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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진보정당 강령도 봤는가" - "08년 왜 분당했나"

[정당해산심판] 헌법재판관에 따라 미묘하게 갈린 질문들

등록|2014.01.28 20:50 수정|2014.01.29 10:54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심판 첫 공판(변론기일)이 열린 28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오후 2시에 시작한 공판이 청구인(법무부)과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모두진술이 다 끝나자 시계는 오후 3시 5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헌법재판관들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재판관들 질문의 초점은 미묘하게 갈렸다.

▲ 이진성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유성호

이진성 재판관이 "피청구인 측의 근본적인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간단히 질문하겠다"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지목했다.

이 재판관은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된 정당해산제도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는가, 또는 부정하는가. 그리고 그 이유를 말해달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는 현재 이 자리 자체를 인정하는지, 또 향후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는지가 내포돼 있었다. 고위법관 출신인 이 재판관은 대법원장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이 대표는 "헌법상 정당해산제도는 명문으로 현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 조항이 만들어진 경위에 대해 말한 뒤,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석되고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길게 답했다. 그러자 이 재판관은 "질문이 정확히 이해가 안 된 것 같은데, 정당해산제도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은 것이 아니라 정당해산제도 자체에 대한 타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고 다시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현존하는 제도로서 시인한다고 첫머리에 말했다"고 답했다. 소극적인 인정이었다.

김이수 재판관의 질문은 청구인 측을 향했다. 김 재판관이 "강령에서 위헌성을 주장하는 부분이 '진보적 민주주의' 하나냐"고 묻자, 청구인 측 대리인인 정점식 서울고검 공판부장(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TF 팀장)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당의 최고 이념이라 할 것이고, 소위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또는 쟁점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민중주권론' 등도 위헌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김 재판관이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뿐 아니라 '민중주권' '일하는 사람 주인 세상' 그런 것들이 다 위헌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고, 정 부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 김이수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남소연

여기까지 확인한 김 재판관은 문서를 보던 안경을 벗고 시선을 청구인 측으로 향했다.

김이수 재판관 : "우리나라는 진보정당이라는 당들이 해방 이후부터 쭉 존재한 것으로 안다. 그러면 예를 들어 해방정국 이후 여운형·박헌영 등이 주장한 진보적 민주주의, 그 다음 진보당이나 민중당·민노당, 쭉 내려오면서 여러가지 진보정당들이 존재했는데, 그중에 다른 당의 강령들도 이런 기준에 비춰보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수 있는 당이라고 생각되는 당규가 혹시 있는가."

정점식 부장검사 : "각 당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서면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 현재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심리하는 이 심판정에서 다른 당 강령의 위헌성 부분을 말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고위법관 출신인 김 재판관은 야당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다음은 안창호 재판관이 나섰다. 안 재판관은 이 대표에게 "2008년도에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분당이 있었는데, 그때 이정희 대표가 대표로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당시 분당 과정은 법무부가 주요 해산 근거로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로,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일종의 약한 고리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나는 분당이 있고 나서 입당했다"고 말했다. 둘 사이의 후속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 안창호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유성호

안창호 재판관 : "그럼 당시 상황은 잘 모르는가."
이정희 대표 : "추후에 들은 것이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다."
안창호 재판관 : "그럼 추후에 들은 내용 중에, 그(분당의)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당시에."

이 질문을 받은 이 대표는 매우 천천히,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며 답했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어서…. 추후에 문서로 정리해 제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질문하셔서 간단하게만 답을 드린다면, 주로… 외부적으로는 이른바 종북 공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였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음… 한 정치세력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 대립 있을 수 있고, 그것이 다시 당시 분당했던 분들과 2011년 통합 논의를 할 때에는 과거의 그런 논의가 너무 날선 것이었다는 자성들이 서로 있었다.

따라서 분당의 이유가 지금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진보당, 당시 민주노동당이 말하자면 위헌정당이 되어서 같이 할 수 없게 되었다거나, 또는 분당이 된 이후에는 완전히 위헌정당이 되었다거나, 이런 취지로 평가되는 것에 악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정치세력이 여러 가지 의견대립과… 또 내부의 경쟁 속에서 서로… 단합하고 포괄하지 못하고 갈라섰던… 음… 아픈 경험으로 보고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서면으로 답을 드리겠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재판관은 여당 추천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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