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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앞뒤가 안 맞네"

"주택시장 정상화가 소비촉진?... 가계부채에도 분명히 '적신호'"

등록|2014.01.15 20:40 수정|2014.01.15 20:40

▲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신년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으로 떠오른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중 정부 보도자료 안에서도 서로 논리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 '급조된 졸속계획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15일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활성화' '창조경제 구현'이 계획의 주요 전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계획을 소개하며 3년 내 잠재성장률 4%, 1인당 국민소득 3만~4만 달러 달성'등의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날 공개된 기본 방향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다. 갑자기 급조된 '졸속 계획'이라는 지적은 물론, 규제완화 방침으로 인한 의료민영화 및 고용유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4'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이라더니... '졸속' 논란

이번에 공개된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핵심은 내수활성화다. 이날 정부는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수출 부문에 편중된 성장을 해왔으므로 경제 균형을 위해서도 내수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입장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들에서도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꾸준히 지목됐던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택한 돌파구는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촉진과 내수활성화였다. 규제 총량제 도입과 더불어 투자를 옭매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성장 동력을 유치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와 함께 ▲ 소비 활성화 ▲ 주택시장 정상화 ▲ 가계부채 관리 ▲ 사교육비 경감 ▲ 고령층 소비여력 확충 등을 내수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엔 구멍이 있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주택시장 정상화가 소비촉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 건설업 등 관련 시장에 대한 일자리 창출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주거부문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당연히 다른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얘기다.

위험 수준으로 평가받는 가계부채 문제도 이와 얽힌다. 변 교수는 "자가주택이든 임대주택 매입이든 주택 구입이 확대되면 가계부채에는 분명한 적신호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왜 이런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을 '내수활성화'로 묶어놓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경감'도 그간 정부 정책기조에 비춰봤을 때 앞뒤가 안 맞는 건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교육비 완화와 입시부담 완화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강화시키는 등 입시 간소화와는 정반대 내용의 정책을 펼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사교육비 경감'이 3개년 계획에 재차 포함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기본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내용들도 구체적인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수준에서도 발견되는 치명적인 논리 오류들은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이 졸속적으로 마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계획은 이미 지난 6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있었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기자 브리핑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졸속' 의혹을 받아왔다. 조 경제수석은 당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3개년 계획은 임기 내 계획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5개년 계획이라고 하면 임기를 벗어나고, '4'는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으로 했다"고 밝혔다.

▲ 15일 정부가 발표한 경제개혁 3개년 계획 보도자료 중 일부. 소비활성화 대책으로 주택시장 정상화, 가계부채 관리, 사교육비 경감 등을 꼽고 있다. ⓒ 기획재정부


"내수활성화? 의료민영화 사전 작업일 가능성 높다"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SW) 등 서비스업 분야 규제완화를 통한 내수활성화도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의혹을 샀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관광이나 소프트웨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교육과 의료의 경우는 관련 산업의 민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의료법인 자회사에게 영리활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혀 의료관련 시민단체들에게 '민영화 전 단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강 교수 역시 이들과 같은 의견이었다. 단기적으로 영리 자회사를 허용한 후에 점차 확대시키면서 의료민영화로 이어갈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2013년에 대선공약과 거리가 먼 정책을 취했고 오히려 신자유주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들을 내놨다"며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서비스업 규제완화가 진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라고 믿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이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 분야에서 이뤄졌던 대규모 노동 유연화가 서비스업 부문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IMF 이후 대부분의 한국은 고용 비용을 줄이면서 이익을 남겼고 그로 인해 지금은 가계소득이 상당히 악화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서비스업의 규제 완화 역시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추진 배경으로 지난 2010년 이후 한국의 경제자유도지수가 점점 악화됐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우리 경제와 사회 곳곳에 방치된 비정상을 토대로 한 경제행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다. 경제자유도 지수는 ▲ 법치주의 ▲ 규제의 효율성 ▲ 정부개입 ▲ 시장개방 등 4개 항목에서 개인 및 기업의 경제활동을 막는 정부 규제를 측정한 지수를 말한다.

김 교수는 정부의 이같은 시선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규제라는 것이 공적인 공공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필요하니까 있는 것도 많다"며 "유럽의 스웨덴이나 독일같은 사례를 보면 경제 자유도가 비교적 높지 않은데 그게 기업을 못한다거나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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