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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곤란한 전화에 밥 못 먹어도... 보람돼요 "

[협동조합 안녕하십니까③] 기본법 발효 후 1년, 상담센터는 지금

등록|2014.02.09 16:43 수정|2014.03.20 16:45

▲ 서대문구청에서 협동조합 기초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 최유진


"협동조합이 뭐예요?"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후 서울시가 4개 권역에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한 협동조합상담센터에는 이런 문의가 쇄도했다. 협동조합에 대한 뜨거운 관심 탓일까. 서울시의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진 지난해 2월~6월 사이엔 상담 전화를 받느라 센터 실무자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이 흐른 2014년 1월, 협동조합상담센터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달 중순 서울 서북권에 있는 한살림 서울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협동조합 상담센터에서 서동재 실무자를 만나 지난 1년여 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3일 서울시가 4개 권역에 있던 상담센터를 녹번동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전용공간으로 일원화 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1년여 간 4권역에 흩어져 있던 상담센터 네 곳이 진행한 총 상담건수는 1만400여 건에 이른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기간 동안 전국에 만들어진 협동조합만 3000여 개가 넘는다.

"기본법 발효 이후 서울시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협동조합 홍보를 하면서 초기엔 협동조합이 어떤 곳인지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반엔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있었거나 설립을 준비하는 분들이 협동조합의 설립 절차, 서울시에 신고할 때 필요한 서류 작성법 등 구체적인 내용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죠. 최근엔 설립 이후 정기총회나 세무회계 등 운영에 관련된 문의가 많습니다."

상담 전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서동재 실무자의 말대로 상담센터 운영 초기엔 단순히 협동조합이 뭔지에 대해 길게는 30분씩 할애해 설명을 해줬다고 한다. 하루에 센터로 쏟아져 들어온 전화만 평균 30여 통이었다고(1년 평균 20여 통, 최근엔 10여 통으로 줄었다). 설립 절차나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이 많았던 초기에 비해 근래에는 강한 설립 의지를 갖고 전화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년 여가 흐른 지금, 과거에 비해 전화의 수도 많이 줄었고 운영에 관한 구체적 질문은 약 3분 정도면 상담이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 꽤 한가해진 셈이다. 요즘에는 이미 설립해서 운영중인 협동조합이 운영상의 어려움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단다. 이에 대해 서동재 실무자는 "설립 후에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걸 알 수도 있고 잉여에 대한 분배과정에서 분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동조합 설립 절차나 필요한 서류만 알려주면 되는 자칫 간단한 상담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담센터 근무자들에게도 애로사항은 있었다. 간혹 "자본금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하면 굉장히 화를 내고 큰소리를 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크게 보람을 느낀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

"꿀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직종에 계시는 분이었는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전화를 하셨어요. 개인적인 휴대전화로도 연락을 했으니까요. 처음에는 협동조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화를 주셨어요. 방문상담도 세 번 정도 했고요. 신고필증 받아서 설립을 한 뒤엔 감사하다며 본인이 생산하시는 꿀을 가져다주셨어요."

하지만 상담이 항상 이처럼 협동조합 설립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을 닫기 직전인 회사의 직원들이 돈을 모아서 회사를 계속 운영하고자 했지만 자본금이 턱없이 모자라 회사를 인수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협동조합 설립 연령 40~50대가 많아

▲ 한살림서울에서 협동조합 기초교육을 하고 있다. ⓒ 서울시협동조합상담지원센터

"설립된 협동조합 통계를 보니, 40~50대가 가장 많았고 그중에서 절반 이상이 사업자 협동조합이었습니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하나의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겠죠. 그에 반해서 20~30대는 아직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자 협동조합은 기존 사업자들이 모여 연합된 사업체를 만드는 것이다. 대형자본이 유입되면서 기존의 영세 상인이 위협을 받는 시장에서 협동조합으로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대처하기도 한다. 이는 빵집이나 미용실 등의 업종에서 가능한데, 실제로 떡집 등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성공한 적이 있단다.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들에게 협동조합은 퇴직 이후 삶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아직 시행된 지 1년밖에 안 돼 실제로 질적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며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으로 할 만한 적합한 사업이 뭐냐고 물었을 때... 공공의 영역에서 맡기에는 너무 포괄적이고 시장에 맡기기에는 조금 불안한 것들이 있겠죠. 생협이 성장한 것도 먹을 것에 대한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이겠고요."

그는 대표적으로 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을 예로 들었다. 16명의 조합원을 가진 이 협동조합은 시간제 아이돌봄, 육아나 보육에 관한 교육, 식생활 교육, 보육에 필요한 물품 공동구매 및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고 있었다. 아동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욕구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사업이 생겨나는 것이다.

1년여 동안 상담센터 실무자로 일했던 서동재씨는 상담센터가 통합되면서 2월부터 다시 '한살림서울'의 식구로 돌아간다. 상담센터 실무자로 보낸 1년이 어땠는지 소감을 물었다.

"처음에는 저도 협동조합이 뭔지 잘 몰라서 공부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곤란한 전화도 많았지만 보람된 일이었기 때문에 더 자세히 알려드리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죠.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합니다. 요즘 힘들다, 희망이 안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적어도 협동조합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은 꿈을 가지고 있고, 또 자신감도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루고 싶은 삶이 있죠. 앞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혀서 협동조합 하시는 분들이 더 수월하게 좋은 협동조합을 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유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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