소중하게 처리한 그 마음 자세가 고마웠다.

무악정 부근도 가파른 길을 휠체어가 오르게 하려고 경사도 9도 미만을 유지하기 위해 지그재그 식으로 공사하느라 공사비도 많이 들고 무척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나무 숲길에 차려진 휴게 시설도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은 전동 휠체어 충전 시설은 많이 부족한듯 했다. 그 외에는 거의 만점 수준이었다. 서대문 구민의 한 사람으로 매우 큰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문석진구청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좋은 길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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