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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권은희 사진 빼라" '정치적 부담' 이유로 공익광고 제한

[단독] 참여연대의 '공익제보자 보호 광고'에 서울시 수정 요구

등록|2014.01.21 14:41 수정|2014.01.21 17:07

▲ 서울시가 정치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익 제보자에서 빼라고 요구한 광고 시안. 위 시안은 권은희 과장이 포함됐으나 서울시가 반발해 아래 시안으로 최종 확정돼 지하철 7호선 전동열차에 게재됐다. ⓒ 서울시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공익제보자 보호 광고'에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을 빼라고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공익제보자에게 최고 1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한 서울시의 공익제보자 보호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정치적 논란이 되는 사안을 광고한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 희망광고사업에 선정된 참여연대는 지난달 중순 공익제보자 보호 광고에 권은희 과장 등 4명의 공익제보자를 소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권 과장 등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결국 광고에서 권 과장을 제외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0년부터 부정부패와 비양심적 행위 등을 고발한 제보자를 선정해 의인상을 수여해왔다. 지난해에는 '2013 의인상'에 권은희 과장을 비롯해 7명을 선정했다. 권 과장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 윗선의 수사 은폐·축소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권 과장의 폭로를 바탕으로 경찰의 윗선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시 "정치적 논란 인물은 빼라"

서울시 희망광고는 지하철 광고판과 <TBS> 교통방송 등 시가 보유한 홍보 매체를 활용해 광고를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여성·장애인·어르신·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익 캠페인을 벌이는 비영리 단체와 사회적 기업, 소상공인 등을 희망광고 대상자로 선정해 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희망광고 사업에 선정됐다.

참여연대는 한 광고 제작 업체의 재능기부를 받아 공익제보자 보호 광고 시안을 제작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구호를 내건 이 광고는 고양이를 감시하기 위해 누군가가 방울을 달아야하는 것처럼, 부정부패를 막을 공익제보자가 필요하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애초 이 광고에는 권은희 과장을 비롯해 지난 2008년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라고 폭로한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2009년 군납 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2006년 사립학교의 16억원 대 회계 부정을 고발한 조연희 교사가 소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서울시는 권은희 과장과 김이태 박사가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광고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부당하다며 거부했지만, 서울시는 "사례를 모두 빼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참여연대는 결국 광고 게재 시기를 늦출 수 없어 지난 4일 서울시와 협의를 마쳤다.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권은희 과장은 광고에서 빼는 대신 김이태 박사는 포함하기로 한 것. 이 시안으로 완성된 가로·세로 513x360mm 크기의 투명 아크릴 액자 448개가 지난 7일부터 서울시 지하철 7호선 전동차 내부에 설치됐다.

"권은희 제외는 과도한 정치적 고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공익제보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공익제보자 보호에 앞장 서 왔다. 조례에 이은 조치로 지난해 10월에는 공익제보자에게 최대 1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해고를 당했을 때에는 재취업을 알선해 주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따라서 서울시가 권은희 과장을 광고에서 제외시킨 것은 공익제보자 보호 취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부 고발 특성상 피고발자의 반발은 물론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 쉽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을 진행한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권은희 과장의 내부 고발은 검찰의 수사결과로 사실임이 입증돼 공익제보자 광고에 적합한 사례"라며 "정치적 논란을 이유로 광고를 수정하게 한 것은 과도한 정치적 고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팀장은 "참여연대는 희망광고 신청 당시부터 공익제보자에 대한 광고 취지를 분명히 설명했고,그래서 선정된 것"이라며 "광고가 게재될 시기에 와서 광고 내용을 이유로 보류하고 결국 권은희 과장을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선순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한다, 시 광고에 시민들이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를 살펴봐야한다"며 "당시 권은희 과장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핫이슈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애초 참여연대의 광고(계획)에는 공익제보센터 소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하지만 (최종) 광고(시안)에 후원금이 강조됐고, 제보자의 소개도 너무 크게 나와 이를 (제보자 소개를) 줄이기로 한 것도 (광고를 수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와 어긋나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는 "권은희 과장을 제외했지만 참여연대의 광고는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나갔다"고 반박했다.

실무자인 이주노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 매체운영팀장도 "정치적 사안을 시민 세금으로 광고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수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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