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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매 하나 달랑 입고 달리는 청년들... 어머나

부산 금정산 사대문 종주산행

등록|2014.01.17 16:55 수정|2014.01.17 16:55

금정산...산성길 따라 걷다가...모두...야~호~~~!!! ⓒ 이명화


오늘은 금정산 사대문 종주산행이다.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산은 크게 금정산과 백양산, 해운대 장산인데 부산의 진산 금정산(총면적43㎢)은 그 대표적이라 하겠다.

금정산은 최고봉인 고당봉을 비롯해 장군봉, 원효봉, 의상봉, 파리봉, 상계봉, 대륙봉, 미륵봉, 계명봉, 동제봉 등 11개의 봉우리가 두루 솟아 있으며, 우리나라 산성 중 최장거리인 금정산성이 있다. 금정산성(사적215호)은 조선시대에 돌로 쌓은 석성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숙종 29년(1703)에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바다를 지킬 목적으로 쌓은 곳으로 18km이다.

금정산...동문 앞에서... ⓒ 이명화


금정산은 부산의 인심을 대변하듯 품이 넉넉한 데다 숨은 비경이 많고 흥미롭다.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등산로도 많고 숨은 길도 많다. 금정산은 부분적으로 만나긴 했지만 아직 못 가본 길이 많고 동문, 북문, 남문, 서문을 꿰고 도는 사대문 종주산행은 처음이다. 외로운 섬처럼 뚝뚝 떨어져 있는 사대문을 산성길이 등뼈처럼 핏줄처럼 이어놓고 잇다. 금정산성 성곽을 따라 원을 그리며 돌고 돌아 사대문을 만날 계획이다.

부산 화명동에서 산성마을버스를 타고 약속장소인 산성마을버스 종점에서 내렸다. 마침 다른 일행들도 시간 맞춰 도착했고 우리는 언 몸을 몸 풀기 체조로 녹이고 추스려 산성고개 쪽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이라 공기는 날이 서 있어 춥다.

금정산산성길 따라... ⓒ 이명화


금정산사대문 종주 길에서 만난 포도원교회 대학부청년들... 추운 날씨에 민소매를 입고 뛰어가는 청년들과 함께...^^* ⓒ 이명화


남문입구인 산성고개에 도착. 며칠 전에 내린 비가 산에는 눈이 되어 내렸는지 곳곳마다 잔설이 남아 있다. 산성고개에서 왼쪽 동문방향으로 향한다. 쌓인 눈이 걷는 운치를 더해 준다. 자주 와서 익숙한 동문에 도착해 잠시 휴식하고 일반 등산로를 두고 산성 길을 따라 걷는다. 여기저기 두루 조망하며 걷는 길에 함께 걷는 일행들이 있고 오가는 이야기가 있고 발밑에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하얀 눈이 있어 걸음이 흥겹다.

제3망루를 지나고 4망루에서 잠시 머물며 부산 시내를 일별하고 완만한 산성 길을 따라 걷는데 민소매 런닝 하나 달랑 입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가는 근육질의 청년들이 보인다. 어머나, 교회 청년들이다. 그들의 이마엔 땀까지 흐르고 넘치는 젊음의 열기에 추워서 옷을 두껍게 입고 걷는 내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그냥 갈 순 없잖아. 함께 사진 한 장 착칵! 이제 그들은 우리를 앞서 뛰어 간다.

금정산...망루에 올라... ⓒ 이명화


원효봉에 도착하였다. 원효봉에 서서 온 길을 돌아보니 굽이굽이 돌아 걸어온 산성길이 아무렇게나 탄 가르마처럼 구불구불 이어졌고 눈 덮인 산성길이 발밑에까지 따라왔다. 동문에서 북문까지 이어지는 금정이 능선길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원효봉에서 북문까지 가는 길엔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은 눈이 쌓여 발이 푹푹 들어간다. 높은 능선 길에 바람이 눈을 몰아온 모양이다.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였지만 다행히 얼어붙지는 않아서 위험하지는 않다. 햇살이 퍼지면서 하얀 눈이 눈에 부시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기분 좋은 소리 들으며 걷노라니 눈에 얽힌 추억들이 저절로 떠올라 함께 걷는 이들과 저마다의 추억을 이야기 하며 걷는다. 가파른 경사 길을 내려서니 북문이다. 북문에서는 고당봉이 지척이다.

금정산...북문 앞에서... ⓒ 이명화


북문 광장을 지나 북문 약수터 앞 쉼터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출발한다. 고당봉 가는 길을 두고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낙엽이 쌓인 숲길, 낙엽 위엔 눈이 덮여 있어 숲길은 호젓하다. 걷고 걸어도 눈길이 이어지고 걸음걸음은 지칠 줄 모르고 내딛는다. 온종일 하염없이 걸어도 좋을 눈길이다. 숲속 산사인 미륵사 안마당을 통과해 간다.

미륵사를 지나 삼거리에 닿았다. 여기서 제2금샘을 지나고 석문을 두 개 거쳐 햇볕도 잘 들고 시야가 탁 트여 좋은 널따란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멀리 서문이 보인다. 경사진 내리막길로 한참 내딛다가 완만한 길이 나오고 학생교육원 앞 성곽을 지나 화명수목원으로 곧장 내려선다. 화명수목원을 지나 서문에 닿았다. 햇볕이 어루만지는 서문 앞 풀밭에 앉아 있으니 해가 있는 동안엔 여기 누워 있어도 좋을 듯 하다.

서문은 처음이다. 새로 복원한 듯 제법 웅장하고 아름답다. 갈 길은 아직 멀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이제 나무계단 길 따라 걸어 올라가 큰 대로 변에 닿았다. 길을 가로질러 등산 깃발이 몇 개 달려 있는 숲으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얼마 동안은 계속 오르막길이다. 한참을 오름길 걷다보니 농가가 나오고 가나안수양관에 당도했다.

금정...서문 앞에서... ⓒ 이명화


가나안수양관의 토요일은 고즈넉하다. 맛있는 물을 병에 가득 채우고 수양관 위쪽으로 난 길을 따라 파리봉으로 향한다. 조금 올라가니 여기저기 기도바위에서 기도하는 목소리들이 웅웅거린다.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통과한다. 얼마쯤 가다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높은 기암절벽에 닿기 전 곳곳에 눈이 쌓여있어 비탈길을 내딛는 걸음이 조심스럽다.

얼마쯤 올라가다보니 전에는 위험한 바윗길을 올라야 했던 곳이 나무계단길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안 와본지도 몇 년 되었다. 바위들로 우뚝한 이곳에 나무계단 길을 만들어 두어서 쉽게 올랐다. 계단 중간쯤 바위에 쌓인 눈에다 누군가가 써놓은 "사랑해"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후훗.

금정산...누군가 눈 위에 새겨놓은 글..."사랑해"... ⓒ 이명화


금정...파리봉 가는 길... ⓒ 이명화


파리봉 정상에 오르자 사방이 툭 트여 좋다. 해는 점점 기울고 갈 길은 아직도 멀기에 잠시 머물다 다시 걷는다. 상계봉 방향으로 가다가 1망루에서 헬기장 쪽으로 그리고 망미봉(605m)을 지나 남문, 남문을 지나 제2망루에 닿고 대륙봉에 닿았다. 해는 서쪽 하늘 가을 붉게 물들이며 마지막 숨결을 고르고 있었다. 우리 걸음은 이제 더 부지런해진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꼴깍 넘어가는 이 저녁까지 온종일 걸었건만 모두들 대단하다. 기운 잃지 않고 씩씩하기만 하다. 많이 걷고 오래 걸어서 다리가 좀 뻣뻣해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피곤한 것도 잊었다. 조금 지칠 때마다 눈길을 밟으면 기분이 상쾌해져서 지치는 줄 몰랐다. 부지런히 걸어 산성고개를 지나고 출발지였던 산성마을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금정...남문 앞에서... ⓒ 이명화


금정산...산성길 따라 걷다가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워서 파이팅을~! ⓒ 이명화


어두워지면서 산성마을엔 가가호호마다 불이 켜지고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산성마을에서 남문고개를 지나 동문, 북문, 미륵사, 서문, 파리봉, 남문... 사대문과 8개의 봉우리, 네 개의 망루를 두루 걸었던 하루. 드디어 오랜 숙원(?)이었던 금정산 사대문 종주를 끝냈다. 이 흔치 않은 추억은 오래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하루를 주신 것에 감사..."라흐맛"(우즈베키스탄어), "깜언"(베트남어), "아산떼(아프리카어), "그라시아스(멕시코어)"

금정산 사대문종주...

ⓒ 이명화


산행수첩
1. 일시: 2014년 1월 11일(토)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번개산행: 10명
3. 산행시간: 9시간
4. 진행: 산성마을 1번 마을버스 종점(8:40)-산성고개(남문입구,8:50)-동문(9:00)-3망루(9:55)-4망루(10:20)-원효봉(10:40)-북문(11:00)-미륵사(11:35)-능선길(삼거리 11:40)합류-제2금샘(12:05)-석문(12:15)-석문(12:25)-점심식사 후 출발(1:15)-학생교육원 앞 성곽(1:40)-화명수목원(1:50)-서문(2:10)-농가(2:45)-농가(2:55)-가나안수양관(3:00)-파리봉(3:40)-1망루(4:05)-헬기장(4:20)-망미봉(605m,4:30)-남문(4:40)-2망루(4:50)-대륙봉(510m,5:10)-산성고개(남문입구 5:25)-산성마을 1번버스 종점(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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