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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경찰 차벽, 집회 참가자에게 위협"

특별보고관, 한국 인권실태 조사보고서 공개...해직언론인 문제도 지적

등록|2014.01.21 18:46 수정|2014.01.21 18:48

▲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린 '최종범열사 추모 및 삼성규탄, 열사정신계승 결의대회'. 경찰이 차벽으로 쳐 놓은 높다란 폴리스라인이 왼쪽에 보인다. ⓒ 남소연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기록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 보고관은 한국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지나치게 제약되는 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권고했다. 특히 서울광장 등 주요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를 경찰이 '차벽'으로 통제하는 것을 두고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문제 삼았다.

이외에도 보고관은 최근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언론인 부당 해고·징계, 파업 노동자 업무방해죄 적용 등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인권 활동을 통제·방해할 목적으로 법률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표·채택될 예정이다.

"경찰 '차벽', 집회 참가자에 위협될 수 있어"

▲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한국보고서 ⓒ 유엔인권이사회


참여연대에 따르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마가렛 세카기야(Margaret Sekaggya)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지난해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작성한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세카기야 특별보고관은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같은 기본권 권리 행사가 제한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내 법과 제도가 인권 활동을 규제·악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문화제 등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 때마다 경찰 '차벽'이 동원되는 것도 우려했다.

보고관은 "집회를 감독하기 위해 경찰 버스로 주차 라인을 만드는 것은 집회를 차단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참가자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가 있다"며 "민주사회에서는 집회 등의 운동이 제대로 보장돼야 하고 도시 공간의 사용도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년 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해직언론인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보고관은 "당국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거나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들에 대해 위협·불법 사찰이 이뤄지고 있다"며 "YTN이나 MBC에서는 언론사 내 부당한 관행에 항의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부당한 해고나 징계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파업에 이어 최근 철도노조 파업으로 또 다시 논란이 된 '불법파업'과 관련된 내용도 보고서에서 발견됐다. 특별보고관은 "한국 법원이 노동 쟁의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특히 노조원들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한다"며 노동자 파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보고관은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노조설립 신고제도가 사실상 '허가제'로 약용되면서 노조의 자율성 원칙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 문제 등을 두고도 우려를 표했다.

"집회 참가자 과도하게 처벌되는 일 피해야"

특별보고관은 결론 부분에서 "인권 활동을 통제·악화·방해할 목적으로 법률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주고자 한다"며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입법·행정 등의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내법과 규정을 집회·시위의 자유에 부합하게 검토·수정해 집회 참여자들을 과도하게 처벌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카기야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5월부터 2주 동안 한국을 방문해 경찰청·국가인권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밀양 송전탑 농성현장 등을 방문해 국내 인권 실태를 조사했다. 보고관은 1차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번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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