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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힐링누리길, 겨울에 더 걷기 좋은 길

고양힐링누리길 겨울 숲 걷기 행사 열려... 시민 1천여 명 참가

등록|2014.01.20 10:28 수정|2014.01.20 10:28

▲ 고양힐링누리길에서 '겨울숲' 체험을 위한 걷기행사가 열렸다. ⓒ 유혜준


18일, 오전 9시 반에 도착한 화정역 광장은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보니 주변의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최소한 2~3도 이상 낮단다. 그래서인지 광장에는 군데군데 언제 내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지저분한 눈 무더기가 녹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토요일 오전에 화정역을 찾은 것은 '고양힐링누리길 겨울 숲'을 걷기 위해서였다. 이날 고양시에서 '고양힐링누리길 겨울 숲 체험' 행사를 마련했던 것. 화정역에서 출발해 장미란체육관 앞을 지나 봉대산과 강매석교를 거쳐 고양시 시정연수원까지 걷는 코스로 전체 길이는 10km.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이날 걸은 길은 일부는 행주누리길, 일부는 행주산성 역사누리길로 "'겨울 숲' 걷기 행사를 위해 일부러 걷기 좋으면서 겨울 숲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을 이어서 만들었다"는 게 이태형 고양시 녹지과장의 귀띔이다.

'고양힐링누리길 겨울 숲 체험'에는 고양시민뿐만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인근 도시에서도 걸으러 온 이들이 많았다. 걷기에 참여한 이들은 대략 1천여 명 정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걸으러 나와 놀랐다. 겨울이지만 날씨가 춥지않아 사람들이 길 위로 나선 것 같았다.

"고양힐링누리길은 고양시의 자랑" 

▲ 고양힐링누리길에서 '겨울숲' 체험을 위한 걷기행사가 열렸다. ⓒ 유혜준


이날 걷기에는 최성 고양시장도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최 시장은 "걷기 참 좋은 날씨"라며 "고양힐링누리길은 힐링을 하면서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최 시장은 "오늘 걷는 행주누리길을 고양누리길 가운데 가장 좋아한다"며 "역사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 있는 고양힐링누리길은 고양시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10시가 가까워지자 화정역 광장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걷기동호회 회원으로 보이는 이들, 가족과 함께 나온 이들, 친구와 함께 나온 이들이었다. 오전 10시 20분, 가벼운 몸 풀기가 끝난 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은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줄을 지어 걷기 시작했다.

화정역을 출발해 장미란체육관 앞을 지나고, 배다골 테마파크 앞을 거쳐, 성사천을 따라 걸은 뒤에 봉대산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본격적으로 겨울 숲이 나타난 것. 겨울 숲은 황량했지만, 따뜻한 햇살 덕분인지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 고양힐링누리길에서 '겨울숲' 체험을 위한 걷기행사가 열렸다. ⓒ 유혜준


▲ 최성 고양시장이 함께 걷는 중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장님, 걸으니까 너무 좋아요." ⓒ 유혜준


▲ 고양힐링누리길 이정표. 강매석교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 유혜준


작년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추웠지만, 이번 겨울은 눈도 거의 내리지 않고 날씨까지 포근해 산에, 숲에 눈이 쌓이지 못했다. 그래서 눈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흙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걷기에는 참 좋았다.

걷기 좋은 숲길이 길게 이어졌고, 사람들은 줄을 지어 천천히 걸었다. 봉대산에서 내려오는 길, 양지바른 곳에 무덤들이 즐비했다. 죽은 자의 마을을 산 자들이 무리지어 지나간다. 무덤 앞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강매석교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가 정겹게 걷는 이들을 맞이한다.

강매석교 위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한참을 걸어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석교 위에 걸터앉아 간식을 나눠먹거나 목을 축인다. 몇 사람은 강매석교의 내력이 담긴 표지판 앞에 서서 읽기도 한다.

강매석교,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 고양힐링누리길에서 '겨울숲' 체험을 위한 걷기행사가 열렸다. ⓒ 유혜준


▲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강매석교. ⓒ 유혜준


창릉천을 가로지르며 세워진 강매석교는 1920년대에 놓인 다리다.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예전에는 나무였던 것을 돌로 새로 놓았다고 한다. 예전에 고양시에 살던 사람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다리라고 할 수 있다. 다리 아래, 잔설이 있다.

강매석교를 지나 시정연수원 방향으로 가는 길은 예전과 달라졌다. 산으로 오르는 길에 계단을 놓고 새 단장을 한 것. 이 계단, 몇 백 개는 되는 것 같다. 올라가고 또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발을 내딛으면서 숨을 고르고 또 고르게 만드는 길이다. 하지만 이 계단을 다 오르고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저절로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시야가 탁 트이면서 한강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고양힐링누리길 가운데 유일하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행주산성 역사누리길에 접어든 것이다.

▲ 고양힐링누리길에서 '겨울숲' 체험을 위한 걷기행사가 열렸다. ⓒ 유혜준


강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역시 물은 멀리서 바라보아도 좋다. 철조망을 따라 걸으면서 한강을 조망하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이곳은 예전에는 사람들의 통행이 금지되었던 구간이다. 한강 철책선이 제거되면서 일반에 공개되었고, 고양힐링누리길 구간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던 것.

다시 계단이 이어진다. 88계단. 여든여덟 개의 계단이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만들어져 있다. 88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이번에는 88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그 끝 지점에 고양시 시정연수원이 있다. 이곳에 한강철책선 제거를 기념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남겨진 일부 철책선에서는 시민들이 소원글을 적어서 매단 것을 볼 수 있다.

이날 걷기를 마친 시민들은 철책선에 새해 소망을 적어 정성스럽게  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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