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지금 상태로 가면 KBS 수신료 인상 어렵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96] 전국언론노동조합 강성남 위원장

등록|2014.01.27 08:36 수정|2021.01.11 18:54
JTBC와 CBS가 각각 불공정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는 CBS를 비롯한 종교방송과 케이블 경제관련 채널 그리고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와 <GO발뉴스>를 방송하는  RTV까지 '무허가 뉴스방송'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사실 권력이 언론장악을 하는 건 어제 오늘일도 아니다. 어느 정권에서든 있어왔기에 방심위나 방통위의 행태는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노골적으로 벌어진 방송장악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법원은 잇따른 판결을 통해 '공정방송 요구는 방송사 노조의 정당한 권리'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공정방송 요구는 노조의 정당한 권리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하지만 MBC는 해고무효 확인 소송이 났던 지난 17일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사 뉴스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원색적 보도를 하는 것도 모자라 20일과 21일,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에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는 광고를 실어 연일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YTN에 구본홍 사장을 낙하산으로 보낸 것을 신호탄으로 공영방송사 전방위로 언론장악이 번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뀌었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은 없다. 그래서 현재 언론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과 지난 22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강성남 위원장과 나눈 1문 1답을 정리한 것이다.

"상황은 MB 때보다 안 좋아졌다"

▲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 권우성


- 어느덧 2014년이 시작된 지도 보름이 지났습니다. 약간 늦은감이 있지만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인사 부탁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여러분들이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보는 세상이 2014년에는 더 소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언론 상황은 달라진 게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언론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MB정권이 망가뜨린 언론이 그대로 박근혜 정권에게 세습되었고 박근혜 정권은 그런 언론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의 개선 요구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상황은 MB 때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언론계 내부에 정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안 좋아졌다고 봐요.

독자 입장에는 이젠 공영방송이라든지 큰 신문사의 뉴스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반대로 읽어야 되는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사회적으로 많이 느끼겠지만 대한민국엔 갈등이 많아요. 그런데 방송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은 아무 일이 없고 행복한 나라처럼 보여요. 뉴스에서 조용하면 뭔가 음모가 진행되고 있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도로 언론이 팩트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상황입니다."

- 언론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첫째, 공영방송 주인은 국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공영방송은 국민과 시청자를 위해서 요구되는 역할이 있어요. 공정한 언론의 역할 그리고 사회문화적 소통, 문화의 소비에 대한 일정 부분 역할이 있는데 지금은 제도적으로 독립돼 있지 못해요. 그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첫째예요.

둘째는 MB정권 시절인 2012년도 장악된 언론 때문에 파업 했잖아요. 그때 해고된 언론 노동자들이 복직돼야 해요. 지금까지 전혀 무반응이었다가 이번에 MBC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있었죠.

셋째는 자유언론을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해요. 방송국 내부에도 자율적인 편성 제작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큰 틀에서 법제화시키라는 것이 저희 요구였어요."

- 강 위원장께서는 "언론은 권력의 애완견이 되는 것도 모자라 홍보견이 되었다"고 하셨던데 애완견과 홍보견의 차이는 무엇이며 왜 이 지경까지 언론이 망가졌을까요?
"애완견은 주인에게 예뻐 보이기만 하면 돼요. 쉽게 말해 애완견은 예쁨을 받기 위해서 꼬리만 쳐도 되는 거죠. 그러나 홍보견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거죠.

방송이 애완견일 때는 타율적이라 귀여움을 받아요. 홍보견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나서서 실제보다 더 크게 홍보하고 과장하는 거죠. 예전에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많은 기자들은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했다면 지금 일부 간부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거짓을 만들어 전달하려고 해요. 대표적으로 공영방송의 사장과 간부들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이 망가진) 첫째 이유는 (언론이) 정치 권력에 의해서 장악되고, 역할이 강요되면서 지금은 언론계 내부에서 잘못한 판단을 한 사람이 출세를 한다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니까 점점 그 세력이 커지는 것이고 점점 언론계 내 정의가 사라져요.

둘째는 모든 상황 문화적인 것이 경제 논리로 넘어가는 거예요. 언론 자체가 돈벌이 수단이 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국가 사회적으로 어떤 것을 판단할 때 경제나 효율성 논리를 따져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본래 기능보다는 돈벌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언론이 망가지는 부분도 있어요."

"공정치 못한 뉴스를 거부할 수 있는 게 노동자의 권리죠"

▲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 권우성


- 지난 17일 MBC 노조 조합원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렸잖아요. MBC측은 곧바로 항소했고 당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는 보도를 했는데요.
"그날 사법부의 판단은 우리나라 언론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전진하는 데 기여했어요. 예를 들어 빵 공장 주인이 '몸에 해롭더라도 상관 없으니까 입에만 맛있는 빵을 만들어라'라고 하면 빵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가 '싫어요. 내가 만든 빵을 먹고 사람이 아프면 안 돼요'라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 노동자도 마찬가지예요. 공정치 못한 뉴스를 거부할 수 있는게 노동자의 권리죠. 좀 늦은 감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환영해요.

17일 저녁 MBC 보도는 뉴스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사측 입장도 아니고  김재철이나 김종국 사장이 속한 무리의 입장을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서 내보낸거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공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하라고 배정된 시간이고 그런 걸 지키라고 공영방송을 존중해 주는 건데 그들 진영이 사적으로 활용한 거죠. 2012년 당시 권재홍 앵커가 노조에게 맞았다고 톱뉴스로 보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 지난 연말 KBS이사회에서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결정한 의결에 논란이 있었는데, 수신료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신료 인상에 대한 저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공영방송 재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그럼으로써 자본권력에서 공영방송이 자유롭게 간다는 것이 논리적으론 맞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수신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것도 맞아요. 그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해요.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수신료 기분 좋게 낼 용의가 있을 거예요.

수신료 인상을 논하기 전에 KBS는 스스로 반성하고 올려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지 생각해봐야해요. 수신료 인상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다운지 여부가 중요한거죠. 이걸 먼저 논의하고 공영방송답게 법과 제도를 바꾼 다음에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을 물어봐야죠."

- 수신료 인상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세요?
"지금 상태로 간다면 인상할 수 없다고 봐요. 만약 강압적으로 인상안이 결정되면 오히려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정치권에도 부담될 거예요. 그래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수신료 인상은 당연히 거부될 것으로 봐요."

-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언론 상황이 이대로 간다면 언젠가는 곪아 터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 생각에도 얼마 안 있어 대단한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언론노조도 과격한 방법으로 의사를 나타낼 것이고.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요. 2012년 파업 이후에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점점 안 좋아지고 있잖아요.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 과격한 방법이라 함은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노동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이죠. 저는 다시 파업 투쟁도 가능하다고 보고요. 준비 안 된 듯 보이나 바닥에 기본 정서는 깔려 있다고 봐요. 그런 정서가 언론 노동자와 코드가 맞을 때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싸움이 커지겠죠. 하지만 그전에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바래요."

- 지난 연말에 경찰이 철도 노조 집행부를 잡기 위해 민주 노총 건물에 강제 진입했죠. 그 건물은 언론사 건물인데.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봐요. 언론사 건물이 특별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보호 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언론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서 신문·방송을 제작해야 해요. '정말 가만 놔두면 안 되는구나, 이대로 세상이 흘러가면 제 2의 암흑기가 올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건물이었다면 안 그랬을 거예요."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는데요. 방심위의 일련의 행태를 어떻게 보세요?
"국가에서 이렇게 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들의 행태는 (정권에 충성하는) 일방적 심의를 핑계로 하죠. 현재의 심의위 같은 조직은 없어져야 한다고 봐요. 이것은 자율심의로 넘기거나 시민의 영역으로 변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JTBC는 분명 종편이지만 방송 뉴스 중에는 그나마 낫게 평가됩니다.
"종편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해요. 왜냐하면 태생적으로 부조리하잖아요. 보수신문에게 새로운 매체를 제공하기 위해서 법을 개악했죠. 정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법 제도 내에 재검토해서 다시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JTBC 뉴스에 대한 평가가 요즘 좋아요. 이분들이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바꿔 말하면 지상파 뉴스가 망가짐으로써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부분도 있어요. 종편은 사라져야 하지만 이런 뉴스가 나오는 것은 박수 쳐주고 있어요."

- 앞으로 언론계에 대한 전망 부탁드립니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양심적인 언론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으니 (노력 여부에 따라) 장악된 기간이 축소될 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겠죠. 올해는 적어도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