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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권리금 못받고 쫓겨나는 세 번째 세입자"

[현장] 민주당 '상가 권리금 보호 특별법' 발의... "2월 임시국회서 입법화"

등록|2014.01.16 16:24 수정|2014.01.16 16:32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중국요리집 신신원 앞에서 열린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기자회견에서 한 상인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김동환


자영업자들의 오랜 고민 중 하나였던 상가권리금 문제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우선 현행법의 맹점을 파고들어 합법적으로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을 갈취하는 건물주의 약탈행위부터 막는 방향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상가세입자협회('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중국요리점 '신신원' 앞에서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을 대표발의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상인들이 피땀흘려 이룩한 '영업권'적 가치인 상가 권리금이 법의 미비로 곳곳에서 약탈당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민주당에서 '을 살리기' 역할을 도맡았던 '을지로' 위원회도 권리금 문제 해결에 동참한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한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권리를 지키는 노력을 시작한다"면서 "이 신신원을 지키는 것부터 을지로 위원회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건물주 횡포에 권리금 2억 못받고 쫓겨났다"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중국요리집 신신원 앞에서 열린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기자회견에 등장한 손피켓. ⓒ 김동환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신신원은 개업한 지 19년을 맞은 중국요리점이다. 이곳 사장인 신 아무개씨는 지난 1995년 권리금 1억 3500만 원을 주고 점포를 인수했다. 이후에는 각종 수리비 합쳐 2억여 원을 이 가게에 투자했다.

그럭저럭 장사를 이어가던 신씨의 고난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건물주가 6500만 원이던 66㎡(20평) 점포 보증금을 1억 원으로, 320만 원이던 월임대료를 65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 하소연하는 신씨에게 건물주는 인상을 못 해주겠으면 1년만 영업을 하다가 가게를 비우라고 했다.

더불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소 전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했다. 제소 전 화해조서란 소송 전에 법관 앞에서 미리 화해하는 절차를 말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서명이 날인된 화해조서는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마씨의 요구는 주변 시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옆 건물인 청진동 3-2번지 같은 경우 99㎡(30평) 점포가 보증금 3000만 원, 월임대료 300만 원에 거래된다. 3-4번지의 경우 99㎡ 점포 8년 전 시세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 임대료 250만 원 정도다.

신씨는 하는 수 없이 후자를 택했다. 이어 자신의 점포를 빼고 다음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으려고 했지만 건물주 마아무개씨는 여기도 조건을 달았다. 월 임대료 700만 원을 조건으로 들어오는 세입자에 한해서만 가게 양도양수를 시켜주겠다는 것이었다.

신씨는 "그 조건에 이 점포를 인수하려는 상가 세입자를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권리금을 포기하는 대신 건물주가 받을 권리금의 일부라도 보상해달라고 했지만 건물주가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주변 시세를 반영한 신신원의 권리금은 약 2억 원 정도다.

신씨는 건물주가 사실상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점포 양도양수를 막는 이유가 이 권리금에 있다고 주장했다. 신씨를 쫓아내고 자신이 권리금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현재 이 건물에는 신신원 이외에도 감자탕집, 라이브카페, 주점 등이 입점해있다. 신씨는 "다른 가게들도 다 이런 식으로 세입자들이 권리금 못 받고 쫓겨났고 내가 세 번째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건물주인 마씨는 오히려 자신이 신씨에게 7000여만 원에 달하는 금전적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마씨는 "2012년 계약시 보증금을 1억 원으로, 월세는 65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구두계약을 했는데 그동안 인상분을 받지 않았다"면서 "은행이자 10%로 계산하면 총 7350만 원 어치 배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리금에 대해서도 "18년 전 신씨에게 '권리금은 나와 관련이 없다'는 확인각서를 받았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이외 질문들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신씨는 "원래 집주인과 상가 권리금은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권리금은 임차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것이고 18년 전 작성한 확인각서 역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씨에게 직접 권리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내 권리금을 받을 수 있게끔 해달라는 게 내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상가 권리금 약탈 문제 가만히 두면 힘 있는자들 세상 된다"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중국요리집 신신원 앞에서 열린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기자회견에서 권구백 전국상가세입자협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전국상가세입자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리금 약탈에 무력한 세입자들의 처지를 강조하며 상복 퍼포먼스를 벌였다. ⓒ 김동환


현행법상 신씨는 건물주 마씨에게 지난 4일까지 가게를 양도해야 했다. 그러나 평생 재산인 점포를 두고 그냥 나갈 수 없었다. 신씨는 "낮에는 장사를 하고 밤에는 가게에서 식탁 의자를 붙여놓고 자면서 점포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병두 의원은 신신원의 이같은 사정을 소개하며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인데 상가권리금 관련법의 현실은 약자에게 피눈물을 강제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대 등의 경우 임대인과 부동산 기획업자들이 협업해 권리금 약탈을 목적으로 세입자를 내쫓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날 대표 발의한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은 이같은 법의 맹점을 일부 보완했다. 권리금 일반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횡행하는 권리금 약탈은 방지하는 방향이다. 민 의원은 이를 "전략적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개정된 법안은 상가 임차인으로 하여금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점포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도록 명문화했다. 또한 임대인이 이를 보장하지 않고 임차인을 내보낸 뒤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아가며 동일 업종으로 점포를 운영할 경우에는 이전 임차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같은 법안은 영국과 프랑스도 채택하고 있다. 권리금을 무형 재산가치인 '영업권'으로 간주해 보호해주는 내용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임대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경우에는 세입자 점포 영업권 가치를 보상해주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 우원식 의원은 "상가권리금 문제는 5년 전 발생했던 용산 참사의 진정한 원인이기도 하다"면서 "이걸 가만히 놔두면 가진자들, 힘 있는자들의 세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상인들이 몇 년에 걸쳐서 만든 영업가치를 지키는 일에 민주당이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중국요리집 신신원 앞에서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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