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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자들과 싸우는 4명의 커리어 우먼

[리뷰] 제임스 패터슨 <8인의 고백>, <9번의 심판>

등록|2014.01.20 13:48 수정|2014.01.20 13:48

▲ <9번의 심판>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사람은 경찰인 경우가 많다. 경찰은 사건 현장이 오염되지 않도록, 범인이 남긴 증거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현장을 보존하고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통제한다.

살인사건의 희생자는 원칙적으로 부검하게 되어있다. 부검을 위해서 시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시신을 실어가기 위해서 검시관이 현장에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사건소식을 듣고 신문기자가 그보다 먼저 나타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수사가 진행되고 용의자가 검거되면 검사가 그를 기소해서 재판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많다.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찰과 기자가 그렇다. 경찰 측은 비공개수사를 위해서 사건의 세부사항을 기밀로 유지하려고 하고, 기자는 어떻게든 그것을 알아내서 특종을 터트리려고 한다.

만일 이 네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경찰, 검시관, 기자, 검사 이렇게 네 명이 서로 속내를 툭 터놓고 지내는 '절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사건 수사도 그만큼 효율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악을 몰아내려는 여성들

제임스 패터슨의 '우먼스 머더(Woman's Murder) 클럽 시리즈'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인물들이다. '우먼스 머더'라는 단어에서 여성들이 살인을 하고 다닌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는 정 반대다. 이 주인공들은 '세상의 악을 몰아내자'라는 목적으로 친해진 인물들이다.

세상에서 악을 완전히 몰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악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형사 린지, 검사 유키, 기자 신디, 검시관 클레어 이렇게 네 명이다. 모두 여성이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면서 그곳에서 발생하는 온갖 강력범죄를 상대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가 시작되면 이들은 자주 카페에 모여 술을 마시면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외부로 공개되지 않을 자신만의 정보를 교환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건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서로의 사생활, 현재 어떤 남자를 만나고 있는지 등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잔인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만나게되면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들의 유대감은 시리즈의 8번째, 9번째 편인 <8인의 고백>, <9번의 심판>에서도 발휘된다. <8인의 고백>에서는 부유한 상류층 사교계 인사들이 연속해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정황상 살인인것 같은데 시신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

시신을 부검해도 정확한 사인을 알 수가 없다. 약물에 중독되었거나 독극물을 마신 것도 아니다. 검시관인 클레어도, 형사 린지도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기자 신디는 신문기사에 쓸 정보를 원하지만 그것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 처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이런 상황은 <9번의 심판>에서도 이어진다. 한 사이코 살인마가 갓난아기와 그 엄마만을 골라서 총으로 살해하고 다닌다. 그리고 현장에 'WCF'라는 의문의 메시지를 남긴다. 린지와 클레어는 잔인한 살인, 특히 아기들의 죽음에 분노하고 경악하지만 범인을 추적할만한 특별한 단서가 없는 상태다. 우먼스 머더 클럽의 멤버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까?

작가 제임스 패터슨은 독특한 사건만큼이나 독특한 인물들을 설정했다. 강력범죄와 관계된 네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동시에 활약하는 작품은 아마 이 시리즈가 유일할 것이다.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사건의 진상보다도, 이들이 모여서 울고 웃고 떠들어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작가가 정한 작품의 제목이다. 제목을 보면 그 작품이 시리즈의 몇 번째 편인지 알 수 있다.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은 <첫 번째 희생자>, 여섯 번째 편은 <여섯 번째 표적>, 일곱 번째 편은 <제7의 천국>, 이런 식이다. 그 제목은 작품의 내용과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제임스 패터슨은 이 시리즈를 통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앞으로 주인공들의 유대가 어떻게 나아갈지도 궁금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시리즈의 제목이 어떻게 붙여질지 그리고 그 제목이 어떻게 내용과 부합하게 될지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덧붙이는 글 <8인의 고백>, <9번의 심판> 제임스 패터슨 지음 / 원은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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