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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고위험군', 양수 검사해야 할까요

[공모-출산, 그 아름다운 이야기] 출산의 고통과 기쁨

등록|2014.01.27 11:34 수정|2017.06.10 11:29

입체초음파로 찍은 아기 모습임신24주때 750g의 민준이 얼굴 ⓒ 송희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아기를 낳고 나면 엄마가 아기를 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도 그걸 기대했고,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달랐다.

임신 37주 만에 양수가 터져 꼬박 24시간을 진통했다. 아기가 나오고 나면 시원할 거라던 말을 믿었으나 출산하고 난 후의 고통이 더 컸다. 다 낳고 나서도 자궁에 남은 찌꺼기를 빼내느라 배를 누르는데 자꾸만 아파서 배에 힘이 들어갔다. 어떻게든 눈 질끈 감고 낳고 나면 굉장히 감격스러울 줄 알았는데 웬걸 회음부를 꿰맬 때 한 땀, 한 땀 바늘로 찌를 때, 실이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끔찍하리 만큼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통을 여러 번 맞았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먼저 출산한 언니들의 말로는 무통을 맞지 않고 낳으면 출산의 고통이 크기 때문에 회음부를 꿰매는 고통을 못 느끼는데 무통을 맞아서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아기를 내 품에 안겨 주는데, 정말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아기를 처음 봤을 때 산모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고, 또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릴 때의 아름다운 장면은 나에게 먼 이야기였다.

아기를 안기는 것과 동시에 회음부에 바늘이 콕콕 들어오는 통에 감격할 겨를이 없었다. 아기에게 미안하지만 감동보다 고통이 더 컸다. 아기를 키우다보면 이 아팠던 기억은 다 잊는다지만 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출산을 한 당시와 그 후뿐 아니라 임신 기간 내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었다. 임신 중에도 고비들이 많았다.

임신하고 나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 육아일기를 펼쳐보면 그 중에서 아팠던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출산의 고통임신 37주만에 세상에 나온 아들 ⓒ 송희


'다운고위험군입니다, 내원하세요'

임신 4개월 무렵, 다운고위험군 1:170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당장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엄마"하고 말하고 나서 한참 뒤에야 입을 떼었다. 엄마도 놀라서 잠시 말이 없다가 엄마도 병원으로 갈 테니 어서 오라고 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가까스로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택시에 올랐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진료를 받으러 들어가니 선생님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의외였다. 나는 겁이 나서 또 펑펑 울어 버렸다. 선생님은 "엄마가 아직 아기네" 하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원래 270이 기준인데 170이 나왔다고. 100이 모자란 거다. 100명 중 2, 3명만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하셨다. 걱정하지 않기 위해 양수검사를 권해주셨다.

고민 끝에 양수검사를 하기로 결정

양수검사를 받으러 대학병원에 가니 접수까지도 한참 걸리고 초음파 검사까지 하고 진료를 받는 데까지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2차 혈액검사를 해볼까해서 여쭤봤는데,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출산할 때까지 걱정하느니 마음 편하게 아기를 기다리기 위해 양수검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주사만 맞는 거라고 비교적 간단히 생각했는데 수술실에 들어가니 두려웠다. 바늘은 일반 주사보다 가늘고 양수 뺄 때만 느낌이 이상하다고 들었다.

막상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소독약을 몇 번이고 배에 바르니 긴장이 됐다. 먼저 질로 초음파를 보고 배에 수술 천을 깔고 초음파로 선생님이 아기를 보면서 주사를 넣을 곳을 찾았다. 배를 쿡쿡 찌를 때 아기가 누워 있는 윗부분이 들어가는 게 신기했다. 가볍게 누르는 것만으로도 아기집이 이렇게 울리는 걸 보니, 아기에게 더 신경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움직이다가 주사 바늘에 찔릴까 무서워서 진땀이 났다. 손을 가슴에 올리기 전에 배를 움켜쥐고 있던 내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선생님이 바늘을 찌를 때는 따끔했는데, 생각보다 길게 양수를 빼는 동안 뻐근하고 바늘을 뺄 때 따가울까봐 잔뜩 얼어 있었다. 그래도 뺄 때는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간호사 언니들이 많이 긴장했나 보다고, 숨이 되게 가빴다고 한다. 나는 검사하고 바로 걸어 나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환자처럼 침상에 누워서 가야 했다. 신기했다.

그리고 40분 정도를 회복실에 누워있었다. 아플까 두려웠는데, 통증은 다행히 없었다. 양수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태교에 집중할 수 없었다. 몇 주후 다행히 정상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임신 29주차 때 갑작스런 출혈

임신 중 놀랐던 건 또 있었다. 냉과 함께 드문드문 피 얼룩이 보인 것. 너무 놀라서 다시 묻혀 보니 약간 피가 묻어있었다. 그 뒤로 또 묻혀 보았는데 그땐 묻어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냉과 섞여 나온 피. 당황스러웠다. 장이 있는 쪽이 쑤시긴 했으나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두려웠다.

화장실에 나와서 약간 멍한 채로 있다가 엄마에게 놀라 전화를 했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우선 아빠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순간부터 눈물이 펑펑 나왔다. 무서워서 눈물이 계속 나왔다.

병원에 가려고 옷을 입고 택시 안에서 맘을 추슬렀다. 병원에 가서도 접수를 해야 하는데 눈물이 펑 쏟아졌다. 너무 민망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 언니가 휴지를 주시고 아기한테 안 좋다고,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 주었다.

점심시간에 간 거라서 오후 2시에야 진료를 받았다. 엄마도 내가 걱정되어 병원에 오셨다. 검진을 하는데 아기는 다행히 잘 있고, 일 주일 사이 또 무게가 늘었다. 1.51킬로그램. 질 초음파도 했는데 문제없다고 아마 항문이 부어서 피가 났을 것 같다고 했다

아기가 밑으로 내려와 있긴 하지만 괜찮은 거라고 하시고 질 초음파를 보았는데 출혈 증세는 없다고 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땀띠가 아니라 임신성 소양증이라고?

또 궁금했던 땀띠에 대해서도 여쭤봤다. 땀띠가 너무 심하게 온몸에 나는 것 같다고 보여드리니, 이건 땀띠가 아니라 '임신성 소양증'이라고 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니 병명에 멍해지니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임신성 알레르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임신을 하면서 몸에 변화가 오고 아기라는 새로운 생명체가 안에 있으니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데, 이것이 심해지면 산모가 힘들어지니 유도분만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연고 처방을 해주셨다.

생후 14일된 아기조리원에 있을 당시 아들 ⓒ 송희


험난했던 임신기간이 끝나고 지금은 4개월 반이 되어가는 아들과 옥신각신 하루를 잘 보내고 있다. 지금도 아기가 아프지는 않을까 늘 마음을 졸이고 있다.

출산을 하기 전 후, 내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 막연하게 아줌마가 되는구나로 생각했던 결혼. 출산하고 나서부터는 아기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아줌마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아기와 함께 하루하루 소중히 보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출산, 그 아름다운 이야기' 공모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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