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반려 고양이 '애기' 때문이다
[찜! e시민기자] 동물보호 일깨우는 조세형 시민기자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내가 떠올렸던 이 겨울철 핫 아이템들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귀엽고, 앙증맞은 동물들이었다. 이 동물에게 인간은 무슨 짓을 했던가. 내 무식이 동물에게 어떤 해를 가했던가. 동물을 위해 '비건(완전채식)'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단하다며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며, 나름 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는 참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었다.
조세형 시민기자가 쓴 기사들은 산 채로 가죽을... 이래도 모피 입을래요?, 살아있는 상태에서 오리털 뽑기, 인간이 무섭다 등 제목만 봐도 인간이 동물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빤히 보인다. 그녀는 어떤 계기로 동물 보호를 외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독자를 만날 것인지 궁금해졌다. 지금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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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그만두고 오마이뉴스에 기사쓴 이유
▲ 조세형 시민기자. ⓒ
-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76년생 여자입니다. 부모님, 반려 고양이 '애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간에는 사무직 직장인으로서 일하고, 저녁에는 동물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 관련 활동 외에 걷기, 독서, 음악 듣기를 좋아합니다.
현재는 동물과 무관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때가 된다면 전업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흔히 '100세 시대'가 왔다고 하는데, 인생의 절반은 오로지 내가 원하는 일에 전념하며 봉사하기 위해 저 자신을 갈고닦고 있습니다."
- '7년간 14번 출산...말티즈의 비참한 최후' 등 이 기사를 읽고 인간이기에 별 생각 없이 살았던 내 삶을 반성하게 됐어요. 동물 관련 일이나 봉사 등 기사뿐 아니라 실천도 하실 것 같은데 혹시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직장에 매인 몸이다 보니 바깥보다는 책상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쓰기 외에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외국 동물보호단체의 영상에 한국어 자막을 만들어 제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의 목적은 동물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이런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고취하는 거죠.
저는 주로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가 공개한 영상의 한국어 자막을 만들어서 국내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 해도 외국의 영상을 일부러 검색해서 보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어떤 영어 키워드로 검색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죠. 저는 외국어 영상을 한국어 자막 영상으로 소개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 2009년 가입 후 기사를 안 쓰시다가 최근 동물의 권리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또 동물의 권리를 자각하게 된 데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예전에는 주로 블로그나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글을 쓰거나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회의가 들더라고요. 일단 블로그의 글은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만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죠. 그런 분들은 대체로 동물을 위해 뭔가 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의 설득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 커뮤니티의 회원들 역시 동물과 일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동물의 부당한 처우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다 보니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동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쓰기로 했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자각하게 된 계기는 앞에서 언급했던 반려고양이 '애기' 덕분입니다. '애기'는 앞으로의 제 삶을 동물을 위한 활동에 올인하기로 결심하게 만든 당사자입니다("'고기 킬러'가 고기 끊은 사연, 들으면 놀랄 걸?").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동물의 고통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거죠."
반려고양이 '애기'... 동물 위한 활동으로 올인 결심케 한 당사자
-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또, 기사 댓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고기 먹으면 모피 반대할 자격 없나?' 기사를 보신 독자가 제게 쪽지를 보내셨더라구요. 본인이 채식주의자인데 이 기사를 보고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구요.
제가 그 기사를 쓰게 된 배경은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모피반대 패션쇼를 보도한 한겨레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반응이었어요. 적지 않은 댓글들이 "고기는 잘도 먹는 사람들이 왜 모피만 반대하냐?"는 비아냥이더군요. 이렇게 비아냥대는 사람은 대부분 동물에 애정이 없는 사람들이겠죠. 그런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조차도 상당수가 이런 말에 설득되어 일상의 가능한 실천을 저버리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어요.
저는 "고기 먹는 사람은 모피 반대할 자격도 없다"는 사고가 사회에 팽배할수록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사소한 실천을 전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거든요. 이런 안타까운 마음에 그 기사를 썼죠. 그런데 제게 쪽지를 보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본인이 채식주의자로서 채식주의자가 아닐 바에야 모피 반대할 자격 없다"는 일종의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 기사를 보고 자신의 생각이 동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구요. 그러면서 제게 죄송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제게 사과까지 하실 이유는 없는데 말이죠. 그 분의 말씀에 저 역시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오만한 생각을 한 적이 없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 조세형 시민기자. ⓒ
-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는 첨예하게 찬반이 나뉘는 경향이 있다. 혹시 기사가 나간 뒤 가슴 아팠던 반응이 이었다면?
"동물권을 다루는 글이나 영상에 대한 반응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무관심. 좋고 나쁨을 떠나 관심 자체가 없는 거죠. 그냥 '남의 일'인 겁니다. 두 번째는 격한 공감이구요. 보통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죠. 세 번째는 소위 안티주의입니다. "동물이 감히" 이런 생각이죠. 그들에겐 인간의 애정 어린 배려조차 아깝고 분수에 넘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반응에는 물론 동물만 귀하게 여기고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배려조차 하지 않는 위선적인 일부 동물애호가들의 책임이 큽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서 제 기사에 대한 반응은 앞에 언급한 첫째, 둘째 반응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신문사 성향상 "억압과 폭력은 부당하다"에 동의하는 분들이 주로 찾으시는 매체라서 세 번째 반응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공감하시는 분들의 심리는 대체로 비슷한 것 같아요.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물의 처우를 알려주어서 고맙다"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따로 쪽지를 주시거나 일부러 제 블로그에 찾아와서 안부를 남겨주시더라구요. <오마이뉴스>에서 가슴 아팠던 반응은 없었어요."
- 시민기자를 하면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특별한 경험까지는 아니고, 제 생각과 글이 신문을 통해 알려지니까 너무 감사하고 보람을 느껴요. <오마이뉴스>에서 다뤄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죠.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혹시 나중의 기사를 위해 자료로 쓰려고 사진으로 담아두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리고 시간 관리에 더욱 철저해졌죠.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항상 부족하니까요."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동물까지?... 이건 아니죠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좁은 인간관계 탓에 제 활동이 주변에는 특별히 알려지지 않았어요. 다만 제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학생 운동권 출신인데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친구의 권유가 컸죠. 가족 중에는 엄마께서 응원을 해주세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다 보니 엄마도 동물의 처우에 많이 공감하시는 편이거든요."
- <오마이뉴스> 기사 중 주로 많이 보는 기사는 어떤 것인가요, 또 생각나는 시민기자가 있다면?
"특별히 주제를 가리지는 않구요. 특히 기억에 남는 시민기자는 김경식님입입니다. 동물의 처우와 사람의 처우 모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시는 그분의 노고에 감동을 받거든요. 최근 그 분의 기사 중 '개XX가 왜 전철을 타? 저 XX가...' 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울었어요. 그 분 기사를 읽다 보면 울컥해서 사무실에서 몰래 읽을 때는 눈물이 날까봐 걱정도 돼요."
- 지금껏 쓴 기자님의 기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면?
"다른 기사보다 반응은 적었지만 '12개월 할부로 강아지 한마리 들여가세요?' 입니다. 그 기사의 배경은 자신의 반려견의 이름을 따서 펫숍 상호를 짓고 개, 고양이를 팔기 시작한 대형마트 대표에 대한 분노입니다. 그 사람이 운영하는 펫숍 체인(이마트 몰리스 펫숍)은 '가족'이라는 이미지와 기존 펫숍과 차별되는 고급스러운 시설, 서비스로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동물자유연대에서 몰리스 펫숍의 개, 고양이 판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조차 상당수가 대형마트에서 개, 고양이를 파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시설과 서비스가 좋으니 기존의 로드숍(서울 충무로에 밀집한 애견숍들) 펫숍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반응하는 걸 보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제가 분노한 건 자신의 반려견을 앞세워 '가족'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동물을 판매하는 것을 미화한 기만적인 행위죠. 해당 마트에서 주장하는 데로 '선진 반려문화 성숙을 위해 노력한다'면, 당장 동물판매를 중단하고 유기동물 입양 산업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쓰고 싶은 기사는 어떤 것인지요?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동물 관련 이야기는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이 많아요. 물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약자에 대한 처우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성격이 무미건조한 편이라서 그런 글에는 재능이 부족합니다. 저는 제 기사의 독자들에게 "동물이 불쌍하다"는 감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현실 고발에 머물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제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제 기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동물의 처우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현 제도를 바꾸기 위해 전방에서 싸우는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국내외 동물보호 시민단체들은 시민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실을 바꾸려면 더 많은 분들의 후원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저는 제 글을 읽고 더 많은 분들이 그런 시민단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바라요."
- 그밖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까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진보할수록 동물권 문제는 앞으로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간디 선생의 명언은 동물만 염두에 둔 말이 아닙니다. 사회에서 최약자인 동물까지 배려하는 사회가 인간을 배려하지 않을 리 없으니까요. 인간을 위하는 일이 결국 동물을 위하는 일이고, 동물을 위하는 일이 인간을 위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 자신부터 이런 믿음을 실천으로 옮겨 공허한 지식에 머물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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