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충남 예산 지역농협, 투자손실로 십수억 날렸다

해운사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법정관리 '날벼락'... 손실규모 늘어날 수도

등록|2014.01.27 15:42 수정|2014.01.27 16:01
충남 예산군내 지역농협 3곳이 지난해 외부 투자 실패로 손실을 입은 금액이 십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단위 지역농협의 한해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인 데다가 외부 투자 손실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조합원과 집행부 간 책임공방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A농협과 B농협, C농협은 지난 2011년께 증권사를 통해 STX그룹 계열사였던 해운사 ㅍ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했다. 여유자금 가운데 A농협과 B농협은 각각 10억여 원, C농협은 5억여 원을 ㅍ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해 매년 5%대 이자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ㅍ기업이 지난해 11월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투자액이 모두 반토막이 났다. 이로써 농협 3곳은 적게는 2억4000여만 원에서 많게는 5억여 원의 손실을 입었다. 남은 투자액 가운데 30% 가량은 그나마 2023년까지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나머지 70%는 법정관리 중인 ㅍ기업이 주식으로 상환해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데다 법정관리 후 STX그룹에서 분리된 ㅍ기업의 독자회생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시장분위기여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ㅍ기업의 주가는 STX그룹에서 분리된 뒤 상장된 첫날인 24일 하한가(6490원)를 기록했다.

지역농협의 한 고위 임원은 외부 투자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 증권사 직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 채권시장에 대한 정보력 부재 등을 A·B·C농협이 외부 투자에서 손실을 입은 원인으로 꼽았다. 또 "지역농협 외에 지난해 외부에 투자했던 다른 협동조합들도 크고 작은 손실을 봐 속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농협 내부에서는 외부 투자 손실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외부 투자 손실을 본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고령화 등으로 대출수요가 점점 감소하는 등 지역농협의 경영환경이 점점 어려워져 3% 정도인 농협중앙회 예치금 이자율보다 수익률이 높은 외부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수익을 내기 위해 규정 안에서 절차를 지켜 당시 우량 회사채를 매입한 것을 두고 손실을 봤다며 책임을 묻는다면 과연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항변했다.

반면 다른 지역농협 관계자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결과적으로 이용고 배당이나 출자 배당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큰돈이 지역농협 직원들의 외부 투자 실패로 날아가 버렸다"며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치다. 100만~200만 원도 아니고 5억 원, 10억 원을 외부에 투자했다면 당연히 직원들이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시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해당 지역농협이 수개월이 지나도록 대의원이나 조합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A·B·C농협 가운데 한곳은 지난해 말 대의원들에게 외부 투자 손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지역농협은 이사진에게만 알리고 대의원들이나 조합원들에게는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역농협 조합원은 "대규모 손실을 본 사실을 이사들만 알고 있다. 책임을 묻거나 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아마도 조합원들에게는 쉬쉬하는 것 같다"며 "손실 부분은 결국 조합원 돈으로 메우는 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