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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폭로한 교수 4명 파면...교협 찍어내기?

수원대 "학교·총장 명예훼손" 경찰에 고소... "모든 법적 수단 동원해 싸울 것"

등록|2014.01.21 11:33 수정|2014.01.21 11:33
사학재단인 수원대학교(총장 이인수·경기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가 최근 교비회계 전용 등 학교비리 문제를 제기해온 교수들에 대해 파면처분을 내려 해당 교수들과 교수단체, 동문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당 교수들은 학교 측의 파면처분에 대해 "부당한 보복조치"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는 한편 학교 운영 등에 대한 비리의혹을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수원대 교수협의회(교협)와 동문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수원대 운영재단인 학교법인 고운학원(이사장 최서원·이인수 총장 부인)은 지난 14일 교협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배재흠·이상훈·이원영 교수와 교협 소속 이재익 교수 등 4명에게 가장 무거운 중징계인 파면처분을 통보했다.

재단과 학교 측은 "해당 교수들이 교협활동을 하면서 학교운영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학교와 총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달 3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또한 ▲총장의 면담요청 거부 ▲논문표절 ▲학내 생태농장 운영비 유용 등도 파면 사유로 내세웠다.

"파면처분, 교협을 와해시키려는 시도"

▲ 수원대학교 전경 ⓒ 수원대


그러나 교협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교협 공동대표인 배재흠(62) 교수는 "우리 교수들은 교협활동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는 행위이며, 특히 논문표절과 생태농장 운영비 전용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징계위에서 소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재단 측은 10여 년 전, 수원대 논문집에 게재한 논문을 일부 보완해 외부 전문 학술지에 실었던 것을 문제 삼아 논문표절로 몰았다"면서 "논문표절이 아니라 당시 관례였던 점을 징계위에 충분히 해명했지만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의 생태농장 운영비 전용 주장과 관련해서도 배 교수는 "이원영 교수가 총장과 행정부총장의 허락을 받아 학교 후문 쪽 늪지대 1000여 평을 사비 1500만 원을 들여 개간하고, 친환경 도시농업 체험 차원에서 학내 교수들과 화성 시민들을 대상으로 분양을 했다"면서 "분양수입은 전기 및 지하수 시설비, 운영관리비, 전문가 초청 인건비 등으로 사용했는데, 이를 영리행위로 몰아 문제를 삼은 것"이라고 전했다.

배 교수는 "이번 파면처분은 교협이 그동안 기자회견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비리 문제를 제기한데 대한 보복이자, 교협을 와해시키려는 시도"라며 "총장과 학교 측은 지난 87년처럼 교협 대표들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교수들만 없애면 교협은 와해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7년, 수원대에는 교협이 처음 결성돼 대부분의 교수가 가입했으나 학교측의 개입으로 6개월 만에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26년 만인 지난해 3월, 수원대 교수 40여 명은 새로운 교협을 창립하고, 학내 문제들에 대한 개선과 민주적인 대학운영 등을 요구해왔다.

교협은 출범 당시 재단과 학교 측에 대화와 상생을 통해 학교발전을 함께 이뤄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5일, 학교 측이 재직 교수들에게 '교협을 반대한다'는 성명서에 서명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교수들은 저임금에,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

교수들에게 매년 저임금 연봉계약을 요구하는 임용약정서를 쓰게 하고, 지속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습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배 교수의 주장이다. 이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비를 학생들과 학교발전을 위해 100% 재투자하지 않고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교수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대가 최근 10년 동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한 적립금 규모는 4300여억 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수원대생 88명은 "쓰지 않고 쌓아둔 등록금을 돌려 달라"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교협은 학생들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재단과 학교 측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특히 교협은 "재단 측이 대학발전기금 수십억 원을 교비회계로 전출하지 않고 사돈관계인 종편방송사 <TV조선>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교비를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교협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11년 7월 재단 측이 학교에 입점한 S은행으로부터 대학발전기금 50억 원을 재단계좌로 받아 종편설립에 투자한 사실을 밝혀내고, 조속히 교비회계로 전출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감사원에 확약서까지 제출했던 재단 측은 2년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문제가 되자 재단 측은 편법을 동원해 투자 주체를 학교 명의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협은 지난해 12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비회계 전용 비리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재단 측을 감사원에 고발했다.

수원대 일부 동문들도 재단 측의 파면처분에 반발

▲ 사학재단인 수원대학교가 최근 교비회계 전용 등 학교비리 문제를 제기해온 교수들에 대해 파면처분을 내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13일 전국사립대학교 교수회연합회단이 수원대 교수협의회를 방문해 학교 측의 교수협의회 탄압규탄 연대성명을 발표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 수원대 교수협의회


이처럼 교협이 학내 문제 개선과 비리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자 학교 측은 명예훼손 고소로 맞섰다. 수원대는 지난해 말 "해당 교수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총장이 지분을 가진 건설업체가 학교 적립금을 담보 잡아 골프장 공사비를 대출받았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익명으로 게재해 학교와 총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소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해당 교수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 익명으로 허위사실을 유포, 학교와 총장 등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확인됐다"며 "학교는 이들과 원만한 해결을 요구했지만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징계가 불가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교수들은 "재단 측의 파면조치는 부당하다"며 이번 주 중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민변 등 전문 법조인들과 협의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그동안 교협 인터넷 카페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보된 재단 및 학교 측의 비리 의혹을 추가로 폭로할 예정이다.

수원대 일부 동문들도 재단 측의 파면처분에 반발하며 힘을 보태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수원대 출신인 시민단체 활동가 안병주(92학번)씨는 "대학 측이 비리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을 파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현재 교수들을 돕는데 뜻을 같이 하는 동문들이 접촉하며 탄원서명운동 등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와 한국사립대교수연합회, 전국교권수호모임 3개 교수단체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측은 사학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에 대해 파면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재단 측이 극형과 같은 파면조치를 취한 것은 재단 소유주 일가의 횡령·배임 등 범죄행위를 감추고 민주주의에 반대한다는 뜻 외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면서 "교육부는 즉각 이 사태를 감사하고 학교법인의 퇴출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학교측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명확한 증거 확보"

한편 수원대 관계자는 20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교협 소속 교수들에 대한 핵심적인 징계사유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학교와 총장의 명예훼손, 논문표절, 학내 생태농장 영리행위"라며 "이번 파면처분은 징계위원회에서 명확한 증거들을 확보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교협 측이 주장한 교수들의 저임금과 학생들의 열악한 학습 환경 문제와 관련해 "이미 지난해 연봉제 교수들에 대한 임금을 상향조정했다"면서 "공과대 등 일부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당국의 허가를 받아 학교건물 추가 신축 계획을 추진 중에 있으며, 현재 적립금(4300억 원) 중 절반가량이 이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단 측이 대학발전기금 50억 원을 교비회계로 전출하지 않고 종편방송사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수익사업 차원에서 종편에 투자했으나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투자주체를 학교 명의로 변경하고, 향후 5년 내에 종편 투자지분을 매각해 교비로 환원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교육부의 승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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