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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두 전직 총리 '탈원전' 연대, 아베 정권 '비상'

호소카와-고이즈미 전 총리, 도쿄도 지사 출마 선언... '탈원전' 쟁점 급부상

등록|2014.01.15 09:27 수정|2014.01.15 09:27

▲ 일본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도쿄도 지사 선거 출마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지지 발표를 보도하는 NHK뉴스 갈무리. ⓒ NHK


일본의 전직 두 총리가 '탈원전' 연대를 맺고 도쿄도 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14일 일본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가 도쿄도 지사 보궐선거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아베 신조 총리에 '돌직구'를 던졌다.

이날 호소카와 전 총리와 고이즈미 전 총리는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회동한 뒤 기자단 앞에 나란히 섰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와 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일본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 특히 원전 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원전 문제는 도지사로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며 전력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탈원전을 놓고 호소카와 전 총리와 서로 공감을 이뤘다"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호소카와 전 총리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원전 문제가 도정(都政)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원전 없이도 일본의 최대 도시 도쿄를 이끌어가는 것을 보여준다면 국정에도 자극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와 고이즈미 전 총리는 도쿄도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이자 원전운영사 도쿄전력의 대주주라는 것을 근거로 탈원전에 앞장서겠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에 '돌직구' 던진 두 명의 전직 총리

자민당 출신의 전직 총리로서 여전히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최근 들어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강하게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고이즈미 전 총리는 "국가 지도자가 결단을 내리면 일본도 독일처럼 탈원전을 이룰 수 있다"고 아베 총리를 압박했지만, 오히려 아베 총리는 "섬나라 일본은 독일과 사정이 다르다"고 일축하며 중동국가를 상대로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그러나 고이즈미 전 총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이노세 나오키 전 지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지난달 자진 사퇴하면서 도쿄도 지사를 놓고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 것이다.

자민당 출신의 후배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며 직접 선거에 출마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역시 탈원전을 주장해온 호소카와 전 총리를 설득하며 전폭적인 지지 활동을 약속했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호소카와 전 총리는 자민당 소속으로 참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으나 1992년 정치개혁을 내걸고 7개 야당과 일본신당을 결성했고, 이듬해 8월 비 자민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총리에 올랐다.

총리 시절 "태평양 전쟁은 침략 전쟁"이라며 일본 과거사의 잘못을 인정했고, 한국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아픈 고통을 끼쳤던 것을 마음 깊이 사과한다"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1994년 정치자금 스캔들로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1998년 중의원에서도 사퇴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호소카와 전 총리는 도예가로 활동하며 조용한 말년을 보냈다. 하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와 손을 잡고 16년 만에 다시 현실 정치에 도전장을 던졌다.

도지사 선거에 '탈원전' 쟁점 급부상... 아베 정권 '당혹'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며 '정치적 스승' 고이즈미 전 총리와 갈등을 빚어온 아베 총리로는 두 명의 전직 총리가 손을 잡고 자신을 정면으로 겨냥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제1야당 민주당도 무소속 호소카와 전 총리 지지를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카와 전 총리가 낙마했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꺼내 들며 "돈 문제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인물을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반격에 나섰다.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아베 총리도 "이번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원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도정에 필요한 여러 분야를 놓고 균형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직 총리의 연합으로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궁지에 몰린 자민당은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을 후보로 내세운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두 명의 전직 총리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전망이다.

이번 도쿄도 지사 선거는 일본 원전 정책의 시험대가 되면서 정계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베 정권에서는 만약 호소카와 전 총리에게 패한다면 정국 장악력에 큰 타격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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