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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비리, 바로잡을 수 있을까

복지부 "올해 어린이집 3000곳 기획 점검"

등록|2014.01.29 15:23 수정|2014.01.29 15:23
제주도 서귀포시의 H어린이집 원장 A씨는 2009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보육교사와 운전기사를 고용한 것처럼 속여 왔다. 이렇게 해 정부로부터 가로챈 보조금은 5380만 원. A씨는 또한 2005년 1월 J어린이집을 추가 설립한 뒤, 2008년부터 H어린이집에 교사 1명과 원생 7명을 J어린이집에 허위 등록해 보조금 1억 원을 가로챘다.

전남 목포시의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서울에 사는 동생을 보육교사로 허위 등록한 뒤, 동생 명의의 급여통장을 관리하면서 인건비 보조금 2300여만 원을 횡령했다. 뿐만 아니라 출산이 임박해 그만둔 보육교사를 퇴사 처리하지 않고 1300여만 원을 고스란히 챙겼다. 이 원장은 가로챈 보조금으로 주식을 사거나 보험료·카드대금 등으로 사용했다.

최근 어린이집의 보조금 횡령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퇴사한 보육교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챙기거나 국외체류 중인 영유아 출석일수를 허위 보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고보조금을 부당 수령하는 어린이집이 무더기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집 비리는 인천·전남·부산·경남·제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바깥놀이를 나와 뛰놀고 있다. ⓒ 이기태


감사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어린이집 보육료 집행 및 관리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 목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취사부 직원의 나이가 많아 인건비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충북 청주에 사는 딸을 취사부에 허위 등록해 2010년 2월부터 2년 6개월 동안 보조금 4100만 원을 타냈다. 이 원장은 보육교사 네 명의 급여통장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면서 매달 급여에서 1인당 20~40만 원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총 2600만 원을 횡령했다.

여수의 한 어린이집 대표는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65개월 동안 인건비 보조금 등 1억300만 원을 자신의 계좌 등으로 빼돌려 카드대금이나 자녀 학원비 등 개인 용도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양의 한 어린이집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람을 보육교사로 채용,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58만 원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지난 23일 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A씨(57) 부부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부부는 2009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어린이집·유치원·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자신을 교사로 허위 등록해 보육보조금 1500만 원을 빼돌렸다. 또한 어린이집 보조금을 급식비로 사용한 것처럼 꾸며 보조금 2700여만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영·유아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어린이집도 무더기 적발됐다. 충북 제천시 한 어린이집 원장의 경우,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어린이를 포함, 영·유아 7명을 허위 등록해 2012년 4월부터 1년여 간 4778만 원의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

교육업체들과 짜고 보조금을 빼돌린 어린이집도 있었다. 광주광역시 북구 A교육업체 원장은 2012년 6월 광주·전남일대 어린이집 아홉 개소 원장들과 짜고 허위 교육이수 확인서류 등을 첨부해 고용노동부에 환급신청을 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10월 8일까지 총 25차례에 걸쳐 243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빼돌렸다.

학부모를 속여 특별활동비를 추가로 받아낸 어린이집도 있었다. 제주지방경찰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30곳과 유치원 3곳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육교사 등을 고용한 것처럼 속여 행정기관에서 보조금을 타냈다. 또한 특별활동비를 부풀려 학부모에게 받아내는 수법으로 모두 7억5700만 원을 가로챘다.

"어린이집 비리 뉴스 볼 때마다 씁쓸"

이 같은 어린이집 비리는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송파구 어린이집 등 민간어린이집 700여 곳에서 운영비리 및 아동학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12년 5월에도 서울 양천구 관내 56개 어린이집이 특별활동비를 편취해 구청으로부터 특별활동비 10억 원을 학부모들에게 돌려주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

어린이집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불안한 심정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한 엄마는 "'어린이집 비리'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참 씁쓸하다, 믿고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데 의심만 커진다"며 "직장맘이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낼 수도 없는데, 책임지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엄마도 "횡령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양심 있는 어린이집이 많아질 수 있도록 강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시점검 인원 보강해 지도점검 강화할 방침"

▲ 지난 2013년 5월 29일,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서울시 무상보육 어린이집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이기태


정부와 지자체는 횡령 등 어린이집 비리 문제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보조금을 부정 수급해 운영 정지되거나 시설폐쇄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 아동학대로 자격정지·취소처분을 받은 원장 보육교사 명단을 공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설폐쇄·자격취소 처분을 받은 경우는 3년 간, 시설 운영정지·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그 처분기간의 2배 기간(그 기간이 6개월 이하인 경우는 6개월) 동안 지자체·복지부·보육관련 기관 누리집과 아이사랑보육포털 내 정보공개시스템에 공표된다. 또한 지도점검 및 상시점검을 강화하고 공익제보자 신고 포상금 지급제도를 통해 비리 어린이집을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상시점검 인원을 보강해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지자체와 합동으로 상반기 1500개소, 하반기 1500개소 총 3000개소를 기획 점검할 계획"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익제보자 신고포상금제를 시행해, 부정수급·아동학대·급식부실 등으로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어린이집 보조금 횡령 등이 무더기 적발된 제주도는 어린이집 부정행위 근절에 적극 앞장서기로 했다. 제주도는 어린이집 부정행위 제로 달성을 위해 행정시별로 어린이집 부정신고센터를 설치 및 운영하고, 보육지침 및 재무회계 교육을 강화해 어린이집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부모모니터링단 운영을 확대 운영하며, 보조금을 1000만 원 이상 횡령한 어린이집은 시설폐쇄 조치해 퇴출시킬 방침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회장 정광진, 아래 한어총)는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집 자율정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어총은 지난해 어린이집 비리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율정화를 위한 자구책으로 ▲ 어린이집 부정 운영 시 회원자격 박탈 ▲ 건강·영양·안전 관련 교육 확대 실시 ▲ 어린이집 제반 규정과 법령 철저히 준수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보육료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린이집 비리 문제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한어총 측의 입장이다.

한어총 방태선 사무총장은 "전국 어린이집을 일일이 방문해 보육교사, 원장 등을 대상으로 아동학대나 안전사고, 성폭력 교육까지 포함하는 예방교육을 진행한다"며 "어린이집 비리가 발생하면 가차 없이 처벌하고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처럼 보육료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긴 어렵다"고 전했다.

▲ 지난 2013년 5월 27일, 송파경찰서가 송파구 관내 민간어린이집 700여 곳의 운영비리와 아동학대 등 수사결과하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소속 박천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한민련) 회장, 고성희 서울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이 자율정화 결의 및 법령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 있다. ⓒ 이기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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