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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다가 무섭다가...'별그대', 정체가 뭐야?

[드라마리뷰] SBS '별에서 온 그대', 장르 융합 드라마의 모범 사례

등록|2014.01.16 15:52 수정|2014.01.16 15:52

9일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도민준(김수현 분)과 이재경(신성록 분)이 서로에게 경고하고 있는 모습. ⓒ SBS


'별에서 온 그대'. 처음 이 드라마의 제목을 들었을 때 살짝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이렇다 할 큰 기대도 없었다. 영화 <도둑들>의 전지현, 김수현 커플을 그대로 가져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는 지레짐작을 했을 뿐이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그렇게 20~30대 여성 시청자를 특정 타깃으로 기획한 빤한 '로코물'이 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예상했다.

그런데 첫 방송부터 예상은 빗나갔다. <별그대>는 무려 남자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을 외계인으로 설정하고, 그에게 400년의 전사를 부여했다. 도민준이 지구인으로 둔갑하며 살았던 400년은 '역사극'의 틀을 빌려와 고증했다.

그렇게 단순한 '로코물'에 '역사극'이 입혀졌다. 고증을 부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제 인물의 증언. <별그대>는 이 증언을 위해 '인터뷰'를 실었다. 최근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차용하는 인터뷰 꼭지를 드라마에 가져온 것이다. 이때부터 <별그대>는 장르 융합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었다.

멜로, 코미디, 스릴러까지...못하는 게 없는 드라마

<별그대>는 도민준의 상대 배우로 한류스타 천송이(전지현 분)를 데려왔다. 판타지적 인물인 도민준에 맞서 천송이는 현실세계에 매우 부합하는 인물로 설정됐다. 판타지와 현실의 융합을 위해서다. 보통 시청자는 드라마 내에서 판타지를 보고 싶어하면서도 현실 세계에서 너무 벗어난 이야기에는 공감하지 않는 성향을 띈다. <별그대>는 그런 시청자의 특성을 간파해 천송이에게는 사람 냄새 가득한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다.

천송이는 자존감을 넘어 자긍심이 전부인 캐릭터다. 무식해서 말실수를 달고 살며, 책을 잠에 빠지기 위한 용도로 읽는 등 빈구석이 많은 여자다. 그런데 <별그대>는 그녀의 이런 허점들을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완벽해 보이는 도민준이 허당기가 가득한 천송이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덕분이다.

<별그대>는 영리하고 성실한 드라마다. 기발하고 재밌는 이야기, 매력적인 배우,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드는 연출만으로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으면서도 교만에 빠지지 않고 '미스터리'와 '스릴러' 요소를 투입해 극의 활기를 더했다.

소시오패스로 등장하는 이재경(신성록 분)은 이 드라마의 '신의 한 수'라 불릴 정도로 극에 또 다른 재미와 묘한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15일 방송된 9회에서는 소시오패스 이재경과 외계인 도민준이 맞붙는 장면이 등장해 둘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되었는데, 다시 한 번 예상을 뒤엎는 전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별그대>는 느닷없는 코미디도 밉지 않게 꾸며낸다. 이날 방송에서 침낭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꿈틀대는 천송이의 모습은 한 번쯤 봤을 법한 익숙한 그림이었지만, 전지현의 호연으로 유쾌하게 그려졌다. 여기에 맛깔스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배우 김창완, 김강현, 김희원 등이 적은 분량에도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별그대>는 매회 정량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별그대>는 멜로, 코미디, 스릴러, 미스터리, 역사극, 판타지 등의 장르 요소를 성실하게 두 인물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드라마의 전체는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각 부분에는 여러 장르를 녹여 그 장르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예쁜 전지현과 잘생긴 김수현을 보기 위해 <별그대>를 봤던 시청자들이 차츰 이 드라마의 완성도에 빠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장르의 융합은 장르의 파괴와도 같다. <별그대>가 익히 예상 가능한 '로코물'에 지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타 시스템만으로 드라마의 성공이 담보되지 않는 다는 것, 이전에 많은 드라마의 실패가 보여주었기에 <별그대>는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별그대>의 성공 비결은 앞서 말했듯이 장르의 융합, 곧 장르의 파괴다. 멜로, 코미디, 스릴러 등 못하는 게 없는 이 드라마를 장르 융합 드라마의 모범 사례로 선정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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