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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난방비 50만원, 이렇게 해결했어요

불목하니 노릇이 자랑스러운 이유

등록|2014.01.22 10:45 수정|2014.01.22 10:45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서 겨울은 춥다.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도 겨울이 거의 5개월 가량이며 난방을 해야 하는 기간은 그보다 더 긴 6개월이나 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우리 백성들도 겨울나기를 위해 음식을 저장함은 물론 난방을 위한 연료 확보가 필수적인데 보통 가정에도 적잖은 부담이요,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고통일 수 있다.

시골에서 두 번째 겪는 겨우살이. 추위가 특별히 시골이라고 다르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도시에 비해 시골 겨우살이가 좀 더 힘들지 않을까 한다. 우선 시골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대체로 연탄 아궁이가 있는 집에서는 연탄을, 화목 보일러나 기름 보일러를 설치한 집에서는 화목이나 기름을 사용하여 난방을 하고, 심야전기를 난방에 이용한다.

요즘 다시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온돌방을 만들어 추위를 피한다고 하는데 그 수는 많지 않을 것 같고 실내에 벽난로 등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닌 듯싶다.

우리는 겨울 난방을 위해 화목과 기름 겸용 보일러를 설치하였고 실내에는 아주 춥거나 정전 등의 사고에 대비하여 벽난로를 설치하였다. 화목과 기름 겸용 보일러를 설치한 목적은 비싼 기름 대신 화목을 이용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지난 겨울을 되돌아보면 화목 값도 만만치 않아 한 겨울 난방비만 50만 원에 육박했다.

며칠 동안은 기름만 사용하면서 한 달간 난방에 필요한 비용을 추산해 봤는데 대략 50만원 이상이 예상되어 우리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금액이었다.

금년 겨울을 앞두고 고민은 역시 난방비였다. 그래서 난방비 절약을 위한 방안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일러를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서 먼저 전년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검토하였던 바 몇 가지 문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나, 과도한 난방비의 원인은 보일러 조작의 미숙 때문이었다. 우선 설치해준 기술자들이 설명 부족이 문제였다. 생각하면 설치해준 기술자조차 보일러의 성능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랬으니 제대로 효과적인 사용 설명이 되었을 것인가.

예를 들면 화목을 투입했을 경우 기름을 분사하여 화목에 불을 붙이는 '착화' 스위치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요령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상당기간 착화 스위치를 올려둔 상태에서 화목을 투입했고 그런 결과로 최소 15분씩 기름을 분사하였는데 그건 완전한 기름 낭비였다. 뿐만 아니라 기름의 분사로 인해 화목의 연소를 촉진하여 나무가 빨리 연소시켜 연료비 상승의 한 요인이 된 것이다.

보일러 사용 설명서도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조작의 요령을 스스로 터득하기까지 거의 한 계절이 걸렸는데 그러는 동안 따뜻하게도 지내지 못하면서 연료비에 허리가 휘었으니 억울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 와중에 괜히 순환 모터만 갈아주고 생돈을 받아간 얼치기 기술자에게 당한 일은 잊을 수 없는 작은 삽화가 될 것 같다. 

둘, 목초액이 보일러 벽에 붙어 굳으면 보일러 수명이 단축된다는 말만 믿고 화목으로 마른 참나무만 고집한 것도 연료비 상승의 요인이었다. 마른 참나무가 비교적 화력이 좋고 깨끗하게 연소하는 점은 좋았으나 가격은 1루베에 16만 원이었는데 한 겨울 추위에 매월 3루베 이상 소요되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화목 화목을 들이고 쌓은 지난해 10월 중순 잡은 사진이다. 화목을 쌓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래도 지금까지 따뜻한 계절을 보낼 수 있어 좋다. ⓒ 홍광석


지난해, 10월 벽난로용 참나무 3톤, 그리고 잡목 11톤을 구입하였다. 벽난로용 화목은 손질을 해온 것이기에 쌓기만 하면 되었고 잡목은 일당 20만 원에 벌목공을 고용하여 마당에서 잘라 집과 창고 둘레에 쟁였다. 그리고 지금 3개월 넘게 화목 보일러만 가동 중이다. 이제 보일러를 다루는 요령도 익혀 따뜻한 물을 언제든지 쓰면서도 실내 온도는 최저 섭씨 23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 들어 지금까지 벽난로는 딱 한 번 사용했다.

정확한 연료비는 아직 산출하기 어려우나 지금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7개월간 난방비는 전년도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칠 것 같다. 그보다 벽난로를 피우고도 지금보다 추웠던 작년 겨울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화목 보일러는 도시가스처럼 기온이 내려가면 실내에서 스위치만 올리는 편한 시설이 아니다. 기온과 바람에 따라서 또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 예상 시간에 맞추어 화목을 투입하는 등 보일러를 관리해야 한다. 예상 시간에 맞추어 화목의 크기와 종류를 골라내는 일도 경험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보일러 내부를 청소하고 연통을 막은 재를 털어내는 일도 해야 한다. 더구나 보일러실이 본 건물과 떨어져 있기에 날마다 새벽의 찬 공기와 부딪쳐야 한다.

아침이면 영하 4, 5도를 오르내리는 산골짜기의 일상은 단조롭다. 아마 음력 정월 보름 무렵까지 농사는 쉴 것이다. 그래서 요즘 글 쓰고 책 읽다가 그렇게 보일러를 지키며 산다.
마음을 비우고 사는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는 모른다. 무엇을 하겠다는 욕심, 무언가 얻고자하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다수가 행복한 좋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원하면서 다가올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모습이 아닐까.

아직 죽음은 생경스러운 단어지만 설사 그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오늘이 부끄럼 없는 하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숙지원 설경 눈 덮인 숙지원 모습이다. 숙지원의 겨울은 광주보다 훨씬 춥다. ⓒ 홍광석


'불목하니'는 절에서 나무를 하고 물을 길러 밥을 짓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절집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불목하니가 있기에 절집은 더 절다워지는 것이 아닐까? 이판도 사판도 아닌 불목하니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때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굶주리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을까?

이제 피안의 저쪽에 있는 낙원을 꿈꾸지 않는다. 미륵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언제나 밥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세상, 겨울에 등짝이 시려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수 천, 수 만의 불목하니를 기다린다. 

정치 경제는 물론 기후까지 예측 불가능한 시대. 귀촌이 최선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무엇을 기다리며 사느냐는 짧은 물음을 남기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 필통블로그 다음카페 한종나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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