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성형으로 새 인생? 8년간 밖에 못 나가"

[인터뷰] 성형 수술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

등록|2014.01.24 18:31 수정|2014.01.24 22:05
최근 방송인 에이미의 성형수술 부작용 문제와 관련해 성형외과에 압력을 행사한 '해결사 검사'가 구속되면서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해 관심이 새삼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구제 접수현황'에 따르면 2008년 42건이던 성형부작용은 2012년 130건으로 5년간 3배 이상 급증했다. 성형이 점점 대중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형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20일 저녁에 만나봤다. 이들은 어디 호소할 데도 없는 죽음의 공포와 고통을 감당해 왔다. 각각 32세, 26세인 이들은 8년과 3년 동안 변변한 외출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10차례 재수술... 시도때도 없는 통증으로 자살시도까지

▲ 지난 20일 저녁, 김은영씨와 이진주씨가 용기를 내서 자신들의 성형수술 부작용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재용


사진으로 본 김은영(가명·32)씨의 원래 얼굴은 예쁜 모습이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성형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한다. "연예계 쪽으로 진출하고 싶었다"는 그녀에게는 실제로 화장품 모델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스물 셋 무렵, 모델 일에 대한 호기심과 꿈에 부풀어 하루 하루를 지냈다. 하지만 연예계는 경쟁이 치열했다. 예쁜 애들이 넘쳐나는 곳. '이 모습 그대로 나가서 뒤처지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생겼다.

"처음에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살을 뺐어요. 살을 빼니 얼굴의 젖살도 다 빠져 버리더라고요. 주변에서 볼 살을 조금 넣으면 화면발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도 했어요."

볼의 젖살이 빠지면 나이가 들어 보일까봐 걱정도 됐다. 은영씨는 당시 일본어를 배우려고 일본에 거주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마침 지인이 어떤 미용성형 시술자를 소개해 주었다. 한국인이었다. '이 부위만 조금만 하자'는 생각으로 시술을 했다. 볼을 필러(주사기로 물질을 넣는 방식)로 채우는 시술이었다. 학생이라 돈도 없고, 성형에 대한 지식도 없던 시절이었다.

"부작용 없으니 걱정말라고 했어요. 너무도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시술자의 말을 믿었어요."

사달은 그때부터였다. 처음에는 효과가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볼의 피부가 축 늘어졌다.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업용 실리콘을 넣었다고 했다. 그 시술업자는 잡혀 들어가는 것으로 끝났지만 은영씨의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울함을 이기려고 친구를 만났지만, 친구들은 은영씨를 피했다.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두문불출했다.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학교 그만두고 사회 활동이 모두 정지됐다.

성형외과에 가서 재수술을 받는 방법밖에는 대책이 없었다. 한국에 있는 유명하다는 성형외과를 찾았다. "흘러내리지 않고 오래 가는 것으로 채워달라"고 했다. 전문의에게 부탁하면 알아서 부작용 없이 치료해줄 줄 알았다. 수술을 받은 후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놀라서 이유를 물으니 의사는 괜찮다고, 1주일 후에는 빠질 거라고 말했다.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 더 황당한 건, 부기가 빠지기도 전에 의사는 오히려 다른 부위의 성형을 권했다는 것이다. 턱을 깎으면 더 예뻐질 거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지만 기존의 공업용 실리콘에다 그 의사에게 주입받은 칼슘 성분제가 혼합되어 더 심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의사는 무조건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병원 실장도 한 목소리로 괜찮다며 추가적인 시술을 지속적으로 권유했다.

그녀는 갈등했다. 청담동 한가운데, 화려한 인테리어 건물의 병원이었다. 연예인 사진도 걸려 있었다. '그래, 이런 유명한 곳 의사니 알아서 해주겠지'. 그게 2005년 무렵이었다. 병원비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연예계로 가서 돈 많이 벌면 다 갚아드리겠다고 아버지에게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큰 실수였다. 원래의 얼굴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 코, 입 볼이 더욱 부었다. 1주일 후면 가라앉는다던 부기는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이후로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났다. 외모만 그래도 차라리 견딜 만했다.

"얼굴이 아프다는 말을 사람들은 믿을 수 있을까요?"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얼굴 통증은 그를 몇 차례의 자살 시도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10여 차례 재수술을 하고 지금까지 8년간 집에서만 지내고 있다. 2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해 환청까지 보였다.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집어 던졌다. 정신병원에도 들락거렸다. 한때는 게임 폐인이 돼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며 살았다.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지금도 원래 얼굴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자연스러움은 회복됐다. 이제 재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통증은 아직 있다. 그렇게 올해를 맞았다. 그는 패션을 좋아한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패션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다며 하얗게 웃었다.

"거꾸로 가는 시계 있다면... 절대 얼굴에 손대지 않을 것"

▲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성형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8시간 환생녀'. ⓒ tvN


26세 이진주(가명)씨, 그는 간절히 말했다.

"누가 너 로또1등 줄까, 얼굴 줄까 이러면 전 얼굴을 달라고 하고 싶어요."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원래의 자신의 얼굴로만 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진주씨는 대학교 졸업 후 바로 기업체의 비서로 취업해서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아가씨였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미래에 대한 꿈도 컸다. 여느 또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친구들과 연예인들의 미용성형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그 이상은 아니었다.

"미용을 위한 간단한 시술에 대한 관심이었지, 깎고 자르고 하는 것은 무서워서 싫었어요."

그러다 미용성형 이벤트 광고를 보게됐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면 할인을 해주는 '공동구매' 같은 것이었다. 이벤트이기 때문에 병원 선택권은 없었다. 휴가를 이용해서 이벤트에 참여했다. 물론 간단한 미용시술이 목적이었다. 이마 쪽에 '쁘띠 성형'(간단한 시술)를 조금 하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부위만 살짝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여러 부위의 수술을 추가적으로 권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면 이상해지지 않냐고 물어도 조금만 하면 괜찮다며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전문의가 권하니 혹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니 무엇보다 전문의가 권유하니 믿었어요."

그동안 직장 생활하며 모은 돈을 성형에 들였다. 얻은 건 더 예뻐진 얼굴이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모습의 얼굴이었다. 얼굴이 전체가 축 가라앉으며 변형됐다. 출근은 해야 했다. 직장에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쳐다보고 수군거렸다. 버스에서 옆 사람의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쟤 얼굴 왜 저래?

"정말 억장이 무너졌을 때는 남자친구가 저를 못 알아 볼 때였어요."

같은 동네에 살았던 남자친구를 우연히 횡단보도를 건너며 바로 옆에서 마주쳤는데 자신을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쳤다. 어느 날은 출근길 버스에서 주변의 사람들이 다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환각으로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다. 몇 주 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자신을 보고 갑자기 통곡을 했다. 다른 모습이 된 딸을 보고 결국 참아왔던 눈물이 터진 것이다. 그동안 딸의 마음이 아플까봐 내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성형 전공이 아니어도 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미용성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의사는 비전공의였다.

"가족이 몰려가 항의하자,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며 환불을 해주었어요."

그러나 그의 얼굴은 환불이 될 수 없었다. 당시 그 병원은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돈은 받았지만, 전쟁 같은 삶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3년 동안 4차례 재수술을 받고 있다. 재수술에는 비용이 더 들었다. 수술 받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수면 마취를 해도 수술 중간 중간 의식이 잠깐 희미하게 돌아오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수술 도중 혈관이 터져서 의사가 간호사를 급하게 부르고 막힌 기도를 풀려고 했다. 긴박했던 순간이 전해져 왔다. 수술 후 의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술은 무난하게 잘 끝났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좀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다고 누가 자기들 어떻게 하는 것도 아닌데…."

은영씨는 의사들이 수술 받기 전에는 걱정하지 말라고 너무도 자신있고 당당하게 말해 놓고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는 오리발 내미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 역시 수면제가 없으면 여전히 잠을 못 이룬다. 재수술을 할 때마다 공포감이 크다. 끝없는 전쟁이다. 재수술을 몇 차례 해도 회복이 잘 안 된다. 부작용을 치료하려고 수술을 하고 또 해도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이 너무 슬프다. 어서 좋은 의사를 만나서 부작용이 완치되어서 그냥 평범하게 생활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다. 남들 의식 안하고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남자친구랑 영화도 보러다니고 싶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있어서 수술 전으로 간다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손을 대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외모에 대한 편견을 학습하면서 성장한다.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는 예쁘고, 착한 공주를 괴롭히는 마녀는 매부리코의 못생긴 할머니다. 동화 속의 인물들은 착할수록 예쁘고, 못될수록 못생겼다. 성인되어서는, '못 생긴 게', '넌 예쁘니까 괜찮아'라는 종류의 외모차별적인 발언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산다. 성형수술로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이야기하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활동 모습을 매일 접하고, 숱한 성형 광고와 홍보물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일상구조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시대에 성형에 대한 도식적인 찬반 논의보다 부작용이 속출하는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처 방안이 하루빨리 논의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 우선, 이진주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꼭 남기고 싶다.

"그냥 그대로 생긴 대로 살아요. 자연 그대로 살아요. 그게 제일 행복한 거예요."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