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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구 만들어드려요"

광명시 아홉 번째 마을기업 '꿈꾸는 자작나무' 공방

등록|2014.01.17 09:45 수정|2014.01.17 17:25

▲ ‘꿈꾸는 자작나무’에 전시된 목공예품들. ⓒ 유혜준


카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내는 아주 깔끔했다. 게다가 진열된 다양한 소품들과 작은 가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쁘다"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고, 나도 배워서 저렇게 예쁜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난다.

지난 16일, 여자들이 좋아하고, 여자들이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 마을기업 '꿈꾸는 자작나무'를 찾았다. '꿈꾸는 자작나무'는 광명시 광명동 광명현대타운 7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45평정도 되는 널찍한 공간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작업 공간, 한쪽은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면서 차를 마시거나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는 공간.

전시된 목공예품들은 종류가 다양했다. 휴지케이스, 명함케이스, 거울, 선반, 보석함 등의 소품과 약장, 탁자, 서랍장, 장식장 등의 가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전부 섬세한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역력했다. 화사하게 밝은 작업 공간 한쪽에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작업 공간에서는 거의 10명 남짓한 여성들이 한창 작업을 하고 있었다.

▲ 마을기업 ‘꿈꾸는 자작나무’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 유혜준


'꿈꾸는 자작나무'는 광명시에서 9번째로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지난 2013년 11월 4일에 광명시와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5일, 개소식과 더불어 현판식을 했다. 지난 2013년 10월 25일에는 안전행정부에 마을기업 육성사업 대상자로 최종 확정되었다. 광명시와 협약식을 체결하면서 5천만 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그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만들고 안정된 소득을 올리는 마을 단위 기업을 말한다. '꿈꾸는 자작나무'는 광명시의 9개의 마을기업 가운데 유일한 공방 마을기업이다.

광명시에서 공방을 6년 동안 운영했다는 박경은 원장은 "지역에서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마을기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마을기업으로 전환을 꿈꾸게 된 것은 공방에서 수강생들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팔려나가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인 공방에서 마을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강생이었다가 지금은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이 주주로 함께 참여했다. 전부 5명이다.

"지역에 보탬이 되고 싶어 마을기업으로 전환했어요"

▲ 박경은 원장(가운데)이 수강생들과 작업을 하고 있다. ⓒ 유혜준


목공예를 하는 공방이지만 '꿈꾸는 자작나무'에서 직접 소품이나 가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진 소품이나 가구에 칠을 해서 색깔을 입히고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한다. 때문에 오래된 낡은 가구를 리폼하기에도 아주 적당하다.

"가구를 직접 제작하는 건 힘들고 부담이 되는 것 같아서 안 하고 있어요. 취향에 따라서 (소품이나 가구에) 캐릭터를 넣기도 하고, 명화를 좋아하면 명화를 집어넣기도 해요. 시작한 지 한 달 안에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생활가구 위주로 웬만한 것은 다 해요."

박 원장의 말이다. 소품이나 가구 등을 제작하는 공방은 따로 있고, 그곳에서 원하는 재료와 크기, 디자인으로 소품이나 가구 등을 주문, 제작할 수 있다. 꿈꾸는 자작나무'에서는 그것을 받아 '새 옷'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초보자들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림을 못 그려도, 손재주가 없어도 꾸준히 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죠. 1년 정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고 강사로 활동할 수도 있어요."

▲ ‘꿈꾸는 자작나무’에 전시된 목공예 소품들 ⓒ 유혜준


▲ ‘꿈꾸는 자작나무’에 전시된 목공예품들. ⓒ 유혜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소품은 하루 몇 시간만 공을 들이면 만들 수 있고, 가구들은 크기에 따라 혹은 실력에 따라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전문 강사가 되려면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박경은 원장의 귀띔이다. 물론 창업도 가능하다.

'꿈꾸는 자작나무'에서는 휴지케이스, 거울, 컵받침, 명함케이스 등을 포함해 콘솔, 탁자, 의자, 서랍장, 약장 등을 제작, 판매해서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마을기업이 됐으니 수익을 올려 자립하고, 창출된 이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원장은 생전 해보지 않은 '영업활동'을 하고 있단다.

"마을기업이 되면 수익을 내고, 일자리도 창출해야 합니다. 부담이 되지만, 기왕에 시작한 것 잘해 보려고 해요."

자작나무에서는 수강생들도 받고 있다. 현재 수강생은 40여 명으로 제법 많은 편이다. 취미반, 전문가반, 창업반 등을 운영한다. 어린이들도 제법 많이 배우러 온다는 게 박 원장의 얘기다.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오래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산만한 아이들에게 아주 좋아요. 그래서 방학 때는 아이들이 많이 옵니다. 취미로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직접 만든 소품이나 가구를 선물하면 다들 좋아한대요. 전문강사가 되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는 전문가 코스가 있어요."

완성된 제품을 보니 재료비가 많이 들 것 같아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몇 천 원짜리부터 있어요. 비싼 것은 몇 만원도 하지만 내가 어떤 것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요. 공방이라면 무지 비싸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작은 것은 2~3천 원짜리도 있어요."

수강료는 월 12만 원이며,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언제든지 시간이 날 때마다 작업을 할 수 있다.

▲ 마을기업 '꿈꾸는 자작나무'에서 주문받아 제작한 '의류수거함'. ⓒ 유혜준


"꿈꾸는 자작나무라는 이름은 제가 붙였어요. 자작나무는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아주 좋은 나무예요. 신비의 나무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준다고 하거든요."

'꿈꾸는 자작나무'는 지난 2013년 12월에 마을기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 하지만 오는 2월부터 이주여성들과 광명시의 소외계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공예품 제작을 가르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주여성들과 소외계층 수강생들에게는 강좌와 재료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박 원장은 이주여성 등이 공예품을 만들면 팔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또 원한다면 전문가 과정을 거쳐 강사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문제작도 받아요. 의류수거함을 주문받아서 디자인하고 색칠을 했더니 너무 예쁘다고 합니다. 판촉물이나 소품, 가구 등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주문해 주세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주 멋진 물건을 만들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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