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총장 추천 할당제, 여대·호남권 대학 차별"
[스팟 인터뷰]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
▲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 ⓒ 유성호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우 최고위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대학별로 숫자 매기는 방식의 채용과정은 아주 잘못됐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그는 "특히 이번 '삼성발 대학서열화'는 자신들의 입맞에 맞는 기준대로 (대학을) 재배열하겠다는 대단히 오만한 발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오만한 발상의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대기업·재벌 편들기와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짚었다.
삼성은 최근 '대학 총장 추천제'의 할당 인원을 각 대학에 전달한 후 '대학 서열화' 비판에 직면하자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출신 대학을 조사해 입사 비율이 높은 학교 순서대로 추천인원을 할당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 최고위원은 "이로 인해 여자대학과 호남권 대학은 대학문을 나서기도 전에 또 다른 차별에 직면하게 됐다"며 "처음부터 동등한 과정을 거쳐서 인재를 모으면 되지 사전에 숫자까지 매기는 게 말이 되나, 재벌이 매겨준 서열이 고착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삼성의 대학 줄 세우기, 도가 심하다"며 "총장추천권 할당은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며 특정 재벌에 대한 대학의 종속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이러한 제도가 지속된다면 명문대 서열이 삼성의 할당숫자로 바뀌고, 대학들은 할당 인원을 늘리려고 삼성 로비에 나서는 등 삼성공화국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며 "지역 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이 지역 편중을 심화시킨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인영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은 아무거나 다 줄 세우나, 웃기다"고 일갈했고, 박영선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삼성의 대학별인원배정으로 대학줄세우기에 호남차별론 때문에 더욱 말이 많은 듯하다, 채용시험에까지 차별론이 등장하는건 젊은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삼성의 오만함 뒤에는 박근혜 정부의 재벌 편들기 있는 게 아닌가"
다음은 우 의원과 나눈 스팟 인터뷰 전문이다.
- 삼성의 '대학 총장 추천제' 인원 할당을 어떻게 보나.
"'학교 위의 삼성'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삼성에 들어가는 걸 꿈으로 생각하며, 삼성이 꿈의 직장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삼성 입사 채용 과정에서 대학을 등급 매기듯이 1등급, 2등급으로 나눈 거 아니냐. 대학사회에는 90명 이상은 1부 리그, 30~89명은 2부 리그, 30명 미만은 3부 리그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인재를 고르게 뽑는 게 아니라 삼성이 투자한 대학 위주로 좋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면 대학이 학원화 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총창 추천제로 대학별로 숫자까지 매기는 방식은 아주 잘못됐다.
특히 이번 '삼성발 대학서열화'는 자신들의 입맞에 맞는 기준대로 (대학을) 재배열하겠다는 대단히 오만한 발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벌써 이공계 단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대학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오만한 발상의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대기업·재벌 편들기와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삼성은 "이번 인사 과정에서 모집 인원에 차등을 둔 것은 신입사원 출신대학과 산학협력 학과 운영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삼성은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출신 대학을 조사해 입사비율이 높은 학교 순서대로 추천 인원을 할당했다고 변명을 하고 있는데, 이 편견으로 여자대학과 호남권 대학은 대학문을 나서기도 전에 또 다른 차별에 직면하게 됐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독려하려면 거기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이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처음부터 동등한 과정을 거쳐서 인재를 모으면 되지 사전에 숫자까지 매겨서 하는 게 말이 되나. 재벌이 매겨준 서열이 고착화될 수 있다."
- '삼성만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문제되고 있지만, 어떤 회사든 각 대학을 등급화하는 '사내 기준 및 평가'가 있지 않나.
"이것이 공개되고 노골화된 거다. 학생들이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할 기회조차 앗아가는 게 문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