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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개선? 서독의 '조용한 접근' 보라"

[논쟁 '북한인권법' - 연쇄인터뷰③] 국회 외통위 민주당 간사 심재권 의원

등록|2014.02.01 10:38 수정|2014.02.20 09:04
2005년 처음 국회에 등장한 '북한인권법' 논란이 과연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인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2월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3, 4회의 관련전문가 연쇄인터뷰를 통해 쟁점과 바람직한 논의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심재권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의 현실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인권을 향상시키고 나아가서 남북화해협력의 기반이 되고 언젠가 다가올 평화통일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 유성호




"(새누리당 원내수석 부대표인) 윤상현 의원이 북한인권단체 지원이 핵심이라고 하더라. 그게 핵심이라면 있을 수 없는, 잘못된 접근이다. 그런 내용의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반대한다."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내용은 단호했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민주당 심재권(68) 의원은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이미 통일부 등에서 민간단체들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과 별개로 기획탈북이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로서 2012년 11월에 '북한주민 인권증진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최근 민주당내 '북한인권민생법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심 의원은 "현재까지는 외통위 소속 한 의원의 사견"이라는 전제 아래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유엔 인권규약의 A규약(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과 B규약(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적 규약)이 모두 필요한데, A규약에 대해서는 법적틀로 B규약에 대해서는 대북정책을 통한 인권대화, 정치대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인도적 지원'이 골자인 민주당의 북한인권관련법안들에 대해 "대북지원은 지금까지 인권법 없이도 해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지원했지만 법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아니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말만 했을 뿐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제도적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심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경제·사회권은 법으로, 자유·정치권은 대북정책으로 접근해야"

▲ 심재권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이미 통일부 등에서 민간단체들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과 별개로 기획탈북이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 문제, 남북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북한인권법에 반대해온 민주당의 태도가 바뀐 것인데.
"그동안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에 관심을 두지 않고 열외시켜 놓고 있다가 김 대표 기자회견 이후 관심을 가진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

17대 국회 때 김문수 의원(현 경기지사)이 처음 법안을 냈을 때는 당시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큰 관심을 두지 않다가 끝났다. 18대 국회 들어와서야 처음으로 그 내용을 놓고 첨예하게 부딪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인권중에서) 전적으로 정치권적, 자유권적 접근을 했고 민주당은 그보다는 사회권적, 경제권적, 생존권적 접근을 했다. 당시 민주당안으로 '김동철안'(북한민생인권법안)이 제출됐는데, 한나라당이 못 받겠다고 거부해서 안 된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상임위(외통위)에서 치열하게 논의했고 공청회도 했다. 저도 북한인권문제 토론회를 열었고, 대정부질문 때 총리 상대로 북한인권법에 대해 질의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게 아니라 그 방향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이번에 김 대표 기자회견 뒤에 민주당이 그동안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나오는 반응을 보면서, 우리 당의 대국민 소통과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민주당이 북한인권민생법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논의가 어떻게 되고 있나.
"우리 당 의원들이 낸 대여섯 개 안을 다 묶고 보완해서 '민주당 단일안'을 만들기 위한 TF다. 1차 모임했는데, 저는 정책위에서 전문가중심으로 단일안을 만들고 그에 대해 토론해보자고 제안했다."

- 민주당 단일안의 기조, 콘셉트는 어떤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렇게 설명해보겠다. 유엔 인권규약에는 A규약(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과 B규약(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적 규약)이 있는데, 북한인권 개선에는 A규약과 B규약 내용 모두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엔 인권규약에는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가입해 있다.

그런데 법으로 제도화 할 때는 A규약 분야가 중심이 되고, 자유권과 정치권의 개선은 법이 아니라 대북정책으로, 인권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EU(유럽연합)식으로 표현하면 인권대화, 정치대화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생존권·사회권·경제권적 접근에는 인도적지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법적 틀이 필요하다. 지금 현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B규약 즉, 자유권·정치권 부분은 실질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지금 북한을 압박한다거나 고립시키는 것만으로 북한의 정치적 인권을 개선하겠다고 하면, 이는 북한 정권의 붕괴 이전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이 그 역사적 사례다. 동방정책 이전 서독의 대동독 정책은 압박과 고립 일변도였다. 동독 주민의 인권 개선도, 양독 간 관계 개선도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었다. 그런데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 이후 프라이카우프(freikauf)를 통해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정치범 3만3천여 명과 그 가족 25만여 명을 서독으로 데려왔다. 서독의 정치세력과 언론이 이걸 묵인해줬다. 그래서 성공했다. 만약 한 건 올렸다, 돈 얼마주고 데려왔다 이렇게 외부에 떠들었으면 그게 됐겠나. 압박이 아니고 대화로 훌륭하게 동독인권을 개선한 것이다.

우리도 한국형 프라이카우프, 인권대화와 정치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주 조용하게 말이다. 한국판 프라이카우프를 통해 전후 납북자들과 북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보는데, 법의 틀이 아니라 인권대화 정치대화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도 동의해주시리라 생각한다. 현금지원, 물자지원, 공장건설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실질적으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탈북난민 돕자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나? 도와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절대다수가 경제난민이고 정치난민은 소수다. 이 정치난민들을 한국형 프라이카우프로 데려오는 것에 찬성한다. 그런데 경제난민들까지 한국가면 이런 게 좋다고 교육시키면서까지 무리하게 데려와야 하나. 그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향상에 무슨 도움을 주나. 저는 대정부질문 때 국무총리에게도 제안했다. 중국정부와 협의해서, 필요하면 우리가 지원해서 중국에서 그분들이 삶의 터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것도 떠들썩하게 할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실질적으로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국력이 북한과 작은 걸 두고 체제경쟁하고, 국력경쟁할 상황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

- 자유권과 정치권 개선은 법률보다는 남북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는 것인데.
"이탈리아가 2000년에 처음 북한과 수교한 이래 프랑스와 에스토니아를 제외한 EU국가 모두가 북한과 수교했다. 이들은 북한과 꾸준히 인권대화-정치대화를 하고 있는데, 2009년에 북한이 헌법을 개정하면서 처음으로 인권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8조 2항 "…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이 그 작은 결실이다. 결코 정치권 자유권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북한의 현실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인권을 향상시키고, 나아가서 남북화해협력의 기반이 되고 언젠가 다가올 평화통일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다."

-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는 "북한인권법 없었어도 이미 핵실험, 천안함, 연평도 등등 많은 도발이 있었다, 북한 자극 안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표현보다는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로 바꾸고 싶다. 그 분의 말씀을 직접 듣지 않아서 그렇기는 하지만 '더 나빠질 것도 없다', '북한인권법 안 한다고 남북관계가 더좋아지겠느냐' 이런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문제가 있는 판단이다. 지금보다 충분히 더 악화될 수 있다. 또 우리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법 없이도 인도적 지원해왔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실상을 봐라"

▲ 심재권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북한의 붕괴에 의해서 통일 대박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북한의 급변 상황에 우리 정부가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 '인도적지원'이 중심인 민주당안에 대해 "대북지원은 지금까지 인권법 없이도 해왔다. 북한인권법에 이 부분은 필요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 북한은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데, 제도적 지원은 못 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지원했지만 법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말만 했을 뿐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제도적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만 자유권과 정치권 부분은 정책으로, 인권대화로 정치대화로 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을 꼭 강조하고 싶다. 자유권-정치권을 도외시하자거나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법으로 압박해서 개선하자고 하지만 북한 붕괴전에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현재 남북관계도 그렇고 독일의 사례도 이걸 보여준다. 남북관계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 민주당은 새누리당안의 '북한인권 활동 단체 지원'에 대해 '삐라 살포 지원'이라고 반대하는 반면, 새누리당과 북한인권단체들은 이게 핵심이라고 한다. 어떻게 대응할텐가.
"언론을 보니 (새누리당 원내수석 부대표인) 윤상현 의원이 북한인권단체 지원이 핵심이라고 하더라. 그게 핵심이라면 있을 수 없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본다. 이미 통일부 등에서 민간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과 별개로 기획탈북이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내용의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반대한다. 그런 민간단체지원법이라면 삐라살포 단체 지원법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삐라살포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좋은 방법도 아니다. 1, 2달러를 넣어서 보내기도 하는데 그 자체가 반인격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인권기록보존소 설치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도 이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사회연구센터, 국가인권위 북한인권팀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위한 법은 불필요하다."

- 새누리당은 북한인권 단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명확히 하되,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 등을 절충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생각인데.
"아까 말한대로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명백히 반대한다. 대안들이 논의되다 보면 당내 논의가 있겠지만 외통위의 한 의원으로서 그게 북한인권법의 핵심이라고 하면 그런 법안은 만들어지면 안된다고 본다."

- 곧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의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 대한 논의 상황에 따라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여부가 논의되고, 안보리에 회부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법안을 검토하고 있나.
"올해 3월 상황을 미리 가정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국제사회 의견은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측면은 직접 당사자로서 우리의 입장은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에서 지금 최고의 가치는 평화, 안정의 유지다. 이 최고의 가치에 비춰서 대한민국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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